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가 침체된 해운산업을 재건하기 위해 추진하는 ‘해운재건 5개년 계획’이 남의 집 잔치로 전락할 우려가 커지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정부의 ‘해운재건 5개년 계획’에 따라 수주물량이 늘면서 최악의 상황을 벗어나 호재를 맞고 있지만 군산조선소 재가동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19일 전북도 및 해양수산부 등에 따르면 최근 현대상선은 정부의 해운재건 계획에 따라 친환경 초대형 컨테이너선 20척을 한꺼번에 발주했다.

국내 단일 선사 발주량(총 3조원 규모)으로는 단연 역대 최대 규모로 수주에 목말라 있는 국내 대형 조선사에는 가뭄 속 단비가 될 것이라는 업계의 전망이다.

이에 현대상선은 건조를 위한 조선사 3곳을 선정했다. 우선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이 각각 2만3000TEU(컨테이너 2만3000개를 실을 수 있는 배)급 7척과 5척을 수주하게 됐고 1만4000TEU급 8척은 현대중공업으로 결정됐다.

또 해양수산부는 해운재건 5개년 계획의 일환으로 국내 건조를 전제로 신조물량 54척를 발주할 예정이다. 이 물량들은 조만간 시장에 나올 것으로 예상되며 현대중공업 역시 이 물량 중 일부를 수주할 가능성이 크다.

이처럼 정부가 침체된 해운산업 재건과 경영정상화를 위해 물량을 쏟아 내고 있지만 군산조선소 재가동의 칼자루를 쥐고 있는 현대중공업은 경영상의 어려움만을 앞세워 정부지원이라는 과실만 따먹고 기업의 사회적 책무를 등한시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최근 도는 비공식적으로 현대중공업 본사를 방문, 군산조선소 재가동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현대중공업은 앞서 최고경영자들이 언급한 수주물량 70척 수준을 강조하며, 70척 이상을 수주해야 군산조선소 재가동 여부를 검토해 보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현대중공업은 한 해 11척의 수주물량에도 군산조선소는 가동됐을 뿐더러 지난 7년동안 70척이상 선박을 수주한 사례는 단 한 차례(78척)에 불과했다.

따라서 재가동을 검토하겠다는 것은 사실상 군산조선소를 포기하겠다는 입장과 다름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정부가 해운산업 재건을 위해 자금을 투입하고 있는 만큼 정부의 자금 투입 취지와 최소한의 사회적 책임의식을 갖는다면 군산조선소 재가동을 조속히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도 관계자는 “현대중공업은 70척 이상의 일감을 확보한 후에야 군산조선소 재가동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며 “이 같은 현대중공업의 입장을 수용할 수 없으며 그동안의 약속대로 최소한 내년 재가동을 위한 절차는 밟아야 한다”고 말했다./김대연기자·r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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