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적인 폭염이 지속되면서 열사병 등 온열질환자가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전북지역 건설현장 역시 공사기간을 맞추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지역 하도급업체나 공사 팀·반장들은 공기를 맞추지 못할 경우 이익은 커녕 지체보상금을 물 수 있어 더욱 애가 타는 모습이다.
23일 오전 11시 김제시에서 학교 일부를 철거하고 있는 도내 A건설업체 현장소장 B모씨(54)는 현장 일이 진행되지 않아 애를 태우고 있었다.
B씨는 "오늘 아침 해가 약할 때 일부 공사를 진행했는데, 10시부터 더위에 지쳐 인부들이 작업을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야외 철근작업의 경우는 손으로 잡으면 화상을 입을 정도로 철근 온도가 뜨거워 아예 실내작업만 일부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요즘 실내 작업 역시 30분 작업하고 30분 쉬어도 힘들 정도로 무더위가 심해 일꾼들은 아예 현장에 출근을 거부하고 휴식을 취하려 하면서 하청업체 및 현장 팀·반장들이 애를 태우고 있다"고 덧붙였다.
하청업체나 팀·반장들은 공사 단계별로 계약을 맺기 때문에 빨리 끝낼수록 이익이 크고, 반대로 공기를 맞추지 못하면 지체보상금을 물어야 하는데, 요즘처럼 폭염이 지속될 경우 지체보상금을 물 우려가 크다는 게 이들의 판단이다.
최근 기상청에 따르면 앞으로 20일간 찜통더위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했기에 나온 계산이다.
그렇다고 체감온도가 40도를 오르내리는 터라 야외 작업들을 강행할 수도 없다.
실내 작업자들도 비상약으로 소금 보충제를 들고 다니면서 30분 간격으로 일하는데, 더욱 많은 휴식을 제공하며 야외 작업을 독촉해봤자 더 큰 사고만 부를 수 있어 당분간 야외 작업은 포기했다.
때문에 하청업체 및 팀·반장들은 우울함을 감출 수 없다.
최근 발주처나 시공사가 공기 연장에 따른 추가비용을 적절하게 인정하는 분위기가 흐른다 해도 지역 하도급업체나 팀·반장들은 이를 요구할 수도 없다.
원청에 기대에 공사를 진행하며 먹고 살아야 하는 이들은 원청에 폭염에 따른 공기 연장이나 추가비용을 요구할 수 없다. 아예 그런 요구를 하는 것 자체가 일을 그만 하고 싶다는 표현이란 게 이들의 정서다.
원청은 오히려 태풍이나 폭우로 공기가 연장될 경우 비용을 더 인정해 준다. 때문에 이들은 인건비도 아끼고 인부들에게 휴식을 줄 수 있는 비바람이 폭염보다 좋다.
이런 가운데 발주처와 근로감독관들은 현장에 폭염 대비책을 마련하고 작업자가 쉴 수 있는 공간을 만들라고만 다그친다. 이를 지키지 않을 경우 사업주는 형사처벌을 받는다.
B씨는 "발주처가 폭염 현장을 고려해 하도급업체 및 팀·반장들에게까지 공기 연장 및 합리적 비용을 인정하고 보상해주지 않는 한 우리는 쉴 수 없는게 현실"이라면서 "나중에 폭염이 수그러들 때 무리한 공기 단축을 시도하다 인명 사고 및 부실공사 우려까지 있는 게 사실"이라고 하소연했다./황성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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