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광길 전북대학교 스포츠과학과 강의전담교수

 

스포츠 경기를 즐겨보다 보면 우리는 흔히 더비(Derby)라는 말을 듣게 되며, 라이벌 끼리 경기가 있을 때마다 그 경기를 더비라고 표현한다. 그러나 이 더비라는 의미가 정확하게 무슨 뜻인지 제대로 알고 사용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더비는 보통 연고지가 같은 팀들이나 라이벌 의식이 강한 팀들이 경쟁하는 시합을 일컫는 단어인데, 이러한 더비의 어원에 관하여 몇 가지 설이 있다.
19세기 중반, 영국 중부에 위치한 소도시 더비(Derby)에서 기독교 사순절 기간에 성 베드로 팀과 올 세인트 팀이 치열하게 축구경기를 벌인 것이 기원이라는 설이 가장 지배적이다. 그리고 12세기, 영국 더비셔(Derbyshire)주 에쉬본에 있는 헨모어 강을 경계선으로 하여 북부 주민들과 남부 주민들이 정기적으로 축구경기를 벌였다는 것이 더비가 되어 파생되었다는 또 다른 설도 존재한다.
더비 경기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같은 지역 기반을 둔 경기일 때에는 로컬 더비라 하고 한 나라를 대표하는 팀들 간의 경기가 있을 때에는 내셔널 더비라고 표현한다. 엘 클라시코 더비(레알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의 경기)와 데르비 더비(유벤투스와 인테르의 경기)는 대표적인 내셔널 더비라 할 수 있고, 맨체스터 더비(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맨체스터 시티의 경기)와 북런던 더비(아스널과 토트넘의 경기)는 대표적인 로컬 더비라 할 수 있다.
이러한 더비는 비단 축구 경기에만 한정되지 않고 다른 스포츠 종목에서도 흔히 사용되기도 하며, 야구나 럭비 등에서도 존재하고 있다. 미국 메이저리그의 뉴욕 양키스와 보스톤 레드락스의 경기와 럭비의 호주와 뉴질랜드의 경기는 유명한 더비경기로 손꼽힌다.
흥미로운 사실은 이 더비경기를 단순히 스포츠 경기로만 평가할 수 없으며 경기 외적인 많은 요소들이 가미되어 발생한다는 점이다. 예컨대, 맨유와 리버풀의 더비경기는 단순히 영국을 상징하는 두 팀의 맞대결을 넘어, 맨체스터와 리버풀 두 도시간의 경제적인 경쟁구도가 녹아 있으며 바르셀로나의 레알 마드리드의 더비경기는 과거 프랑코 독대정권 시절의 영향으로 바르셀로나가 탄압당하기도 했기에 정치?사회적 요소까지 더해져서 다른 경기보다 상당히 거칠어진다.
물론 더비경기 있는 날에는 경기장 안팎으로 종종 사건사고가 발생하는 경우가 있지만 더비 경기가 있음으로 인해 경기의 열기는 그 어느 때보다 몇 배로 가열시키고 팬들의 아드레날린과 엔돌핀을 자극한다는 점에서 최고의 흥행카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더비 경기는 스포츠마케팅 차원에서 매우 중요한 카드인 셈이다. 
최근 한국 스포츠에서도 특히 축구에서 갑작스럽게 많은 더비들이 인위적으로 만들어졌는데 전북과 울산의 경기인 현대가(家) 더비, 전북과 전남의 호남더비, 울산과 포항의 동해안 더비, 포함과 전남의 제철가(家)더비 등의 더비들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우리가 조성한 인위적인 더비경기는 유럽리그를 따라 하기 위해 어설프게 포장하여 더비라 명명하고 특정 경기를 띄우려는 의도에서 만들어 졌다는 점에서 프로스포츠 발전에 그리 낙관적인 모습이 아니라 생각되어 진다.
자고로 더비경기는 라이벌전의 또 다른 표현이며 가장 우선시 되는 것은 상대를 향한 증오심과 경기의 질 향상이다. 우리가 스포츠에서 일본과 영원한 라이벌로 간주하고 그 어떤 경기보다 열정과 관심을 갖는 것은 한국과 일본 간의 역사적 증오심과 더불어 두 팀의 경기력이 경쟁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국 스포츠의 발전을 위해서는 인위적으로 더비경기를 조장하고 만드는 것을 지양해야 하고 역사적으로 자연스럽게 더비가 형성되도록 해야 하며 나아가 스포츠 팀들의 경기력 강화에 심혈을 기울여야 하는 것이다. 이러한 노력이 쌓이고 시간이 흐르면 한국 스포츠에도 자연스럽게 진정한 더비경기가 형성될 것이며 이는 영국과 미국의 사례에서도 자명하게 증명하고 있다.
진정한 더비경기의 형성은 프로스포츠의 발전을 지속시키며 관중들의 경기에 대한 열정과 관심을 유도시킬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필자는 한국과 일본 아이들의 연날리기 시합도 재미있을 것 같다는 즐거운 상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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