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nabi 23
▲ Tree of Life 5-3-7

  “생명나무는 겨울과 봄 어디쯤에서 만난 감나무에서 시작됐다. 겨울의 혹독한 추위에 바짝 마른 나무 가지 끝에서 언뜻 초록이 보였다. ‘그 때 나는 정말 보았던 것일까?’ 내가 본 것이 무엇이었던 간에 죽은 듯 말라버린 그 가지는 생명의 싹을 품고 있었을 것이다.”
  올해는 사진작가 이정록이 ‘생명나무’ 시리즈를 시작한 지 10년째 되는 해다.
  ‘생명나무’ 시리즈는 자연, 대기, 나무의 정령이 빛으로 만나는 교감을 통해 완성된다. 눈에는 보이지 않는 그러나 분명히 존재하는 ‘무엇’과 한시적인 ‘무엇’의 교감에 의한 작업이다.
  오감으로 감지할 수 있는 현실세계 너머를 빛으로 그린 ‘나비(Nabi)’도 마찬가지다. 그는 다양한 형상과 기호였던 빛을 나비로 함축했다. 이곳과 저곳을 오가는 존재, 영혼을 상징하는 나비는 두 세계를 잇는 관문이자 메신저인 까닭이다. ‘Nabi’는 히브리어로 선지자를 뜻한다. 또한 이따금 나타나는 원형은 우주의 근원적인 형태이자 질서에서 발원한 것이다. 단순히 외형적인 형태로써의 원형이 아닌 그 안에 담긴 기운을 전달하기 위해 나비의 형상을 통해 표출했다.
  29일까지 전주 서학동사진관에서 열리는 사진전 ‘빛이 가는 길(The way of light)’은 이정록  작가의 작품 세계를 한 눈에 살펴볼 수 있는 전시다. ‘생명나무’와 ‘나비’를 함께 묶어서 꾸몄다.
  그의 작업은 비교적 쉽게 처리되는 포토샵 작업이 아니라 대형카메라를 들고 직접 장소를 물색하고 설치하고 자연조명과 수십 번 수백 번의 인공조명을 밝혀가며 한 장의 사진을 완성한다. 전시장 한켠에서 그의 작업과정을 촬영한 영상을 볼 수 있다.
  이정록은 세계시장이 눈독을 들이고 있는 소위 잘나가는 작가다. 전시장도 작고 지원금도 거의 없고 작품 판매가능성도 제로인 서학동사진관에서 그를 만날 수 있는 것은 순전히 김지연 관장의 열정 때문이다. 몇 번의 조율 끝에 ‘기왕이면 같은 전라도(작가의 고향은 광주) 전주에서 자기 사진을 보여주며 사진의 작업 과정과 작가의 생각 등 진솔한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는 작가의 승낙을 받았다. 
  김지연 관장은 “이정록 작가의 작품은 긴 시간과 수많은 촬영을 거쳐야 완성되는 것으로 예술사진의 정수라고도 할 수 있다”며 “그의 사진을 보면서 그가 인도하는 불빛을 따라가 보자”고 말했다.
/이병재기자·kanada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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