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길선 전북대 고분자나노공학과 교수

 

필자가 지난 겨울 리히텐슈타인 공국의 파두스시라는 조그마한 도시에 호텔에 체크인을 하는데 이탈리아 출신의 여직원이 반가이 맞는다. 여권을 주니 대한민국 사람인줄 알고 바로 한국말로 ‘안녕하세요?’ 라고 인사를 한다. 그래서 어떻게 한국말을 잘하느냐고 다시 한국말로 물었더니 K-드라마와 K-팝을 즐기기 위해서라고 당당히 말하는 것이 아닌가?

2014년에는 쿠바에 학회 참가차 하바나시에 갔었는데 학회에 온 하바나대학교 화학과 여학생이 한국말로 유창하게 인사하면서 선생님 쿠바에 머무실 동안 자기가 도와드리겠다고 하면서 자기가 한국 이름까지 가졌다고 직접 한국 이름을 써보이기 까지 하였고, 그 당시에 이미 방탄소년단의 팬이라고, 너무 좋다고 하면서 기회가 있으면 한국에 꼭 가보고 싶다고 하였다.

최근에는 우리 실험실과 공동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이탈리아 한 대학의 박사과정 학생이 전주에 3개월 체류하고 나서 하는 말이 이렇게 편리하고, 물가가 저렴하고, 생활비 또한 저렴하며, 친절하고, 음식 또한 맛이 있으며 모든 분야에서 뛰어난 나라는 없을 것이라고 이야기를 하고 갔다.

이러한 위의 세 가지 예는 이미 익히 널리 알려진 예에 불과한데 이 이야기를 왜 새삼스레 이야기하느냐 하면 우리나라의 현재의 경제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이러한 현상들이 일어나기 힘든 것은 이에 주지의 사실이다.

필자도 대학입학 후 지난 40여년을 돌이켜 보면 1975년경 점심시간에 담임 선생님께서 보리혼식과 분식조사를 하고, 1985년경 대학원시절에는 연구비라는 것이 아예 없어서 고생하였던 때에서 이렇게 30여년 만에 우리나라의 모든 상황이 변해버린 데에는 참으로 금석지감이 든다.

이렇게 우리나라가 세계최빈국에서 세계무역대국 6위 그리고 세계유수의 몇  안 되는 제조업 기반의 기술 선도국으로 일어서게 된 것은 우리나라 국민들의 근면성이 바탕되었음을 더 말할 나위가 없다. 외국에서 다 지나간 구식 기술로 지어준 공장에서 정말로 죽기 살기로 일하여 세계 최고의 품질의 것을 생산하고 그것도 단가경쟁력도 갖추면서 세계 시장을 파고들었다는 자체가 기적이 아니고 무엇이랴!

70년대 중동건설현장에서는 아무 축적된 기술도 없는 회사가 기사회생으로 최저가 입찰을 받기는 하였으나 적자를 내지 않고 살아날 수 있는 방법은 오로지 다른 사람들보다 오로지 일을 더 많이, 더 열심히 하는 수 그 이외는 없었다. 파독광부도 그랬고, 파독간호원도 그랬으며, 월남 전쟁터에서도 그랬다. 이러한 것이 산업계를 위시하여 우리 모든 학계, 문학계, 체육계 등에서 그야말로 “죽도록 일하여” 다른 나라들 200~400년에 걸쳐서 이루어낸 것을 우리는 단 40년 만에 이른바 압축성장을 이루어냈던 것이다.

우리 대한민국 근로자들의 일을 수행함에 있어서 민첩성과 저돌성으로 포장된 기업가 정신들은 이미 세계적으로 정평이 나있으며 이는 ‘월화수목금금금’으로 대표되는 즉, 월화수목금토일이 아닌 토요일, 일요일도 일하고 하루에도 24시간 일하는 것으로 세계를 제패하였던 것은 자원도 없고 기술도 없고, 단지 인력만을 갖고 있는 조그마한 땅덩어리에서는 이 길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우리나라 특유의 “빨리빨리”와 최고기술을 향하는 근성이 세계에서 유래가 없는 근로단축이라는 큰 시험대에 올라가고 있다. 물론 근로자들의 생활의 질을 올려야 하는 것은 마땅하나, 모든 산업분야에서 샌드위치가 되어가는 이 마당에 일을 하나 더 해도 모자른 판에 역행한다는 것은 지난 40여년의 경험과는 너무나도 동떨어진 현상이기 때문이다.

필자가 미국 유학시절인 1990년대 초반에 미국의 대학캠퍼스에는 금 오후부터, 토요일, 일요일이 되면 학교의 주 구성원이었던 미국인들 모두 빠져나가고 텅 빈 캠퍼스에는 한국인, 중국인, 인도인 등의 아시아인으로 채워져 있었던 것을 기억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우리나라 대학캠퍼스에도 똑같은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토요일, 일요일에는 우리나라 학생들은 없고 20여 년 전 미국에서 그랬듯이 중국학생, 인도학생 등 외국학생들이 나와서 일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한 때 우리나라의 대표였던 밤에 불이 꺼지지 않는 연구실, 공장 등은 아마도 다른 나라로 넘겨줘야 될지도 모른다. 분명한 것은 우리나라의 경제여건상 앞으로 최소한 10여년은 더 열심히, 많은 양으로 일 하여야 하는 것은 틀림없다.

우리 대한민국 국민들의 근면성은 우리나라의 제일 큰 자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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