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일 전북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한국인의 질병부담보고서에 따르면 우울증은 암, 심혈관 질환, 당뇨 등과 함께 노인들의 건강을 위협하고 삶을 고통스럽게 만드는 질환 중 하나다. 우울증 상태에 있는 사람들은 우울감과 의욕저하 등으로 평소 자신의 일상생활을 유지하지 못하게 되며, 심각한 경우 자살과 같은 위험을 초래할 수도 있다. 하지만, 여전히 우울증이라는 정신질환을 개인의 의지로 이겨내야하는 병이라거나, 나이가 들어 생기는 당연한 변화로 받아들여 방치하는 경우들이 있다. 노인우울증은 제대로 치료를 받지 않으면 수개월 혹은 수년간 노년기의 삶의 질을 심각하게 떨어뜨리기 때문에 예방과 조기에 적극적인 치료가 중요하다.

사실 우울한 기분은 살면서 경험하는 정상적인 심리적 반응 중의 하나다. 하지만 우울한 기분의 정도와 기간이 비정상적으로 길어져 일상생활에 지장이 있다면 정상적이지 않다고 본다. 병적인 우울감의 경우 우울한 기분이 하루의 대부분을 차지하며, 그 외에도 흥미나 즐거움의 현저한 감소, 수면장애, 식욕부진, 기억력이나 집중력의 저하 등의 증상들을 함께 가지게 된다. 또한, 부정적인 사고, 지나친 죄책감, 자살에 대한 생각 및 계획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노인들의 경우 감정표현이 적어서 “우울하다, 슬프다”라는 감정적 표현보다는 수면장애나 신체증상에 대한 호소가 많은 편이다. 가슴 답답함, 소화불량, 두통 등으로 여러 병원을 다니면서 검사도 받아봤는데 심각한 이상이 없거나 아무 이상이 없다고 하는 경우 우울증이 동반된 것은 아닌지 확인이 필요하다.  또한, 노인들에서 우울증이 발병하면서 갑작스럽게 기억력과 집중력이 떨어지는 경우가 있어 치매로 오인되는 경우도 있는데, 치매와 달리 우울증의 경우 치료효과가 양호하기 때문에 전문의의 진료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정신건강의학과에서는 내원하시는 분들에게 자세한 병력청취를 통해 주요정신증상들과 심리사회적 요인에 대해서 파악하게 된다. 우울, 불안 등에 대한 자가보고형 척도나 기억력 등 인지기능에 대한 파악을 위해 선별검사를 실시하기도 하며, 필요한 경우 종합적인 심리검사를 의뢰하기도 한다. 신체질환의 영향에 의해 우울증이 발병하는 경우들도 있어 혈액검사와 갑상선 기능검사를 포함한 호르몬 검사, 뇌영상검사 등을 실시하기도 한다.

노인우울증에 대한 진단을 받게 되면, 지지정신치료, 인지행동치료 등의 전문적인 정신치료기법들을 통한 상담과 약물치료를 받게 됩니다. 우울증의 증상이 심각하거나 자살위험성이 높은 경우에는 입원치료가 필요하다. 보통 처음 우울증을 겪게 되는 경우 개인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6개월에서 1년 정도의 유지치료가 필요하며, 재발하게 되는 경우에는 치료기간이 길어지게 된다.

생활 속에서 우울증을 예방하는 방법으로는 가벼운 산책을 통해 햇볕을 충분히 쬐는 것은 마음의 안정과 수면에 도움이 된다. 또한, 규칙적인 운동은 신체의 건강 뿐 아니라 마음을 안정시켜주는 신경전달물질(세로토닌 등)의 분비를 촉진시킨다. 사회적 위축은 노인 우울증의 주요 증상이기도 하지만 외로움이나 고독감 등은 그 자체가 우울증의 발생에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따라서, 사회활동(노인정, 복지관 등), 종교활동, 취미생활을 통해 적절한 대인관계를 유지하도록 노력하는 것이 필요하다.

평소 어르신들의 마음을 헤아리고 작은 상실이나 스트레스에 적응할 수 있도록 사랑과 관심을 보내도록 하자. 노인 우울증은 가족과 주위 사람들의 관심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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