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취자를 구조하는 과정에서 폭행을 당해 치료를 받다 숨진 故강연희 소방위가 ‘뇌동맥류 파열’로 인해 숨졌을 가능성이 있다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중간 부검 소견이 나왔다.

2일 전북경찰청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구급대원 강연희(51·여)씨 직접적인 사인을 밝히기 위해 시신을 부검했다.

국과수는 강씨의 뇌동맥류 파열로 인해 출혈이 발생했고 이로 인해 사망에 이르렀을 가능성이 있다는 중간 부검 결과를 내놨다.

강씨는 지난달 2일 오후 1시 20분께 익산시내 한 종합병원 앞에서 주취자 윤모(48)씨의 손에 머리를 5~6차례 맞았다.

술에 취해 도로 한복판에 쓰러져 있던 윤씨는 자신을 구조해준 강씨에게 심한 성적인 욕설과 함께 폭행을 휘둘렀고 이로부터 사흘 뒤 강씨는 심한 어지럼 증상과 경련, 딸국질 증상을 보여 병원을 찾았다.

극심한 스트레스가 원인이라는 의사 소견을 받았다고 한다.

이후 24일 뇌출혈과 폐부종 진단을 받아 수술을 진행했으나 자발 호흡이 불가할 정도로 증세가 악화돼 치료를 받다 8일 만인 1일 오전 5시 10분께 끝내 숨졌다.

경찰은 윤씨의 폭행이 강씨의 사망과의 직접적 연관성이 있는지 밝히는 데 수사력을 집중할 예정이다.

경찰 관계자는 “중간 부검 결과만으로는 폭행을 직접적인 사인으로 단정지을 수는 없다”며 “한 달 뒤 발표되는 최종 부검 결과와 폭행이 이뤄진 병원 폐쇄회로(CC)TV 영상 등을 토대로 폭행치사 혐의를 적용할 수 있는지 수사를 진행 하겠다”고 밝혔다.

전북소방본부는 윤씨를 검찰에 송치하고 강씨에 대한 순직 처리와 함께 소방경으로 1계급 특진시킬 계획이다.

강씨의 영결식은 3일 오전 10시 익산소방서 차고에서 익산소방서장(葬)으로 엄수될 예정이다.

한편, 소방관이 술 취한 시민을 구조하다 폭행·폭언 피해를 당한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다는 조사가 나왔다.

홍철호 의원이 소방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전북지역에서 최근 5년 동안 21건의 소방관 폭행이 발생했다.

홍 의원은 “119신고자가 주취 또는 자해ㆍ자살 시도 등의 위험 상황에 있다는 것을 인지할 경우 경찰과 구급대가 동시에 출동할 수 있도록 119대응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며 “또 상습 주취 및 폭행 경력자에 대한 별도의 정보 등록ㆍ공유 등을 통해 사례관리 대책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주취자의 경우 형의 감경 없이 현행법에 따른 엄격한 사법적인 조치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하미수 기자·misu77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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