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북도가 농업 연구 및 생산 등에서 농생명 집적화 지역으로 떠오르고 있다. 그런데 일반에게는 농생명 연구가 생소하다. 전라북도 도민에게 역시 그렇다. 이에 전라북도농업기술원 및 시군기술센터에서 그동안 추진해 온 농생명 연구 결과를 확인했다. 도내 농생명 연구 현장에서 결과물이 농가에 확산되고 있음을 확인하고, 그 파급력이 향후 전북 농업 경쟁력을 얼마나 끌어올릴 수 있을지 예상해 본다. 해당 연구를 진행했던 연구원들에게 향후 전북 농생명 산업이 가야 할 방향도 물어 봤다./

◆장미 현황 및 연구 목적

장미는 전 세계적으로 생산과 소비 비중이 큰 절화류로서 화훼 산업에 있어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국내 장미 재배면적은 292ha이며, 전체 절화류 면적(1,364ha) 대비 21%로 국화에 이어 두 번째이지만, 생산액은 528억 원으로 절화류의 30% 이상을 차지하는 등 점유율이 가장 높다.
전북지역 장미는 면적 40.6ha로 전국 대비 14%를 점유하며, 경기도 다음으로 많이 재배되고 있다.
또한 농가 호당 재배 면적이 0.92ha로 전국 0.52ha보다 월등히 높으며, 최근 소비자와 시장 선호도가 높아진 수출용 스프레이 계열 품종의 재배가 11.5ha로 전국 재배면적의 52%를 점유하고 있다(2017년 농림축산식품부).
수출 또한 주요 수출국인 일본의 경기 침체와 엔저 기조 및 국내 시장의 장미 호황으로 수출 물량은 감소했으나, 전주시에 있는 ㈜로즈피아가 국내 장미 수출액의 80%를 책임지고 있다.
화훼 소비 패턴은 유행처럼 빠르고 지속적으로 변화하고 있으며, 최근 소비 트렌드는 다품목 소량 소비 추세이다. 장미 역시 다품종 소량 생산 시스템으로 농수산물유통공사 화훼공판장에서는 약 250여 품종이 거래되고 있다.
신품종의 인기 유지기간은 적색 계열이 7~8년, 분홍색 8~9년으로 매년 새로운 품종들이 해외에서 대량으로 도입·재배되고 있다.
그런데 장미는 2001년 7월 UPOV(국제신품종보호동맹)의 품종보호 대상작물로 지정됨에 따라 신품종에 대한 육성자의 권리가 강화됐고, 이에 따라 외국 품종에 대한 로열티 지출(1달러 정도/주) 문제가 대두됐다.
이와 함께 농수산식품유통공사 화훼공판장에서 조사한 장미 화색별 소비 비율은 적색, 분홍색, 노란색, 백색 및 오렌지색 순이었고, 최근에는 복색, 파스텔톤 등 화색이 다양해지고 있고, 화형도 정형적인 장미 형태를 벗어난 데이비드 오스틴 장미와 같은 특이한 화형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다.
이에 전라북도 농업기술원 원예산업과 화훼실 정동춘 박사 연구팀은 우리나라 기후 환경 조건에서 꽃 품질과 생산성이 높고 시장에서 선호하는 우수한 장미 신품종을 개발·보급해 해외 로열티 지출을 줄이고 농가 경영 안정화에 기여하고자 2010년부터 연구를 시작했다.
 
