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철원 전주대 객원교수

혼불학술상 수상자인 서철원 전주대 객원교수가 소설가 최명희의 20주기를 추념하며 <혼불, 저항의 감성과 탈식민성>(태학사·2018)을 출간했다. 역사·민속·신화·제도 등 우리의 다양한 전통을 다룬 소설 <혼불> 속 전통 복원의 의미가 민중의 역사와 민족 정체성 회복에 어떠한 방식으로 작용하고 있는가를 살핀 학술도서다.
  서철원 교수는 <혼불>의 문학적 성격을 파농·슬레먼·무어길버트의 탈식민주의 이론에 근거해 규명, <혼불>은 주제를 구현하는 방식에 있어 ‘전통의 복원’, ‘민중의 역사’, ‘민족 정체성 회복’의 의미를 바탕으로 삼으며, 소설 내부적으로 매안마을 양반층, 거멍굴 하층민, 고리배미 상민층 간의 마을과 마을을 잇는 향촌공동체에 의해 방대한 서사적 구조를 형성한다고 소개했다.
  또한, <혼불>은 등장인물들의 생애와 체험적 요소가 작품 성격을 이끌어가는 중요한 의미를 지니며, 세 가지 특징화된 내용으로 분류했다.
  첫째, <혼불>은 주제를 해석하는 데 있어 ‘전통의 복원’에 관한 내용이 압도적으로 많이 나타나고 있다. 이것은 ‘전통의 복원’을 상위 범주로 하여 그 아래 ‘문화 유형으로서 전통의 기획’, ‘피식민자로서 문화적 정체성’, ‘전통의 근대와 식민주의 모순성’으로 낙원 회복을 위한 망향의식’ 등의 세부적인 하위범주를 구성하고 있다. 여기에는 전통의 복원 의미가 매안마을 양반층을 중심으로 소설 내부에 내재해 있으며, 이것은 역사·민속·언어·지리·신앙·신화 등과 결부해 민족정체성 회복이라는 큰 명제에 접근하고 있다.
  둘째, <혼불>은 거멍굴 하층민의 삶의 방식에 접근하여 ‘민중의 역사’에 대한 내용이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것은 매안마을 양반층으로부터 부여받은 농토를 터전으로 하여 소작을 위주로 한 하위의 삶을 보여준다. ‘가진 자’, 즉 ‘말할 수 있는 자’가 ‘말하기’까지 억압에 대한 저항적인 삶의 방식을 보여주는 것이다. 여기에는 공배네?평순이네?쇠여울네, 옹구네, 달금이네, 춘복 등 거멍굴 하층민의 삶의 방식이 우리의 역사에서 ‘몫 없는 자’, 즉 말할 수 없는 자’로서 ‘하위주체’의 삶을 반영하는 중요한 근간을 보여주고 있다.
  셋째, <혼불>의 ‘전통의 복원’ 의미와 ‘민중의 역사’는 거시적으로 ‘민족 정체성 회복’과 연관되어 나타난다. 이것은 ‘한(恨)’의 공공체적 담론과 연관하여 등장인물들의 문화적 주체로서 젠더화 전략, 고리배미 민중들의 양가적 욕망 때문에 재현되고 있다. 궁극적으로는 매안마을 양반가문과 거멍굴 하층민 사이에 교묘히 있는 고리배미 사람들의 양가적 삶의 유형, 즉 ‘몫 없는 자’이긴 하나 ‘말할 수 있는 자’의 지위를 확보하는 단계에서는 <혼불>이 추구하는 민중의 역사가 식민지 터전을 무대로 하여 반식민주의 이데올로기 관점에서 탈식민적 글쓰기를 보여주고 있다.
  서철원 교수는 “학술상 수상논문인 ‘<혼불>의 탈식민성 연구’를 일 년여 동안 원고(原稿)보다 향상할 수 있는 지점까지 수정·보완해 한 권의 책으로 세상에 내놓았다”면서 “소설 「혼불」의 언어 체계를 비롯해 다양한 담론을 통해 최명희 선생의 문학적 업적을 보완해나가겠다”고 말했다.
  2017년 ‘제12회 혼불학술상’ 수상했고 전북대학교 강의전담교수로도 활동하고 있다.
/이병재기자·kanada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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