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각 중증장애인 제과제빵사 신홍섭(53)씨는 경력만 20년이 넘는다. 우수기능인 선정부터 전북장애인 기능 경기대회 금상, 최근에는 장애인 고용 촉진 유공에 따른 대통령 표장 수여까지 홍섭씨에게 장애는 더 이상 걸림돌이 아니다.

장애인의 취업이 어려운 오늘날, 그는 취업을 앞둔 장애인들에게 “자신의 실력을 쌓는 것부터가 시작이다”고 조언했다.

홍섭씨는 7살 유년시절 고열을 앓으면서 청력을 잃었다.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해 세상의 소리와 멀어졌다.

25살 성인이 된 홍섭씨는 먹고 살기 위해 빵집에 들어가 기술을 배웠다. 밀대로 두들겨 맞는 일도 비일비재했다. 즐거울 수만은 없지만 묵묵히 인내했다.

그는 전주 명물 ‘수제 초코파이’를 만든 주역이기도 하다. 풍년제과에 근무하면서 인수과정도 경험했다. 풍년제과(주)강동오케익 강동오 대표와 연을 맺은 것도 올해로 13년째다.

직장 동료들은 홍섭씨에 대해 성실하면서도 긍정적인 사람이라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지체장애를 앓는 배우자와 자녀를 돌보면서 오전 6시 출근해 하루 8시간 근무한다. 청각장애인인 동료와 병원에 납품하는 빵 200개를 매일같이 굽는다.

신홍섭씨는 “모든 일은 마음먹기에 달렸다. 노력이 있다면 못할 일 없다”고 강조했다.

홍섭씨가 근무하는 풍년제과(주)강동오케익은 장애인이 낯선 기업이 아니다. 직원 35명 중 22명이 장애인이다. 장애인 10명 이상을 고용한 기업에 주어지는 장애인 표준사업장 전북 14곳 중 한 곳이다.

사업장 곳곳에는 장애인 경사로, 승강기, 점자 블록 등 장애인을 배려한 흔적이 역력하다. 또 턱을 없애 휠체어 이동을 자유롭게 했다. 올해는 장애인 재직자 등을 대상으로 한 직업능력 교육시설 설립도 준비 중에 있다.

강동오(53) 대표는 함께 근무하는 장애인들에 대해 ‘동료’, ‘가족’, 장애인 고용은 ‘마음이 하는 일’이라 표현했다. 오랜 기간 가족보다도 많은 시간을 함께하면서 눈빛만 보아도 서로의 생각이 통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물론 장애인 고용이 쉬운 일만은 아니었다. 편견과 차별로 닫힌 장애인들의 마음을 열기 위해 시간이 필요했다.

강동오 대표는 “편견을 버리고 배려하는 마음을 갖는다면 장애인 고용은 구인난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의 해결책이 될 수 있다”면서 “처음에는 더디고 서툴 수 있으나 시간을 갖고 기다린다면 장애는 직무에 걸림돌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장애인 고용을 희망하는 사업장의 경우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전북지사를 통해 시설 자금 융자, 고용 장려금 등의 지원을 받을 수 있다./권순재기자·aonglh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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