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것 아무 것도 필요 없어요. 남들에게 베풀면서 올바르게 자랐으면 좋겠습니다.”

 

8일 어버이날을 맞아 만난 반세기에 가까운 시간동안 기부에 힘쓰며 손자들에게 귀감이 되고 있는 임규래(73)씨를 만나봤다.

임씨는 지난 1974년부터 무려 44년 동안 적십자 봉사원으로 활동을 이어왔다.

임씨가 봉사활동을 한 시간도 3만 시간이 넘을 정도로 봉사에 대한 애정이 각별하다.

특히 태풍 등 재난이 발생하면 내 일처럼 직접 나서 복구활동을 벌였으며 겨울에는 저소득 독거노인을 위한 연탄 기탁, 여름에는 삼계탕 나눔 봉사 등 봄, 여름, 가을, 겨울 할 것 없이 솔선수범 봉사활동에 힘쓰고 있다.

관내에 거주하는 노인들 모두가 임 대의원의 이름을 알 정도다.

봉사에 대한 임씨의 남다른 애정으로 현재는 대한적십자사 전국대의원을 맡고 있다.

임씨는 “경제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기부에 대한 무관심이 심화되고 있다”면서 “이런 때일수록 모두가 관심을 갖고 온정을 나눠야 할 때다”고 말했다.

임씨의 이 같은 봉사철학은 손자들에게도 귀감이 되고 있다.

임씨는 손자들이 자발적으로 기부를 하길 원했고 기부와 봉사를 당연하듯 하는 할아버지를 보고 자란 손자들도 할아버지의 뜻을 따라 매년 기부를 이어오고 있다.

임씨의 손자 이도헌(17)군과 재헌(11)군은 할아버지 임씨의 손을 잡고 올해도 어김없이 대한적십자사를 찾았다.

이들 형제는 1년 동안 빨간 돼지저금통에 모은 25만 5050원을 선뜻 내놓았다.

이재헌 군은 “어릴 때부터 할아버지께서 용돈을 조금씩 모으는 방법을 알려주셨다”며 “작은 동전들을 모아 어려운 사람들을 도울 수 있다는 할아버지의 말씀에 동전이 생길 때마다 저금통에 넣는 습관이 생겼다”고 말했다.

이어 “저금통에 저금할 때마다 할아버지랑 부모님이 칭찬을 해주셔서 많이 뿌듯했다”고 덧붙였다.

이씨 형제뿐만 아니라 사촌 누나와 형들도 14년째 할아버지를 따라 기부를 실천하고 있다.

올해까지 이들이 기부한 금액만 1000만 원에 달한다.

임씨는 “내가 좋아서 시작한 기부와 봉사에 손자들이 잘 따라줘서 고마울 따름”이라며 “다른 무엇도 바라는 게 없다. 어려운 사람들을 외면하지 않는 따뜻한 마음을 갖고 참된 어른으로 자라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하미수 기자·misu77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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