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혁용 작가의 29번째 개인전이 교동미술관 초대로 27일까지 교동미술관 2관에서 열린다.
한동안 나무로 책을 만든 일련의 작품을 선보인 그가 이번에는 동과 스테인리스, 알루미늄으로 새로운 작품을 선보인다. 나무에는 생명이 있었고 시간이 있었다. 삶의 흔적이 있었고 지난 시간들의 연흔이 고스란히 남겨져 있다. 나무로 만든 책에 담겨있던 시간들의 따스함이 금속으로 만든 이번 작품에도 담겨있다.
  그는 이번 전시에서 현재까지 이어지는 문자와 책으로 이어진 인류문명의 전달과 공유를 이야기 한다. 인류문명의 발달과정에서 혼란과 분쟁으로 조금은 뒤틀리고 왜곡되었지만 인류 공통의 지혜가 모아진 책을 통해 전해진 보편적 이성과 합리성으로 한 시대, 한 시대를 이어온 과거를 힘겹게 자란 대나무를 통해 이야기 한다. 이런 시간들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의자는 너럭바위처럼 펼쳐진 금속재질의 책이다. 인류 공통의 지혜까지 모아진 책은 친숙하게도 테이블과 벤치 등의 모습으로 새롭게 태어나 관객과 소통한다.
높이가 3m에 이르는 책기둥은 마치 산업혁명의 상징인 굴뚝의 모습처럼 우뚝 서 있다. 혹은 한 시대를 이어온 대나무의 모습처럼 다가오기도 한다. 마치, 낡은 책 속에서 미래를 발견하고자 했던 작가의 긴 여정에 매듭이 지어지고 있는 듯 한 느낌이다.
  현재 전북대 미술학과 교수이며 한국미술협회 이사와 한국조각가협회 이사를 맡고 있다.
/이병재기자·kanada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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