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선우 전북서부보훈지청장

 

 올해도 어김없이 청사앞 화단에는 앵두가 담장너머 장미를 시샘하듯 빨갛게 물들어가고 매실도 튼실하게 익어가고 있다. 호국보훈의 달인 6월이다. 6월과 함께 찾아온 더위는 옛 선열들이 나라를 생각했던 마음처럼 나날이 뜨꺼워 지고 있다.
 사람은 망각의 동물이면서 기억의 동물이기도 하다. 우리는 매 순간마다 기록을 남기고 그때를 기억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기억은 또 다른 고난이 닥칠 때 같은 실수를 하지 않게 해준다. 이런 의미에서 호국보훈의 달은 현충일, 6·25전쟁, 제2연평해전 등 6월에 찾아오는 아픈 역사를 함께 추모하고 나라를 지켜준 분들에 대해 감사드리며, 이를 통해 우리 모두가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자부심을 갖고 한마음으로 화합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시작되었다.
 국가보훈처는 올해 호국보훈의 달 슬로건을 “나라를 위한 희생과 헌신, 평화와 번영으로 보답하겠습니다.”로 정하고, 추모의 날인 현충일에 대한 국민의 관심을 높이기 위해 6월 6일 10시에 다같이 묵념하자는 취지의 6610묵념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모든 분들이 현충일에 조기를 반드시 게양하고 오전 10시 사이렌소리에 맞추어 순국선열과 호국영령께 묵념을 드려 현충일의 의의를 기릴 수 있었으면 좋겠다.
 현재, 민족의 비극인 6.25전쟁에 참여했던 분들의 평균연령은 88세로 구순이 다되어 간다. 이분들 대부분이 노인성 질환 등으로 거동이 어렵고 일상생활도 불편하시다. 국가보훈처에서는 혼자 또는 부부만 살고 계시는 고령의 보훈가족 등을 보훈섬김이 선생님이 찾아가 청소, 식사수발, 말벗 등 이분들이 좀 더 편안한 삶을 사실 수 있도록 도움을 드리고, 자주 찾아 뵙지 못하는 자녀들에게도 근황을 전해 주는 재가복지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
 “내 딸보다 더 잘하는 보훈섬김이를 보내주어 고맙다. 우리들을 더욱 예우해 주려는 모습들을 볼 때 대한민국이 너무 자랑스럽고, 정말 마음이 따뜻해 진다”면서 내 손을 꼭 잡아주시던 참전유공자가 생각난다.
 얼마 전에 보훈섬김이 선생님이 매주 한번 찾아가서 도움을 드리는 참전유공자가 돌아가셨다. 이분은 홀로 사시지만 노인회관 등을 다닐 정도로 평소 건강하여 자녀들도 한달에 한두번쯤 안부 전화만 드렸는데 갑자기 심근경색으로 돌아가셨다. 다행히 보훈섬김이 선생님이 조기에 발견하여 자녀 및 경찰에게 알림으로써 무사히 장례를 치루었다. 자녀를 비롯한 친족들 모두가 “가정형편이 어려워 자주 찾아뵙지 못해 항상 죄송했는데 정부에서 매주 찾아와 도움을 주고, 이렇게 시신이 부패하기 전에 무사히 장례도 치룰 수 있게 해주어 너무 감사하다”는 말씀을 아끼지 않으셨다. 복권기금으로 운영되고 있는 “보훈가족을 위한 재가복지서비스”는 정말 잘한 일이라 생각한다. 더 많은 보훈가족들이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효율적인 관리시스템 구축 등 제도가 발전되고 현장에서 직접 모시는 보훈섬김이 선생님을 비롯한 관계공무원, 나아가 시민들이 존경과 감사한 마음으로 예우에 최선을 다할 때 이분들의 남은 여생은 더욱 행복해 질것이다.
 이와 같이 우리 주위에는 관심을 가지고 돌보아야 할 보훈가족이 많다. 이분들은 일제가 침략했을 때 나라를 되찾기 위해 싸우셨고, 6.25전쟁 등 나라가 위기에 처했을 때 분연이 일어나 목숨 바쳐 헌신하신 분들과 그 유·가족들이다.
 현재, 우리지역 기관장이나 공사단체장과 보훈가족을 1:1로 연계하여 이분들을 정기적으로 찾아가 위로 격려하는 사회공헌 차원의 힐링 멘토링(Healing-Mentoring) 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익산시 교육지원청 등 20여기관·단체에서 참여하여 보훈가족에게 자긍심을 높여 주고, 지역사회에는 존경과 감사의 사회분위기 확산에 기여하고 있다. 호국보훈의 달을 계기로 더 많은 기관·단체에서 참여 해주었으면 좋겠다.
 또한, 우리지역에서는 호국보훈의 달 행사의 일환으로 보훈가족과 익산시민이 함께하는 '익산사랑 콘서트'를 6. 16. 익산 배산체육공원 야외무대에서, 6월의 “보훈문화산책 음악회”를 6. 21. 전북서부보훈지청 청사에서 열고, “애국울림콘서트”를 6. 23. 솜리문화 예술회관에서 개최하는 등 보훈가족을 위로?격려하고, 시민들이 보훈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도록 다양한 행사를 추진할 계획이다.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참여를 바란다
 아울러 호국보훈의 달 한 달이라도 가까운 현충시설이나 국립묘지를 방문하고 이웃 보훈가족을 찾아 위로하고 감사드림으로써 이분들이 나라사랑의 큰 보람을 느낄 수 있도록 해드리는 등 많은 관심을 당부드린다. 6월 호국보훈의 달을 계기로 국민통합과 화합을 이루어 우리나라의 평화와 번영이 하루빨리 앞당기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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