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희 전북대 의과대학 교수

의과대학의 교육은 생명과학의 총합체로써 융합적 관점에서 이루어진다. 일반생물체와 인체 의 정상적인 생명현상을 먼저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인체의 비정상적인 병적 상태를 이해하고 진단, 치료, 예방하는 교육과정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렇게 양성된 의학도는 과학과 인간의 질병을 연결하는 총체적인 시야를 가질 수 있게 되어 이들이 기초 분야에서 연구와 개발에 종사한다면 의미있는 연구결과를 도출하기가 용이한 입장일 것이다. 다양한 기초의학과 질환에 대한 이해를 가진 입장에서 연구를 하면 보다 임상적으로 의미가 있는 연구결과를 도출하는데 경쟁력을 가질 수 있으므로 의학도에서 기초연구를 하도록 정책적으로 독려를 해왔으나 거의 성과가 없다고 하여도 과언이 아니다.

이제 의학전문대학원에서 의과대학으로 전환하여 학생들의 졸업연령이 낮아져서 이들의 기초과학에 대한 관심을 북돋아서 기초의학자로 양성하다는 포부를 가지고 있는 의과대학이 많다. 하지만 시대적 상황도 변하여서 힘들고 많은 세월의 인내가 필요한 연구직이 아니라 보다 쉽게 성과가 나오는 일을 하려고 함을 탓하기 어렵다. 이러한 상황에서 실험실에서 날밤을 새는 연구직으로 오라고 자신있게 권하기도 어려운 것이 또한 필자의 마음이다. 그래도 위안이 되는 것은 한국과학기술원에서 시행하고 있는 의과학자양성사업이다. 이들은 전문의를 취득하고 병역대신 의과학 과정을 거쳐 학위를 취득하여 의과학자로 거듭나는 단계를 거친다. 이들이 사회각층에서 얼마나 영향을 끼치고 있는지에 대한 결과는 아직은 판단하기는 어렵지만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이들은 임상적 관점에서 연구에 대한 접근을 하므로 현장, 즉 환자중심의 연구를 기초적 기술과 개념으로 수행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반대로 자연대학을 졸업하고 기초과학의 박사과정을 마친 전문 인력은 기초적 지식을 바탕으로 기술과 개념 확립에 보다 가치를 두고 이들을 증명한 후에 사람이나 질환에 적용하는 예를 생각하므로 접근방법이 다르다. 이들은 기초과학의 새로운 개념정립부터 해나가므로 과학적 지식기반 확충을 이루어가며 우리나라 과학의 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핵심인력인 것이다.

질환의 극복과 생명과학 지식의 창출, 이는 연구를 하는 생명과학자가 지닌 중요한 목표라고 볼 수 있다. 의학도이거나 자연과학도나 시작점은 다르지만 지향하는 바는 결국 이 두 가지의 가치이므로 이들의 교육과 지원에 대하여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수년 내에 끝내고 안정된 정규직으로 옮겨왔던 박사후과정의 기간이 최근 들어서는 점점 길어지고 있다. 이들을 격려하고 우대 할 수 있는 기회와 처우를 고용하고 있는 대학에서도 고민해야 할 것이다. 임시직으로 보기에는 이들은 사회의 매우 중추적인 그룹을 구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십줄에 들고 초, 중, 고등학교의 학령기자녀를 둔 중추적 계층에 속하므로 이들이 안정되게 연구할 수 있도록 정부에서는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이들의 대우가 좋아질 때 의학도들 역시 생명과학자의 길을 걷고자 개업을 포기하는 예가 많아질 것이다. 연구와 개발에 밤낮을 가리지 않고 한 길을 가는 젊은 과학자들의 삶이 빛날 때 임상의사의 잠재된 지적 탐구심 역시 불이 붙을 것이다.

장작은 어느 정도 모아져야 서로 기대어 불꽃을 피운다. 이들의 협력과 창의적 접근은 우리나라의 미래의 횃불이 될 것이다. 어려운 여건에서도 연구에 매진하는 의과학자들과 같은 전문인력에게 긴 안목을 가지고 꾸준한 지원을 해 주시길 정부에게 요청하는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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