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융합기술원장  이   성    수

스웨덴의 항구도시 ‘말뫼’는 우리에게 익숙한 도시가 되었다. 자동차(세계 3대 상용차메이커인 스카니아 창립지)와 조선이 주력인 도시였는데, 코쿰조선소의 ‘코쿰스 크레인(Kockums Crane)’이 단돈 1달러에 현대중공업에 팔리던 2003년, 시민들이 흘렸던 ‘말뫼의 눈물(Tears of Malmoe)을 기억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현재 말뫼에는 과거에 흘리던 눈물의 흔적을 찾을 수 없다. 벤처기업가와 젊은이들이 늘어나고, 삶과 교육, 직장과 환경이 조화를 이루는 환경친화지구로 변했다. 조선소와 코쿰스 크레인이 있던 자리에는 말뫼대학교와 54층의 주상복합 건물인 ‘터닝 토르소(Turning Torso)’가 들어서 신재생에너지, BT. ICT기술의 첨단산업 도시로 탈바꿈된 것이다.

군산은 여러 가지로 말뫼와 닮아 있다. 조선과 자동차 중심의 산업적 요소가 판박이라는 사실과 항구도시라는 지리적 여건 뿐 아니라, 주력산업의 충격까지 닮아 있다. 그렇다면 우리의 미래는 어떨까? 말뫼가 ‘눈물’을 지우고 ‘말뫼의 터닝’으로 혁신한 것을 보면서, '터닝군산'의 새 모습을 그려 본다.

4차 산업혁명과 자동차를 연결시키는 키워드는 케이스(CASE)로 요약된다. CASE는 연결성(Connected Car), 자율주행(Autonomous), 차량공유(Shared Car), 전기차(Electrification)를 칭한다. 그럼 CASE와 지금의 군산, 나아가 전북의 희망으로 연결하는 자동차 산업구조를 변화시킬 키워드는 무얼까? 필자는 “전기상용차와 자율주행차”라고 본다.

필자는 종종 이런 질문을 듣는다. ‘전기차가 현재 활성화되고 있지만 아직 수요가 미미하고, 자율주행차는 시장이 열리지도 않았는데 그런 사업이 우리 지역에 도움이 될까?'라고, 그럴 때마다 ‘전기차와 자율주행차는 우리가 궁극적으로 이뤄야할 미래의 모습, 즉 비전이다’고, 그리고 사업 로드맵에 대해 설명하면 수긍하곤 한다.

먼저, 스마트 테크비즈센터 구축사업을 추진한다. 창업과 교육, 제조와 연구가 어우러진 기업 육성의 허브 역할을 수행하는 곳이다. 특히 4차 산업혁명에서 중요성이 점점 커지고 있는 전기?전장과 관련한 신산업 생태계 구축 역할을 하게 된다. 3D 프린팅과 사물인터넷 기반기술을 활용한 시제품 제작 등이 가능한 창의적 공간도 제공된다. 스웨덴의 ‘터닝 토루소’의 역할을 한다고 보면 된다.

두번째로는 코랩(Co-Lab)센터 구축사업을 추진한다. 코랩센터에는 전기차와 자율주행차를 개발하는 단계별로 필요한 기술개발 인프라가 구축된다. 부품, 모듈, 차량 단계에서 센서, 모터, 제어기 등 부품업체의 활발한 기술개발을 지원할 다양한 장비와 시설들은 사업화 촉진의 매개체가 될 것이다.

세 번째로는 자율주행 테스트베드를 구축한다. 군산에는 10월 완공을 목표로 전국 최초의 주행시험장이 구축되고 있는데, 이곳에서는 저속(60km 이하)상태에서의 시험이 가능한 1단계의 실증 시험장이 가능하다. 2단계 실증에는 고속주행이 가능한 자동차전용도로 등 10km 정도의 특정구간이 필요한데, 이를 새만금 하부의 수변도로에 구축하는 것이다. 더하여 폭우모사도로와 빅 데이터 활용 기반의 서비스 사업으로 확대될 수 있는 기반인 관제센터도 구축한다. 마지막단계인 3단계 실증에는 새만금 내부도로를 활용하여 진행할 계획이다. 이로서 1~3단계의 자율주행 테스트베스가 새만금-군산에 완성된다.

네 번째로는 스마트 특장 클러스터 조성사업을 추진한다. 2023년 개최되는 새만금세계잼버리대회와 연계하여 대회장 내부, 체험장, 이동시에 활용될 다양한 특장 기술을 스마트화하고 사업화로 연계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이외에도 관련된 기술개발사업, 인력양성사업과 기업지원 사업들이 다양하게 연계된다면 중장기적으로 우리지역이 4차 산업혁명시대를 슬기롭게 개척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특히 강점을 가진 건설기계와 농기계산업과 융합하면 보다 큰 시너지를 낼 수 있다.

물론, 군산은 지역적 여건도 산업적 여건도 말뫼와 비슷하지만 같지는 않다. 그러나 시련을 극복하고 새롭게 도약할 '캐터펄트(catapult, 항공모함에서 육중한 항공기를 이륙시키는 증기 사출장치)'를 스스로 개척해야 한다는 점은 온전히 같다. '터닝군산'을 넘어 '희망전북'의 그 날까지 산학연관이 한마음 한 뜻으로 함께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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