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택윤 농촌진흥청 국제기술협력과장

중국은 오래 동안 두 자리 경제성장을 이룬 나라이다. 최근 1인당 GDP가 9000 불에 육박하고 있다. 상하이 등 도시지역의 고층 빌딩과 대형 쇼핑몰을 보면 외관상으로는 최소한 선진국에 진입한 것으로 보인다. 2010년을 기점으로 도시인구가 농촌인구를 앞질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중국 국민의 약 40%는 농촌지역에 살고 있다고 한다.

중국 정부는 최근 몇 년간 신(新)농촌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농촌의 활력이 자국 발전에 중요한 요인이기 때문이다. 농촌이 활력을 얻기 위하여서는 근간인 농업의 혁신이 매우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첨단과학기술이 그 뒷받침을 해 줄 수 있기 때문에 최근 들어 뚜렷하게 농업기술혁신 투자에 집중하고 있다. 최근 세계적인 종자기업을 중국 국영기업이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 매입하는 것을 보면 더욱 그런 생각이 든다. 거기다 다른 나라의 농촌 개발 경험에 큰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농업관련 고위직 관계자들이 다른 나라의 농업·농촌 개발에서 얻은 실패와 성공 사례를 듣겠다고 찾아다니고 있다.

중국이 농업과학기술에 관심을 두는 다른 이유는 식량생산성 증진 때문이기도 하다. 세계인구의 20%인 약 14억 명의 인구가 중국 영토에 살고 있다. 세계 최고의 인구를 가진 나라이다. 그러다 보니 어느 나라보다도 식량의 소비가 큰 나라이기도 하다. 중국은 인구에 비해 식량생산을 감당할 농경지는 충분하지 않은 상황이다. 전 세계 농경지의 10% 미만을 개발해 식량생산에 활용하고 있다. 주어진 땅에서 최대한 먹거리를 생산해야 자국민이 필요로 하는 식량을 충족할 수 있다.

그러다 보니 중국 정부는 농업 생산성 향상을 위해 집중 투자하고 있다. 지난 50년간 농업기술개발 투자액이 무려 16배 증가해 그 증가정도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국제식량정책연구소의 통계에 따르면 최근 연간 약 10조원을 공공 농업기술개발에 투자하고 있다고 한다. 이 투자 규모는 동 시점의 우리나라 농업기술 투자의 약 10배에 달한다.

농업기술성과의 파급효과를 감안하면 중국은 세계 농업기술혁신 주도국으로 성장했다고도 볼 수 있다. 어떤 면에서 보면 중국은 농업기술에 있어서 이미 선진국이다. 그 동안 10여 년간 공공영역 농업기술혁신투자에 있어서 세계 1위국인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런 생각이 든다. 해외 농업 전문가들이 중국이 세계 농업을 주도할 것으로 내다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최근 만난 중국 고위 관료는 중국은 유엔에 기여금을 1조 이상 내고 있고, 최근 들어 세계식량농업기구에 수백억을 쾌척했다고 한다. 거기다 아프리카의 과학자 수천 명을 중국으로 초청해 농업기술 교육과 훈련을 시키기도 한다. 유전자 등 첨단농업기술 투자의 성과에 있어서도 세계적으로 최고 성과 수준을 자랑하는 것을 종종 볼 수 있다.

농촌진흥청은 중국 농업과학원과 1992년부터 농업기술분야 공동 관심사항에 대해 70여 연구 과제를 함께 수행한 바 있으며, 450여명의 과학자 교류로 양국 간의 우호를 돈독하게 쌓아 왔다. 이번에도 중국의 농업·농촌 재 활력 정책 이행에 우리나라와 협력이 필요하다고 본다.

우리나라에서 농업기술뿐만 아니라 그 동안 수행했던 농촌 활력 프로그램인 농업·농촌의 6차 산업화라든지, 농작업의 안전, 최근 들어 젊은 농업인 육성 까지 다양한 영역에서 협력이 논의돼야 한다고 본다. 중국의 벼 생산면적은 3천만 헥타르로 우리나라 벼 생산 면적의 약 43배에 달한다. 이번 중국 국립벼연구소 방문에서 만난 중국 벼 전문가는 우리나라의 벼 생산 기계화와 양질의 벼 품종 개발에 관심을 보인다. 우리나라는 이미 벼 생산 기계화와 품질 육종은 오래전부터 경험을 축적해 오고 있다. 이제 상호이익의 교차점에서 새로운 한·중 농업기술협력을 논의할 때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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