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훈 삼육대학교 약학대학 교수

우리는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에 살고 있지만 ‘가난 때문에 생명을 버리는’ 경우를 종종 본다. 세계 10위권 규모의 경제 대국으로서 국가 경제가 계속 성장하고 있지만 하위 계층 의 가계소득은 국가 경제 성장속도 만큼 늘지 않아서 경제적 불평등이 심화된 탓이다.
이러한 경제적 불평등과 이에 따른 빈곤의 대물림은 대한민국의 미래를 어둡게 하고 있다. 필자는 이를 해소할 수 있는 구체적 방안중 하나로 “전문직능 교육의 행복 사다리 설치 방안”을 제안하고자 한다.
열악한 교육환경 때문에 기회가 상실될 수도 있는 가난한 학생들에게 전문직능 교육의 배려라는 행복사다리를 설치하는 것이다. 소득 최상위 10%의 사교육비가 최하위 10%의 8.5배에 이르는 현실은 교육과정에 이미 빈곤 계층 체계가 고착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는 개인의 노력으로 벗어날 수 없는 절망적 상황을 형성하여 가난한 청소년들이 꿈을 꿀 수 있는 기회 자체를 빼앗아 버린다. 주요 교육 과정에 배려의 손길이 개입하지 않고선 교육 격차를 해결할 수 없다. 꿈을 박탈당한 젊은이들이 이러한 현실을 공정하다고 여길 것인가?
우리는 그들이 꿈을 가질 수 있는 최소한 여건만이라도 조성해야 한다. 그 방안은 빈곤층 자녀들에게 안정적인 직업군으로 인식되고 있는 의약, 법학 관련 전문 직능 교육을 받을 수 있는 특별한 기회(예를 들어 총 인원의 10%를 특별전형으로 선발)를 제공하는 것이다. 우선적으로 의·약학과 같은 전문직능 교육과정에 이 프로그램을 적용해야 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전문직능 분야는 사회적 선호 직업군으로 취업이 용이하고, 취업과 동시에 경제적 안정을 기할 수 있다. 또 이 직업군에 취업은 차상위층 학생들에게 최상의 희망 신호로 작동하여 학습 동력이 되며, 특별 배려와 안정적 취업은 감사 및 봉사의 선순환 고리를 만드는 키로 작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정부는 ‘차상위 계층 특별 전형’ 등의 제도를 통하여 상대적으로 가난한 학생들이 의약 및 법학 대학에 입학할 수 있는 길을 확대하고 있다. 하지만 현장에서 제도를 시행함에 있어 세심함이 부족하여 기대했던 성과를 충분하게 도출하지 못하고 있다. 행복사다리의 목표를 효과적으로 달성하기 위해선 세밀한 프로토콜과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 첫째로 사회가 공감할 수 있는 합리적 목표를 설정해야 한다. 예를 들어 빈곤층의 자녀들이 희망을 가질 수 있는 교육복지 환경의 조성과 21세기 제약 강국을 견인할 수 있는 산업약학 전문인력 양성 체계의 구축을 목표로 설정할 수 있다. 두 번째로 빈곤층에 대한 개념의 정립, 기준 설정 및 검증 절차 등에 관한 체계를 구축하고, 이와 함께 빈곤층을 위한 입학 특별전형 제도를 구축해야 한다. 세 번째로 상대적 학습 부진이 예상되는 대상자들에게 맞춤 교육을 할 수 있는 교육과정과 학습지원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네 번째로 학자금을 지원하고 생활을 지원할 수 있는 체계 즉 학비, 생활비 및 기숙사 등을 준비해야 한다. 다섯 번째는 이러한 특수 목적 교육프로그램을 시행한 후 그 내용과 성과를 평가하고 개선안을 마련해야 한다. 최종적으로 보완 및 국가적 제도로 확대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여기에서도 핵심 문제는 “누가 이 일을 할 것인가?”이다. 이러한 프로그램을 충분히 이해하고 실행하고자하는 의지와 역량을 가진 주체, 가령 우수한 교육체계와 함께 공익성과 사회봉사 정신을 가진 대학 등이 이러한 일을 할 때 기대하는 성과를 도출할 수 있다. 성공적으로 수행된다면 양극화 해소 및 희망을 여는 대학 교육 모델이 구축되어 가난한 젊은이들이 꿈을 꿀 수 있게 될 것이다. 나아가 열정적 전문 인력의 양성을 통하여 신성장 동력 산업의 경쟁력 강화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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