◆연구 현황

세계적으로 100년 이상의 장미 육종 역사를 가진 네덜란드, 독일, 프랑스 등의 다국적 기업은 품종 개발에 박차를 가해 스탠다드 계열을 중심으로 꽃이 큰 대형 품종을 매년 100개 이상 개발하고 있다.
이들은 전 세계 지역별 우위 품종군을 육종·선별해 케냐, 에티오피아, 에콰도로 및 콜롬비아의 적도 인근 고랭지에서 꽃을 생산·수출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으며, 네덜란드 장미 재배 시스템과 결합시켜 폭발적인 시너지 효과를 거두고 있다.   
국내 장미 품종육성은 1990년대 초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구, 원예연구소)에서 시작됐으며, 1995년 이후 각 도 지방농업연구기관(농업기술원과 농업기술센터)과 민간 육종가들도 본격적으로 육종 사업을 추진했다.
전북농업기술원에서는 2009년 유전자원 수집을 시작으로 장미 품종 육성을 타 지자체보다 늦게 착수했다.
하지만 농진청 장미사업단(원예특작과학원, 도 농업기술원 공동연구 모임체)과 긴밀한 업무 공조로 품종 육성에 대한 유용한 정보 공유와 벤치마킹을 통해 국내·외 시장 경쟁력이 있는 장미 신품종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정동춘 박사는 "장미의 시장 선호도는 분홍색을 포함한 적색 계열이 장미 품종의 4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적색 계열이 높으며, 파스텔 톤과 복색도 증가하는 추세"라며 "꽃은 크고 꽃잎이 많고 두꺼우며 향기가 있고 가시가 적은 장미가 시장을 주도하고, 특히 최근에 스프레이 계열의 품종에 대한 구매력도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이와 같은 소비 트렌드에 부합하는 신품종 개발을 목표로 정동춘 박사 연구팀은 육종 업무에 주력하고 있다. 
연구팀은 먼저 시장 선호도, 절화 생산성이 우수한 다양한 유전자원들을 수집·평가하여 육종목표 달성을 위한 교배조합을 작성하고, 매년 5,000~6,000花 정도 인공교배를 실시한다.
교배 후 약 100일 정도 지속적인 양·수분 공급 및 병해충 관리를 해야만 충실한 종자를 수확할 수 있다.
획득한 종자는 발아를 위해 4℃ 습윤 상태에서 3개월 이상 전처리를 실시해야 한다.
매년 인공교배와 채종 과정을 통해 1만5,000~2만여 실생 계통(종자 발아해 얻어진 식물체)을 획득한 후, 특성 평가와 우수계통 선발 과정을 3년 반복해 우량한 계통을 선발한 다음, 생산력 검정과 시장성 평가를 거쳐 국립종자원에 신품종보호권 등록을 위한 심사를 신청한다.
연구팀은 2014년 우유 빛깔 화색의 가시가 없고 향기가 있는 다수성의 스프레이 계열의 '슈크림'을 개발해 2015년 국립종자원 재배심사를 거쳐 2016년 전북1호 품종으로 최종 등록했다.
또 2018년 현재까지 총 8품종을 개발해 5품종(슈크림, 핑크웨이, 핑크루나, 핑크야르, 핑크파이어)이 등록되고 3품종(레드핏, 블론디, 핑크베이비)이 심사 중에 있으며, 이들 육성 품종과 계통은 전주, 장수, 임실 지역 7농가, 7,000㎡에 보급·재배되고 있다.
또한 신품종보호출원 전 절화 생산성과 시장성을 검토 중인 우량한 4계통을 농가에서 실증 재배하고 있어 농가 현장에 보급이 확대될 전망이다.
정동춘 박사 연구팀은 신품종 개발뿐만 아니라 국산 장미 신품종의 농가 현장 보급을 위한 다양한 연구도 추진했다.
절화 품질과 생산성 향상을 위해 정식 후 적정 절곡시기와 칼륨 농도 및 질소원 공급 비율을 구명했고, 양액비료 비용 절감을 위해 생육단계별 적절한 양액 공급농도를 밝혀 농가 현장에 보급했다.
또한 기후 온난화와 이상 기후에 대응한 연중 안정적인 장미 생산을 위해 고온기 차광 방법과 새로운 접목용 대목 선발, 활용성 증진을 위한 재배기술 연구를 추진했다.
차광방법은 관행인 부직포 대신 알루미늄 차광 전용 스크린 50%를 사용함으로써 적산 일사량을 높이고 시설 내 온도를 낮춰 수량과 꽃대 길이, 줄기 굵기 및 소화수가 우수해졌다.
또 새로운 장미 접목용 대목으로 나탈브라이어를 선발했고, 이를 이용한 접목묘 생산율이 높은 시기(3~5월, 9월)도 밝혔다.
연구팀은 농진청 장미사업단과 공동으로 우량 품종 육성과 재배기술 개발 및 농가 현장 보급을 통해 국산 장미 품종 보급률을 2006년 2.2%에서 2017년 29.8%까지 증가시키는데 기여했으며, 더불어 해외에 지출되는 로열티 경감 효과도 얻어냈다(로열티 지불 추정액 2006년 76.3억원 →2017년 24.6억원). 

