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스승의 날을 폐지해 주십시오.”

 

전주지역 한 초등학교 교사 A씨는 스승의 날만 되면 한숨이 절로 나온다.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이른바 김영란법 시행 이후 학부모와 학생들과의 눈치싸움이 여간 불편한 게 아니다.

A교사는 “교사로 일한 지 올해로 4년이 됐는데 김영란법 시행 전부터 스승의 날 자체가 불편했지만 확실히 시행 전보다 후가 더 불편해졌다”며 “옛날 그 촌지의 개념이 없어진 이후 교사가 됐지만 학부모들도, 교사도, 아이들도 모두 불편한 스승의 날이 돼 버려 의미가 없어진 것 같다. 아이들과의 정서적인 교류마저 불편해졌다”고 아쉬워했다.

A교사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스승의 날을 폐지해 달라는 요구도 잇따라 나오고 있다.

지난 21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스승의 날을 폐지해 달라는 제목으로 청원 글이 게시됐다.

주요 내용은 교권존중과 스승공경의 사회적 풍토를 조성해 교원의 사기진작 및 사회적 지위향상을 위해 지정된 스승의 날이 오히려 스승의 사기를 떨어트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리동남초등학교 재직 중인 정성식 실천교육교사 모임 회장은 청원을 통해 "교사에 대한 정부기관과 우리 사회의 인식은 여전히 '촌지나 받고 있는 무능한 교사'라는 인식에서 조금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교권침해는 나날이 늘어가고 있고, 언론의 교사 때리기가 도를 넘고 있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스승의 날은 유래도 불분명하며 정권의 입맛에 따라 없앴다가 만들기도 했다"며 "우리 헌법이 교육의 자주성, 전문성, 정칙적 중립성을 보장받도록 하고 있지만 정작 교사는 교육의 주체로 살아본 적이 없다. 스승이라는 무거운 짐을 내려놓고 소명의식 투철한 교사로 당당하게 살아가고 싶다"고 토로했다.

해당 청원은 14일 기준 1만 1000명에 달하는 국민의 동의를 표했다.

이밖에도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는 스승의 날을 없애달라는 글이 끊이지 않고 있다.

교사뿐만 아니라 학부모도 불편함을 느끼는 것은 마찬가지다.

학부모 B씨(36·여)는 “어느 날 아이가 ‘선생님께 사탕을 드렸는데 못 받는다고 안 받으셨어요’라며 시무룩해 하는데 부모 입장으로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며 “교사에게 감사를 표하려는 아이의 마음이 김영란법에 저촉되는지 않는지 따져야 하는 게 서글프다”고 말했다.

한편, 김영란법상 학생대표 등이 스승의 날에 공개적으로 제공하는 카네이션이나 꽃은 사회상규상 허용된다./하미수 기자·misu77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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