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급대원 폭행사건으로 인해 故강연희 소방경이 세상을 떠난지 벌써 한달이 됐다. 누가 알았을까! 이번 현충일에 그녀를 기리게 될 줄을. 그녀를 떠나 보낸 뒤 익산 소방서 직원들은 그녀의 빈자리를 메우기 위해 더욱더 일에 집중했다. 신규 소방관들이 전입했고 인사이동으로 그녀의 공백은 차차 채워져 갔지만, 그녀를 향한 동료 소방관들의 그리움은 아직도 가시지 않았다.

故강연희 소방경의 순직 이후 바뀐 것은 무엇일까? 구급대원 폭행 문제를 해결할 제도적 변화가 있었을까? 그녀의 순직이후 소방청에선 구급대원들이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장비를 소지하고, 유사시 사용할 수 있는 법적 근거와 폭력행위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법 개정을 추진했다. 이로써 내년부터 최소한의 자기 방어를 위한 전기충격봉이 도입될 전망이다. 이는 [구급대원 폭행 피해 방지 매뉴얼]로도 막지 못한 구급대원을 향한 불가항력적 폭력을 실질적으로 막을 수 있는 긍정적인 변화로 보인다.

그렇다면 바뀌지 않은 것은 무엇일까? 바로 ‘119 구급대원이라면 당연히 궂은일을 도맡아 해야 한다.’는 시민의식이다. 감사하게도 그녀의 순직 소식을 듣고 많은 사람들이 구급대원의 고충에 대해 공감하고 우려를 표했지만, 아직도 일부 극성 민원인들로 인해 현장에 출동한 대원들이 고충을 겪고 있다.

지난 6월 14일 새벽 3시께 주취자를 태우고 병원으로 가던 구급대원이 구급차 안에서 목이 마른데 물을 주지 않았다는 이유로 폭행을 당했다. 이 때 구급대원을 더욱 정신적으로 힘들게 하는 것은 해당 민원인들의 태도이다. 자신의 양심이 찔리는 것을 막기 위해 오히려 당연히 해달라는 식으로 화를 내고 주먹을 휘두르며 구급대원의 보람을 빼앗는다. 동료 구급대원들은 이를 당연히 감내해야할 고충으로 생각한다. 그녀가 받아왔던 이때까지의 폭행사건을 구급대원으로의 고충으로 받아들이다가 결국 자율신경계 장애 및 뇌출혈로 인해 쓰러졌다. ‘구급대원이라면 당연히 이러한 궂은일을 도맡아 해야한다.’라는 시민의식이 그녀를 죽음으로 몰고 간 것이 아닐까. 이제는 모두가 힘을 합쳐 이런 시민의식을 개선할 때가 됐다.

시민의식 개선은 하루아침에 이뤄질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그렇기에 국민들께 단한 가지 바라는 것이 있다. 그건 바로 사명감을 갖고 일하는 소방관에게 건네는 격려와 감사의 한마디이다. 소방이 할 일이 무엇인지 제대로 알아주고 웃는 얼굴로 한마디 건넨다면, 그 한마디를 듣기 위해 소방관들은 최선을 다하는 마음으로 달려갈 것이다. 항상 국민의 눈높이에 맞추며 모두가 존중받는 사회를 만들겠다. 국민과 소방이 만들어가는 희망찬 미래를 故강연희 구급대원이 지켜봐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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