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인상이 전 산업계에 영향을 크게 주고 있다. 이 중 농업분야의 최저임금 논란이 거세다. 농업계는 급격히 인상되는 최저임금의 충격을 줄이려면 우리나라도 일본처럼 지역별, 업종별로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들의 주장은 들을수록 일리 있어 보인다.
FTA 영향으로 채소 값은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같다. 그런데 인건비는 10년 사이 2배 이상 올랐다. 결국 농사를 포기해야 하는 농가가 속출할 것이란 게 농업계의 하소연이다. 올 초 최저임금이 16.4% 오르면서 농가들의 인건비 부담은 한 명당 월 22만1,540원 늘었다. 여기에 국회는 최저임금법을 개정하면서 숙식비를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넣되 먹여주고 재워주기 위해 들이는 비용은 제외하기로 했다.
그런데 농업분야의 특성상 숙식은 현물로 제공되는 게 현실이다. 농식품부 조사에 따르면 농업분야의 외국인 근로자의 97.6%가 숙소를 제공받고 있다. 이 중 무상혜택은 79.1%에 달한다. 식사를 무상으로 제공받는 비율도 80.5%나 된다. 기타 전기료, 가스비 등까지 계산하면 외국인 근로자 1인당 월 50만원에서 100만원이 소요된다. 외국인 근로자들에게 이제부터라도 숙식비를 현금으로 계산해 최저임금에 합산해 주고 어디든 나가서 숙소를 잡고, 집기를 사고, 밥을 해 먹고, 도시락을 싸오라고 한다면 과연 몇 %나 이를 이행할 수 있을까.
외국인 근로자 의존도가 높은 시설채소·축산 농가의 불만은 더욱 크다. 시설채소 농가에서 일하는 외국인 근로자 1명이 10시간 일 할 경우 4kg들이 상추 14상자를 수확하는데, 이는 출하가격으로 9만8,000원 정도다. 이 근로자에게 10시간 최저임금 7만5,300원을 주고, 종자비, 난방비 등을 제하면 농장주는 적자를 면치 못한다. 미숙련 외국인 근로자를 가르치는 것까지 생각하면 농사가 싫어질 법하다.
일본, 캐나다, 뉴질랜드의 경우 현물급여를 최저임금에 포함시킨다. 이들 나라는 현물급여를 최저임금에 포함시키면서, 실제 비용에 대한 물가 수준까지 제시하고, 산입액 상한선까지 다룬다. 서유럽도 현물급여를 최저임금에 산입하는데, 사택, 음식, 차량 제공 등 모든 걸 대상으로 한다. 여기에 일본은 지역별, 업종별로도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하고 있다. 지역의 물가, 경제 여건 등을 고려한 것이다. 국회는 논리적 근거 없이 개정안을 다룰 게 아니라, 농민들의 상식적인 목소리를 반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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