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융합기술원장  이   성    수

지금부터 130년 전인 1885년, 다임러와 벤츠가 가솔린 엔진을 이용한 2륜차와 3륜차를 개발한 이래 자동차산업은 인류 문명의 성장과 발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거대 산업으로 발전해왔다.  전북에도 1995년 현대차와 대우차(현 한국 GM과 타타대우상용차)가 둥지를 튼 이래 지난 20여 년 동안 지역 주력산업의 생태계가 구축되었다.

자동차산업은 제조업 중에서도 전후방 연계효과가 막강한 산업이다. 디자인, 시작품, 성능평가 등 개발하고자 하는 차의 모델이 확정되기까지는 물론, 차량이 제작되는 과정에서 금형, 지그, 열처리, 주단조기술 등 뿌리산업이 관여하게 된다. 금형을 이용하여 프레스와 사출기 등 성형장비에서 모양을 만들고 후에 용접과 도장을 한다. 주단조품은 밀링, 선반, 머시닝센터 등을 이용한 가공공정이 필요하다. 판매망, A/S망, 할부 금융망, 그리고 최근의 차량공유서비스망에 이르기까지 자동차라는 利器로 인한 경제활동 영역은 점점 더 다양해지고 있다.

자동차산업의 주요한 특징은 메이저 완성차 업체가 주도하여 성장을 이끌었다는 점이다. 최근 우버(Uber)와 같은 업체의 출현으로 패러다임이 바뀌어 가고는 있지만 완성차 업체의 영향력은 이미 거대 공룡이 되었다. 이러한 영향력이 부품산업을 전속납품이라는 형태로 고착화 시켰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전속납품으로 인해 완성차 회사가 무너지면 관련 부품업체와 생태계가 속절없이 무너지는 부작용을 낳았다는 것이다. 완성차는 부품업체가 파업, 품질불량 등 다양한 사유로 인해 납품이 어려워질 때를 대비해서 복수 업체 납품과 가격 경쟁 유도를 당연시 하고 있는 반면, 부품업체는 전속납품을 강요받고 있다면 이는 공정하지 못하다. 최근 들어 전속납품에서 글로벌 납품의 길을 열어주고 있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한국GM 군산공장이 가동을 멈춘 지도 2개월이 넘었다. 완성차 공장의 라인이 가동을 멈춘 순간부터 주변의 부품업체와 뿌리기업까지 여러 공장들이 문을 닫거나 생산이 축소되었다. 지역의 산학연관 모두가 한 목소리로 한국GM 군산공장의 재가동을 외치고 있지만, 정작 한국GM 노사 양측의 관심은 다른 곳에 있는 것처럼 보여 안타깝기만 하다.

업계의 어려움과 애로를 해결하기 위해 현장을 뛰어다니면서 부품업체의 살길은 일감확보와 거래업체의 다변화라는 너무도 당연한 사실을 다시금 절실하게 느꼈다. 실제로 GM사태 이전부터 납품업체 다변화를 준비해서 납품이 이루어지는 업체의 피해는 그나마 적었고, 미래 또한 암울하지 않았다. 이에 비해 전속거래 업체의 피해는 100%였고 미래 또한 절망적이었다.

전속거래를 탈피해서 공급업체를 다변화하기 위한 방안은 무엇일까? 부품업체가 가장 우선적으로 갖춰야 할 사항은 기술력이다. 그 기업만이 할 수 있는 특화된 기술이 필요하다. 여기서 기술이란 의미는 부품 고유의 특화기술 뿐 아니라 QCD, 즉 생산품질(Quality)과 납품가격(Cost), 납기(Delivery)와 관련한 기술을 포함한다. 동일한 부품을 낮은 가격에 납품할 수 있는 제조기술 또는 동일한 가격에 품질이 높고 불량이 없는 부품을 공급할 수 있는 기술도 특화된 기술이 되는 것이다. 다음으로는 유연 생산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요즘은 소비자의 니즈가 다양화 되면서 생산되는 차종도 매우 다양화되고 있다. 이에 맞도록 부품 생산도 다품종 소량생산이 가능해지도록 유연하게 생산할 수 있는 H/W와 S/W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 스마트 팩토리의 방향도 유연 생산 시스템이 가능하도록 추진되어야 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글로벌 마케팅 능력을 갖춰야 한다. 국내 업체 뿐 아니라 가까이는 일본, 멀게는 유럽, 북미에 이르기까지 글로벌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마케팅 능력 확보가 필수가 되었다.

전북도와 JIAT기술원에서는 일감 확보를 위한 부품업체의 기술개발과 시제품 제작지원 등 다양한 사업을 계획하고 있다. 정부의 추경에 이 같은 사업계획 지원을 요청해 놓은 상태이다. 이들 사업으로 주요 메이저 완성차에 전속된 부품업체의 납품 체계를 전기차 또는 신규아이템  등 연관업체로 다변화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북미지역과 동남아지역 등에 A/S 부품 및 튜닝부품 등을 납품하기 위한 글로벌 협력사업도 발굴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업체의 QCD 확보를 위한 지원 노력도 강화할 것이다.

이제 GM사태로 주어진 시련을 건강한 생태계강화의 찬스로 활용해야할 과제가 우리에게 주어졌다. 이대로 주저앉자 현실을 탓할 수만은 없다. 산업위기지역 극복을 위한 사업으로 선정된 '전기상용차 글로벌 전진기지 조성사업'이라는 메가 프로젝트가 반드시 성사될 수 있도록 산학연관이 하나된 힘으로 뭉치면 전북 자동차산업은 한층 성숙한 산업으로 성장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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