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병선 전주대 부총장/영미언어학과 교수

 

요즈음 열돔현상으로 한반도 뿐 만 아니라 전 세계가 찌는 듯한 무더위로 난리다. 낮엔 30도를 훨씬 넘는 가마솥더위, 밤엔 열대야로 잠 못 드는 날씨가 연일 계속되고 있다. 이로 인해 이틀에 한번 꼴로 행정안전부의 폭염경보 또는 폭염특보 문자가 도착한다. 심지어 ‘22일 서울 한낮 기온이 38.0도로 1907년 관측 이래 5번째로 높았다. 역대 가장 더웠던 1994년 대폭염(7월 24일 - 38.4도) 이후 24년 만의 최고치다’ 라는 신문기사가 1면 톱기사로 등장하기까지 하였다.
이러한 폭염과 열대야를 단숨에 물리치는 단비와 같은 시원한 소식이 있다. 7.17.(화)~22(일) 6일간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열린 국제탁구연맹(ITTF) 주최 ‘2018 코리아오픈 국제탁구대회’ 남녀혼합복식결승전에서 남북단일팀 (장우진-차효심)이 중국 대표팀을 3-1로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는 감동의 드라마 때문이다. 남북선수가 단일팀을 이뤄 국제탁구대회 금메달을 딴 건 1991년 지바 세계선수권대회 여자단체전 우승 이후 27년 만이기 때문에 폭염을 일순간에 없애줄 단비와 같은 시원한 소식임에 틀림이 없다.
하지만 언어학자인 필자의 입장에서 본 ‘2018 코리아오픈 국제탁구대회’ 남북단일팀에 대한 몇 가지 안타까운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첫째, 남북단일팀의 서로 다른 유니폼에 적힌 남북한 국호의 영문표기가 다르다는 점이다. 남한선수는 ROK(Republic of Korea의 약자), 북한선수는 PRK(Democratic People's Republic of Korea의 약자)로 표기하여 분단국가임을 여실히 느끼게 해주었다.
둘째, 남북한 간의 탁구용어에 대한 차이점이다. 주로 영어단어를 사용하는 남한의 탁구용어인 ‘스매싱, 서브, 라켓, 리시브, 파핸드, 백핸드, 사인하다’를 북한 선수들은 ‘타격, 쳐넣기, 판때기, 받아치기, 오른쪽, 왼쪽, 표시하다’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문화적인 차이로 인한 해프닝정도로 이야기할 수도 있지만 하나의 언어를 사용하는 같은 민족이라기에는 언어적 이질감이 심함을 느끼게 해준다.
셋째, 남·북한 선수이름의 영문표기의 차이이다. 이는 하루빨리 시정하여야  할 매우 심각한 수준이다. 남녀혼합복식결승전에서 우승한 남북단일팀 장우진(남)-차효심(북) 선수의 유니폼에 적힌 영문표기는 JANG Woojin과 C. HYO SIM이다. 성과 이름의 표기방법이 완전 달라 경기를 지켜보는 내내 당황스러웠다. 이들뿐만이 아니다. 혼합복식 단일팀 유은총(YOO Eunchong)-최일(C. IL), 남자복식 단일팀 이상수(LEE Sangsu)-박신혁(P. SIN HYOK), 여자복식 서효원(SUH Hyowon)-김송이(K. SONG I)로 표기되어 있어 ‘우리들은 하나다’라는 피켓을 들고 응원하는 관중들을 당혹스럽게 만들었다. 남한팀은 선수들의 영문표기를 성명 순으로 하며 성은 대문자 표기하고 이름을 붙여 표기한 반면, 북한선수들은 성을 약자로 표기하며 이름을 띄어 표기하였기 때문이다.
성과이름의 영문표기 또한 각각 다르다. 북한의 남자선수 PAK Sin Hyok(박신혁), CHOE Il(최일), RI Kwang Myong(이광명), 여자선수 JONG Un Ju(정은주), PYON Song Gyong(변성경)과 21세 이하 남자 단식에서 우승한 북한의 HAM Yu Song(함유성)의 영문표기는 남한의 남자선수 PARK Ganghyeon(박강현), CHOI Deokhwa(최덕화), LEE Sangsu(이상수), OH Junsung(오준성), 남한의 여자선수 JUNG Yumi(정유미)의 표기와는 너무 다르다. 연이은 폭염과 열대야로 인해 피곤한 심신을 더욱 더 피곤하고 만드는 영문표기의 차이이다.
문제는 남·북한 선수간의 영문표기의 문제만이 아니다. 우리나라 선수의 영문표기 또한 제각각이다. JEOUNG Youngsik(정영식), JEONG Sangeun(정상은), JUNG Seongwon(정성원)의 성씨 표기 ‘정’과 SEO Junghwa(서정화)/SEO Hongchan(서홍찬), SUH Hyowon(서효원)의 성씨 표기 ‘서’, KIM Donghyun(김동현)과 PARK Gyuhyeon(박규현)의 이름표기 ‘현’, PARK Gyeongtae(박경태)와 LEE Nakyung(이낙경)의 이름표기 ‘경’, OH Junsung(오준성)과 KIM Seongjin(김성진)의 이름표기 ‘성’의 표기가 각각 다르다. 이는 성과 이름표기를 명확히 하지 않은 현행 ‘국어의 로마자표기법’의 문제 때문이다.
남·북한간이 하나임을 강조하기 이전에 영문표기와 같은 간단한 표기의 동질성부터 통일하려는 노력이 절실하지 않나 생각해본다.  아울러 미비한 ‘국어의 로마자표기법’의 인명표기를 개정하여 이 무더위와 폭염을 한 순간에 떨쳐버릴 시원한 단비의 소식이 하루빨리 전해지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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