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강무 전북대 공공인재학부 교수

최근 서울 서촌에서‘궁중족발' 음식점을 운영하던 세입자가 월세를 300만원에서 1,200만원으로 4배 인상요구 등 문제로 갈등을 빚어온 건물주에게 둔기를 휘둘러 상해를 입힌‘궁중족발 사건'은 우리사회에 큰 충격을 주었다. 이 사건은 현행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이 계약기간 5년이 넘으면 건물주가 임대료를 몇 배씩 올리거나 재계약을 거부해도 임차상인을 보호하지 못 하는 한계가 빚은 불행한 사건이다.

임차인에게 5년의 임차기간 범위 내에서 계약갱신요구권을 부여하고 있는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제도의 도입취지는 임대차계약을 통하여 상가건물을 영업장으로 확보하고 영업을 시작하는 상인들의 경우, 영업초기의 투자비용이나 시설비용이 과대함에도 불구하고 임대차기간의 만료로 인하여 영업장을 옮겨야 할 경우 그 초기비용을 회수하지 못하는 손실을 입게 되므로, 상가건물 임차인에게 영업개시일로부터 최소한의 임차기간을 보장함으로써 투자비용회수를 용이하게 하려는 데 있었다.

그러나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전체 근로자 중 자영업자의 비율은 2013년 기준 27.4%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16.1%(2011년)보다 높은 상황으로 상권내 경쟁이 과도한 실정이다. 상가건물의 임차인인 경우가 대부분인 자영업자들은 보증금과 월차임의 지속적인 상승, 대형유통점의 골목상권 진출 확대, 온라인 전자상거래 시장 확대 등 2003년 법제정 당시와 달리 급격한 경제·사회적 환경변화로 초기투자비용 회수를 5년에 이루기에는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다.

또한 도시 환경이 변하여 중·상류층이 도심의 낙후지역으로 유입되면서 그 지역의 주거 환경이 개선되고 이에 따른 지가 및 임대료가 상승됨에 따라 기존에 거주하던 원주민과 지역상인들이 다른 곳으로 이주하게 되는 소위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 현상’이 지역상권을 중심으로 발생하고 있다. 이로 인해 특색 있는 상권 형성에 공헌한 기존 상인, 수공업자, 예술인들이 임대료 급상승으로 기존 삶의 터전을 잃게 되고, 획일화된 대기업 매장과 대규모 프랜차이즈 업체의 입점으로 기존 상권이 갖는 고유의 특색이 사라지게 됨으로써 오히려 상권이 축소되어 임대인, 임차인, 사업자 등 지역공동체 당사자 모두에게 좋지 않은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이는 전주한옥마을, 홍대 상권, 북촌한옥마을 등 전국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경제적 약자인 임차인을 보호하고 그들의 경제생활 안정과 경제민주화를 도모하는 차원에서 계약갱신 요구기간을 5년에서 10년으로 연장하는 입법정책은 임차인의 안정적인 영업활동 보장이라는 공익적 요청에 부합한다는 점에서 최우선으로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 헌법상의 경제질서는 사유재산제를 바탕으로 하고 자유경쟁을 존중하는 자유시장경제질서를 기본으로 하면서도 이에 수반되는 갖가지 모순을 제거하고 사회복지·사회정의를 실현하기 위하여 국가적 규제와 조정을 용인하는 사회적 시장경제질서로서의 성격을 띠고 있다. 아울러 계약자유의 원칙 내지 경제상의 자유는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 약자보호, 독점방지, 실질적 평등, 경제정의 등의 관점에서 법률상 제한될 수 있다는 것이 헌법재판소의 입장이다.

다만 계약갱신기간의 10년 연장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임대인 재산권 제한 완화를 위한 인센티브 방안’추진이나 계약체결 후 5년이 경과된 임대차의 경우로 제한하여 5년간 ‘한시적 임대소득 조세감면’경과 규정 도입에 대해서도 임대인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법익의 균형성을 유지한다는 측면에서 국회와 관계부처의 꼼꼼한 입법정책적 배려가 요청된다. 끝으로 국회는 방치된 총 23건의 상가임대차보호법 개정안 처리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다면 ‘서촌 궁중족발사건’같은 불행은 반복될 것이고, 나아가 ‘영세상인 소작쟁의’로 확대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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