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내세웠던 ‘가야사 복원’ 공약으로 고대사 연구·개발·마케팅에 있어서 ‘가야사’ 광풍이 불고 있다. 각 부처 예산편성이 마무리 단계에 있는 지금 문화체육관광부와 문화재청 등 국가예산 곳곳에 가야와 관련된 예산들은 묻지마 편성의 우려까지 자아내고 있다. 남원과 장수 등 가야사의 한 축을 받치고 있는 우리 전북의 입장에서도 결코 놓치지 않아야 할 기회임은 틀림없다. 미래지향적 관점에서 놓쳐서는 안 될 밥그릇인 것이다. 하지만 그 전에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는 일에 소홀히 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된다.

 

국회입법조사처에서 분석한 ‘익산 미륵사 복원사업 추진현황’을 살펴보았다. 먼저 경북 경주를 중심으로 한 ‘신라왕경 핵심유적 복원·정비사업’의 경우 2014년부터 2025년까지 12년 동안 국비 6,615억원 지방비 2,835억원 등 총 9,450억원의 사업비가 투입되고 있고 투입될 예정이다. 이 사업은 월성, 황룡사, 동궁과 월지, 월정교, 쪽샘지구, 대형고분, 신라왕경방, 첨성대 주변 등 8개 과제의 발굴·복원·정비를 목적으로 하고 있다.

 

반면, 우리 전북 익산을 중심으로 한 ‘미륵사 복원사업’을 보자. 2017년부터 2038년까지 22년 동안 총사업비 630억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사업의 내용도 토지매입, 고증연구, 발굴조사, 유적정비, 유적복원 등이며, 구체적으로 배수로 정비사업과 복원정비 기본연구, 심화연구, 복원 설계 등이다.

 

 경주 12년 동안 9,450억원, 익산 22년 동안 630억원

 

경주와 익산에 국가예산이 투입되는 문화재 복원 사업의 현주소다. 연 평균 사업비 규모는 경주 787억원, 익산 28억원이다. 28배 차이다. 사업의 내용에 있어서도 경주 왕경복원사업의 경우 주요 유적 발굴 및 복원사업이 구체적으로 추진되면서 관광 인프라 구축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12년 후 경주는 제2의 부흥기를 맞게 되는 것이다. 반면 익산은 이제야 토지매입과 고증연구, 발굴조사가 시작되고 그 결과에 따라서 유적정비와 유적복원이 이뤄질 예정이다. 관광객 유치 등으로 지역경제 활성화에 직접적인 영향을 초래할 수 있는 효과를 기대하는 것은 하대명년이다.

 

물론, 경주와 익산을 상대 비교하는 것이 무리라는 지적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3공화국 이후로 진행되어 온 백제와 신라의 유적 발굴과 복원사업의 1단계는 부여, 공주와 경주에서 진행이 되어져 왔고, 이제 2단계 사업이 착수되는 시점이라고 본다면 익산과 경주를 상대 비교하는 것이 지나친 억지라고 보지는 않는다. 오히려 경주는 학술적으로 수차례 시도에도 불구하고 ‘왕궁’의 실체조차 고증되지 않았음에도 ‘왕궁’ 대신 ‘왕경’이라는 우회전략을 통해 거대 국책사업을 발굴한 것이다. 반면 삼국시대 유일한 ‘왕궁’의 소재지인 익산은 좋은 여건이 갖춰졌음에도 불구하고 국책사업의 발굴 기획조차 진지하게 고민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12년간 1조에 가까운 엄청난 예산이 집중 투입되는 사업과 22년간 630억원의 예산이 찔끔찔끔 투입되는 사업의 결과가 지역에 미치는 효과는 어떻게 나타날까. 생각만 해도 아찔하고 재앙에 가까운 차별임에 틀림없다.

 

 인식 전환으로 우리 몫 찾기, 행정·시민 합심해야

 

정부 탓만 하고 있을 수도 없다. 지금 우리 전북이 문재인 대통령에 열광하는 것은 우리가 뽑아준 ‘우리 대통령’이라는 인식이 깊게 배어져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당당하게 요구해야 한다.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아 줄 것을 말이다. 왜 우리 익산은, 전북은 관광객들이 찾아오지 않을까. 굴뚝산업에서도 한참 뒤떨어지더니 관광산업에서도 뒤쳐져야만 한다는 것인가. 한탄만 하고 있을 일이 아니다.

 

현상을 냉정하게 바라보고 냉철하게 분석한다면 문제의 소재를 찾게 되고 해법도 모색되기 마련이다. 최근 익산에 ‘왕궁건립추진시민모임’이 자발적으로 결성되어 활동에 돌입하였다. 이를 의제화하고 정책적 입안으로까지 승화시키는 추동력이 절실하다. 그동안 소극적이고 패배의식에 젖어 있던 우리 스스로의 모습을 털어버리고 요구할 것은 당당하게 요구하고 찾아야 할 내 몫을 찾는데 한치 소홀함이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또 그러한 과정에서 광역이든 기초든 지방정부의 역할과 책임에 대해서도 똑부러지게 요구해야 한다. 이러한 시민의식이 고취되지 않는 한 지금의 고단한 삶은 결코 더 나아질 수 없음이 분명하다.  /고 상 진 데이터정치경제연구원 연구실장. 행정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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