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고산성 별장 장영풍 임용교지.

천연기념물인 전주 명물 삼천동 곰솔나무는 어떤 나무였을까? 이 곰솔나무가 전주지역 세력가였던 인동장씨 선산을 지키던 곰솔이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전주역사박물관(관장 이동희)이 14일부터 시작하는 ‘인동장씨 기증유물 특별전-효자동의 유래 인동장씨家 이야기’는 한 집안의 유물을 통해 당시 전주의 생활문화와 역사를 짚어 볼 기회다.
  인동장씨는 효자동 일원에 세거하면서 유력집안으로 성장한 전주의 대표적인 토호세력이다. 효자동의 유래가 된 효자집안으로 17세기에 장개남이 효자로 정려를 받았고, 19세기초 장영풍이 남고산성 별장을 역임하였다. 인동장씨는 재력 또한 탄탄했다. 
  전주 명물 삼천동 곰솔나무(천연기념물 355호)는 인동장씨 선산을 지키던 나무이다. 1995년에 이 지역이 공원으로 조성되면서 인동장씨들이 묘역을 옮기고 곰솔나무를 전주시에 기증했다.
  이번에 전시되는 유물은 집안 대대로 소중히 간직해온 교지와 고문헌, 생활유물 70여 점이다. 이 자료들은 조선초부터 전주에 500년 이상 세거한 대표적인 토호집안의 내력을 보여주는 것으로 장씨일가 만이 아니라 지역사적 차원에서 매우 귀중하다.
  지난해 장씨 할머니(1939년생)가 인동장씨 집안에서 대대로 내려온 유물 120점을 전주역사박물관에 기증했다.
  기증자 장씨 할머니는 누군가 족보를 가져간다고 말해서 거절했다고 한다. 족보는 산사람처럼 대접해서 모셔가는 것이지 가져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옹기를 맡기면서도 바람이 통하지 않으면 썩는 것이니 관리를 잘해 달라고 당부하였다. 이 유물들을 지켜온 마음 자세와 영구히 잘 보존되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이 묻어난다. 
  기증유물로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장영풍이 1813년에 받은 남고산성 별장 임용교지이다. 남고산성은 전주성을 수호하는 산성으로 1812년에 개축되었다. 남고산성별장 교지는 처음 나오는 자료이다.
  별장 장영풍 불망비가 남고산성에 남아있다. 그는 전주지역의 원로로 남고산성 수축에 참여하여 남고진사적비에 이름이 올라 있다. 인동장씨 집안은 장영풍대에 가장 번성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놋쇠그릇, 옹기, 도량형 등 인동장씨 생활유물들도 전시된다. 전주에 세거한 집안의 생활용품들로 전주 토호들의 세간살이를 살필 수 있다. 기증한 대부분 생활용품들이 장씨 할머니의 어머니 때까지도 썼던 것이다. 종가에서 잔치를 하면 200~300명이 모인다고 하였다.
  전주역사박물관 이동희관장은 “조선시대 전주에 세거한 유력한 집안의 내력과 생활상을 살필 수 있는 매우 드문 유물들이며, 이 귀중한 유물들을 잘 보존해서 박물관에 기증해 주신 할머니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전시는 6월 17일까지다.
/이병재기자·kanada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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