이동희(전주역사박물관장

지난 25일 10시 전라감영 선화당 상량식이 거행되었다. 폭염이 연일 계속되고 있음에도 많은 내빈들이 참여하였다. 전라 천년을 맞아 호남의 수부로서 전주의 역사성을 복원하고 미래 천년으로 나가는 뜻깊은 자리였다.
전라감영은 조선시대 지금의 전라북도와 전라남도 제주도까지 통괄하던 전라도 최고의 통치행정기구이다. 전라감영은 경상감영과 충청감영이 임진왜란후 소재지를 옮긴 것과 달리 조선왕조 오백년 내내 전주에 자리했다. 전주는 조선왕조 내내 감영이 소재한 호남의 수부였다.
고려시대에도 전주는 전라도의 중심적 위치에 있었다. 고려시대 전주는 나주와 함께 전라도를 대표하는 도시였지만 전라도안찰사영이 전주에 설치되었던 점으로 보아 전주가 더 대표성을 가졌던 도시였다고 할 수 있다. 전주는 전라 천년의 중심이었다.
선화당은 감영의 수장인 감사의 집무처이다. 전라감영 선화당은 전라도 56개 군현이 우러러보던 전라감영의 중심 건물로, 왕권을 상징하는 전주객사 ‘풍패지관’ 다음으로 규모가 커서 78평에 이르렀다.
선화당은 광복후에도 도청의 건물로 남아 있었으나 한국전쟁 중인 1951년 경찰서 무기고로 쓰이던 도청 문서고의 폭발물 사고로 도청본관과 함께 전소되었다. 전라도 일도를 호령하던 선화당은 한순간 부주의로 재가 되어 사라졌다.
전라감영은 호남제일성으로서 전주의 상징이고 선화당은 그 중심이었다. 선화당의 상실은 곧 호남제일성으로서 전주의 상징마저 사라진 것이다. 전라감영 복원은 이를 다시 살려내는 작업이다.
논자에 따라서는 감영을 복원하다고 해서 사라진 역사가 돌아오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지극히 맞는 말이다. 그러나 사람이 육신과 정신이 같이 갖추어져야 하듯이, 지역 발전을 위해서는 눈에 보이는 가시적 성과물도 중요하지만 비가시적인 역사, 정신, 상징물도 중요하다. 전라감영 복원은 지역민들에게 전주와 전북의 역사적 위상을 인식시키고 자존감을 높여 지역발전의 큰 동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전라감영 복원의 의의는 그뿐만이 아니다. 전라감영 복원은 지방최고의 통치기구를 담은 문화유산으로 문화관광자원으로서 가치가 매우 크다. 전라감영이 제대로 복원되고 활용되었을 때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조선시대 지방정부를 전주에서 만날 수 있다.
조선시대 지방정부는 지금과 다르다. 예컨대 중앙정부에서 감영에 임용한 관리는 감사를 비롯해 도사, 중군, 심약, 검율 등 몇 사람밖에 안된다. 감영 운영에 토착세력들의 역할이 컸다.  이런 조선시대 지방정부의 성격을 담고 있는 감영을 대표할 수 있는 곳이 전라감영이다.
선화당 상량식은 전라감영 복원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음을 실감하게 하는 전북지역사에 크게 기억될 일이다. 여기까지 오기에 많은 시간이 걸렸고, 많은 사람들의 노고가 있었다. 생각이 달라도 묵묵히 지켜봐준 사람들도 있다. 고마운 분들이다.
이번에 마룻대에 봉안한 선화당 상량문의 초를 전라감영재창조위원회 실무위원으로서 필자가 잡았고 다른 실무위원들이 수정 보완해 추진위 이름으로 상량문을 올렸다. 이 상량문 글씨는 이용선생이 썼고, 마룻대 상량 묵서는 서홍식선생이 썼다.
상량문에는 감영의 역사와 복원 과정, 선화당 복원을 통한 염원을 담고자 하였다. 선화당복원이 조선 3대도시요 호남제일성으로서 전주의 위상을 담보하고 역사 복원만이 아니라 찬란한 미래로 나가는 시발점이 되기를 상량문에 담고자 하였다.
내년까지 복원될 감영 관아건물은 감사 영역으로 선화당을 비롯해 내아, 연신당, 관풍각, 비장청 등이다. 전라감영의 동편영역으로 내년 후반기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서편 영역은 아직 복원여부가 결정되지 못했다.
상량을 올렸지만 아직도 넘어야 할 산들이 많다. 원형에 충실하게 복원되어야 하고 콘텐츠도 제대로 갖추어져야 한다. 복원된 감영 건물의 운영방안도 탄탄하게 짜여야 한다. 향후 감영 서편의 관아건물들도 복원되어야 한다. 지방 최고통치기구로서 위상과 면모를 구비해야 사람들이 찾는 명소가 되어 우리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다.
전라감영을 복원하면서 가장 안타까운 일은 구도청건물을 철거한 것이다. 감영복원을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지만 근현대의 현장이 사라지는 아픔이 있었다. 전라감영 복원이 온전하게 이루어져 호남의 수부로서 역사성을 유감없이 보여주고 이를 통해 전북 자존의 시대를 열어가고 전통문화도시 전주의 위상을 높이는데 기여할 수 있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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