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 일본 간사이 공항 근처에서 살던 가족의 이야기는 70년대와 재일교포를 넘어 한국과 일본, 과거와 오늘날을 모두 아우르는 작품입니다.”(이충직 집행위원장)

3일 전주디지털독립영화관에서 열린 ‘제19회 전주국제영화제 개막작 기자회견’에서는 영화제의 화려한 시작을 알리는 개막작 ‘야키니쿠 드래곤’에 대한 이야기들이 오갔다.

개막작은 오사카 만국 박람회가 열리던 시대, 공항 부근에서 곱창구이집을 하는 재일교포 가족들이 30여년 가까이 살았음에도, 나고 자랐음에도 일본 속 한국인으로 살아가는 모습을 그린다.

이는 재일교포 출신의 극작가, 연출가, 시나리오 작가인 정의신 씨가 쓰고 연출했다. 2008년 첫 선을 보인 동명의 연극을 영화화했으며 이후 제작한 영화를 상영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정 감독은 “해당 연극을 일본에서 3번, 한국에서 2번 소개해 예상치 못한 큰 사랑을 받았다. 10년이 지난 올해 전주에서 영화로 선보일 수 있어 영광”이라고 소감을 전했다.

영화화한 이유에 대해 “연극도 영화도 한일합작하자는 데서 출발했다. 당시 뭘 쓸까 고민하다 한국과 일본 사이 재일교포가 있고 내가 그 중 한 명이란 생각이 들었다. 관객들이 좋아할까 싶었지만 잊히는 얘기, 지금 아니면 할 수 없는 얘기라 썼다”면서 “연극 당시 많은 이들이 가족의 사랑에 공감했고 보다 많은 이들이 그 기록을 봤으면 해 영화로 만들었다”고 답했다.

극 중 가족은 재일교포라는 낯선 이름과 달리 친근하고 현실적이다. 수십 년간 머문 터전을 빼앗기고 학교에서 따돌림을 당하는 등 이방인으로서의 애환이 깃든 반면, 재혼가정으로 서로를 애틋하게 여기는 모습은 여느 가정과 같다.

어머니 역의 배우 이정은 씨도 “꼭 직계가족이어야 하나…가족의 의미를 묻던 중 이 영화를 만났다. 덕분에 새로운 개념의 가족을 배웠다”고 덧붙였다.

연극과 영화의 차이는 “작은 마을, 작은 고깃집 같은 설정 자체가 연극적이다. 영화세트도 굉장히 좁은 공간이었다. 여기에 학교, 카바레를 넣어 영화 느낌을 살렸다”고 말했다.

한국과 일본 배우들이 호흡을 맞추는가 하면 한국 배우들이 일본어를 소화한 것도 관심을 끌었다. 아버지 역의 배우 김상호 씨는 “일본어는 못하지만 아버지로서 극의 중심을 잡아야 했다. 현장에서나 술자리에서나 일본 배우들에게 믿음을 얻고자 노력했다. 반쯤 촬영했을 땐 번역기로 대화하고 정말 친하게 지냈다”고 떠올렸다.

이정은 씨는 “한 달 전쯤 일본에서 기자 시사회하던 날, 가족(일본 배우들)에게 연락이 왔다. 어머니 보고 싶다고. 나도 전주에 도착하자마자 그들에게 문자를 보냈다”면서 “오사카 사투리는 선생님이 계속해서 지도해줘 부족하지만 말할 수 있었다”고 했다.

배우 임희철 씨는 “무대에서만 활동하다 처음 영화를 찍었는데 거기 있던 모든 날, 모든 사람이 소중하고 생생하다. 일본배우들과 여전히 연락한다”고 밝혔다./이수화기자‧waterflower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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