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기 전에 내 동생 얼굴 다시 한 번 봤으면…소원이야, 소원.”

 

6·25 한국전쟁 중 동생과 헤어진 임옥남(89) 할머니는 4·27 남북정상회담을 일주일 앞둔 20일 고향 이야기를 꺼내며 상봉에 대한 기대와 바람, 그리고 걱정과 아쉬움을 드러냈다.

종전 이후 반세기가 넘는 시간 동안 냉전 체제를 유지했던 남·북한이 다시 하나가 될 수 있다는 희망이 작게나마 생겼기 때문이다.

최근까지만 해도 미국과 감정다툼이 오갔던 터라 임 할머니는 기대조차 없이 3년 전 만났던 날만을 기억하며 가슴에 품고 지내왔다.

완주에서 나고 자란 임 할머니는 한국전쟁 중이던 1950년 6남매 가운데 4살 어린 동생 임옥례(85)씨를 북으로 떠나보냈다. 당시 나이 21살, 17살이었다.

가슴에 묻자며 가슴 아픈 나날들을 보내던 중 2015년 죽은 줄로만 알았던 동생 옥례씨로부터 소식이 전해졌다.

제20차 이산가족 상봉에 옥례씨가 신청하면서 생사가 확인, 이후 전북 지역 상봉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모든 시간을 함께 하며 준비한 음식을 건네고 잠도 함께 청하고 싶었지만 규정 탓에 아쉬움을 달래야만 했다.

헤어진 이후 꿈에 그리기만 했던 동생을 만났지만 고향과 가족에 대한 그리움은 어쩔 수 없었다.

오히려 시간이 지날수록 그리움이 더 커져만 갔다.

임 할머니는 뉴스를 통해 남북정상회담 소식을 들은 뒤 잠을 이룰 수 없을 정도로 만감이 교차한다고 전했다.

임 할머니는 “동생이 같은 하늘 아래 살아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기쁘고 좋다. 언젠가는 또 한 번 만날 수 있다는 희망이 있다는 것에 감사하다”면서도 “남북정상회담 소식만 들리만 가슴이 두근두근 떨린다. 이산가족과 실향민을 위한 논의가 꼭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아쉬워했다.

그러면서 “만약 하게 된다면 적은 수의 이산가족을 대상으로 만남을 하는 게 아니라 또 규정도 없이 가족에게 하고 싶은 말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분위기가 보장됐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드러냈다.

한편, 통일부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이산가족 인구는 13만 1447명에 이른다.

이들 가운데 7만 2762명은 이미 생을 마감했으며, 80세 이상 고령 인구는 3만77966명으로 전체 생존 인구의 64.7%를 차지한다. 전북 지역에는 1001명의 이산가족이 거주하고 있다./하미수 기자·misu77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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