◆연구 효과

장미는 전 세계적으로 화훼 산업을 주도하는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작목으로, 앞으로도 국내·외 화훼 시장에서 지대한 영향을 미칠 품목이다.
전라북도 장미 산업은 상당히 규모화, 현대화 및 자동화가 이뤄져 있다.
더욱이 도 농업기술원이 소비자와 시장이 요구하는 우수 품종을 개발하고 있어 농가현장 보급에 대한 파급 효과는 매우 클 전망이다.
현재 농가에서 실증 재배 중인 육성 계통들에 대해서도 각계 전문가들의 호평이 이어져 국내 시장 출하량 확대 전망은 매우 밝다.
또한 2016년부터 2020년까지 5년간 2억2,000만원 연구비를 확보해 농진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과 공동으로 내수뿐만 아니라 해외시장 공략을 위한 장미 신품종 개발 및 보급 사업에 참여하고 있어 육종 사업은 더욱 탄력을 받게 됐다.
뿐만 아니라 육성품종의 해외 수출 시장 진출을 위해 다국적 화훼 생산업체인 'Black Tulip Group(케냐 나이로비)', 장미 육종 회사인' NIRP International(이탈리아)'과 각각 해외 시험재배 업무 협약을 체결하고, 현지 실증재배를 추진하고 있다.
정동춘 박사는 "두 회사 대표는 전북농업기술원을 방문해 육성 계통에 대해 '감동적이다', '케냐 고랭지에서 성공 가능성이 높다'고 높게 평가하고 현지 시험재배를 제안했었다"면서 "케냐 현지 시험재배를 성공적으로 이끌어 전북농업기술원이 세계 화훼시장에 국산 장미 품종을 수출하는 기관으로 거듭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어려웠던 과정

정동춘 박사는 "장미도 다른 작목과 마찬가지로 하나의 신품종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6~7년이 소요되는 마라톤과 같은 장기 업무인데, 꾸준한 인공교배, 계통 양성과 관리 및 평가를 위한 전문적인 보조 인력의 지원이 절실했었지만, 예산적인 지원과 관심 부족해 아쉬웠다."고 회상했다.
더욱이 장미는 배수체와 이수체 등 유전적으로 매우 다양해 우량한 형질을 가지는 유전자원들을 모·부본으로 인공교배해도 열성인 자식개체들이 얻어지기 일쑤이다.
그래서 우량한 형질을 갖는 품종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많은 자식 개체를 얻는 것이 급선무였다.
그러기 위해서는 많은 종자를 얻기 위한 인공교배에 보조 인력이 필요했고, 실생계통 양성 및 평가할 수 있는 시설과 인력이 절실했었다.
정동춘 박사는 "충분한 보조 인력과 시설이 지원되는 타 도 농업기술원을 보면 부럽고, 한편으로는 안타까웠다"면서 "그럼에도 육종가로서 개발한 품종이 시장에서 높은 가격으로 잘 판매된다는 평가를 받았을 때 아쉬움을 달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밖에 최근 개발해 농가에서 실증 재배 중인 육성 계통이 화색이 특이하고 관상 기간이 길어 시장에서 호평을 받는다는 평에 기쁨을 느꼈고, 케냐 고랭지에서 시험재배 중인 육성품종이 절화 생산성과 품질이 우수해 재배면적을 늘려 시장성을 검정하기로 했다는 소식을 듣고는 뿌듯함을 느꼈다.

◆전북 농생명 산업의 방향은

정동춘 박사는 "전북지역 장미 재배는 농가 1호당 0.9ha 정도로 다른 지역에 비해 규모화 됐다. 시설 또한 현대화와 자동화가 진전돼 절화의 고품질 생산 전략으로 내수 시장을 집중 공략해 나가야 한다. 더불어 국내 장미 수출 물량의 80% 이상을 점유하는 ㈜로즈피아와 함께 일본, 러시아뿐만 아니라 중국, 싱가포르 등 수출국을 다변화해 장미 절화 수출의 전진 기지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도 농업기술원은 화훼 생산, 소비 및 유통 등 각계 전문가와 긴밀한 공조를 통해 국내·외 시장에서 선호도가 우수한 장미 신품종을 개발하는 등 장미 품종의 국산화에 노력할 것이다"며 "또한 케냐 현지에 다양한 육성계통들의 시험재배를 통해 해외 수출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품종을 선발함으로써 전라북도 장미가 내수 시장 석권과 절화 수출뿐만 아니라 국산 품종을 해외에 수출할 수 있는 효자 작목으로 거듭나길 희망 한다"고 밝혔다.
정동춘 박사는 "따라서 장미 신품종 개발, 보급 및 실증재배 등의 연구들이 집중 추진될 수 있도록 지자체의 전폭적인 인력 및 예산 지원도 이뤄져야 할 것으로 생각 된다"고 말했다./황성조기자, 전라북도농업기술원 취재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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