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노년을 위해 준비해야 되는 것들

                          전북대학병원 전북지역노인보건의료센터장/ 신경과교수 신 병수

   요즘 진료실에서 노년의 어르신들에게서 염려하는 대표적인 질환이 뇌졸중과 치매라는 얘기를 흔히 듣게 된다. 인간은 삶의 여정 속에서 개개인의 고유한 역사를 만들어왔는데 그 과정에서 지켜왔던 인격체로서 존엄성과 자존감을 헤칠 수 있고, 본인과 다른 가족들에게 고통을 안길 수 있는 병을 두려워하는 것은 가족을 위해 살아온 노년의 삶들에게는 당연한 것이다.

    TV를 켜면 노후생활에 관련된 의료나 연금 보험상품이 매시간 광고되고, 신문은 노년생활에 관한 기획기사를 자주 다루는 것을 보면 우리사회가 노령화 되었다는 사실을 실감하게된다. 의학의 발달과 생활수준 및 환경 개선으로 인간의 평균 수명이 증가되었고, 전체 인구 중 65세 노인인구 비가 현저히 증가되고 80세 이상의 인구수도 증가되는 최고령화 사회로 급속히 진행되고 있다. 보건복지부의 통계자료에서도 2017년 노인인구가 708만명으로 전체인구의 13.8% 이고 2030년 24.5%, 2050년 38.1%로 예측되고 있다. 전라북도 역시 노령화지수는 2015년 기준 전국에서 세 번째로 최고령화 사회로 진입해있다. 1980년대에만 해도 환갑을 잔치로 축하했던 기억에서 이제는 환갑은 새로운 출발이라고 인식하는 사회분위기도 이런 현상이 반영된 것으로 생각된다.
 

   그런데 평균수명이 늘어난 것과 행복한 노년을 보낸 다는 것은 같은 뜻은 아니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대부분의 신체기능이 감소하고 질병에 대한 저항력이 떨어져 노년에는 고혈압, 당뇨, 만성 폐쇄성 폐질환, 심뇌혈관질환, 신장질환, 배뇨장애, 관절염 등의 만성 질환을 한 두가지씩 지니게 되고, 폐렴이나 비뇨기 감염 등 급성 감염성 질환에 이환되기 쉽다. 또한 치매나 파킨슨 병 등 신경퇴행성 질환도 자주 나타난다. 주위의 어른신들이 매일 복용해야만 하는 약의 가짓수를 가늠해보면 쉽게 이해가 가는 현상이다.

   중년이 지나면서 물건이나 장소 이름이 잘 떠오르지 않고, 물건 놓은 곳이 생각이 나지 않아 한참 후에 찾고, 물건을 가지러 갔다가 잊어버려 되돌아오고, 전화번호나 비밀 번호가 갑자기 생각나지 않아 치매에 대한 검진을 받고자 하는 것은 이제 노년의 일상만은 아니다. 물론 대부분 양성 건망증 양상을 보이지만  “깜박깜박” 한다는 단어로 표현되는 기억장애는 건망증에서 경도인지기능장애, 치매까지의 스팩트럼으로 이루어진다.

   뇌 기능 퇴행에 의한 인지장애가 심해 일상생활을 하지 못하는 단계까지 진행되는 치매는 노년의 대표적 질환이고 65세가 넘어서면 발생률이 매 5년마다 두배씩 증가되어 80세가 넘어서면 4명당 1명이 치매를 가지게 된다. 인구의 고령화가 급속도로 진행되면 치매인구도 폭발적으로 증가하여 2017년 7월 기준  65세 이상 노인인구 중 치매환자는 72만5천명, 2024년에는 100만명, 2030년 127만명, 2041년 200만명, 2050년 270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치매환자 의료비 및 요양비로 1인당 연간 총 2,033만원 (2015년 기준)이 필요하여, 치매 환자 관리비용도 2015년 연간 13조 2천억원 (GDP 0.9%), 2050년에는 연간 106조 5천억원으로 증가해서 GDP 의 3.8%를 차지 할 것으로 예측된다.

   그동안 치매어르신의 돌봄은 가정에서 감당해왔다. 대부분이 핵가족화 되어있는 현대 사회에서 치료 및 간병 문제로 가족 간 갈등과 가족 해체 등 고통이 심화되고, 돌봄 부담에 따른 조기퇴직, 정서적 고립 등으로 동반자살을 야기하는 등 사회적 비용지출이 급증하게 되었다. 결국 치매 문제가 이제는 개인 가정의 문제에서 국가의 사회적 책무를 요구하는 시점이 되어 국가가 치매를 책임지겠다는 ‘치매국가책임제’가 시행된 것이다.

   기존의 치매 정책이 치매 인식개선과 인프라 형성, 조기 환자 검진에 초점을 맞추었다면 치매국가책임제는 치매관리 대상을 경증환자까지로 확대하여 국민건강보험 이나 노인장기 요양보험의 급여 제공 확대를 통해 국가가 치매환자 가족의 부양부담을 나눠지는 치매관리 패러다임의 변화를 골자로 하고 있다.
   그 내면을 보면 첫째로, 일대일 맞춤형 사례관리와 치매어르신과 가족에 대한 정보 제공 및 상담을 위해 치매안심센터를 신규 설치하여 총 252개의 센터를 운영해 치매에 관련된 지역사회 인프라를 연계통합하고, 둘째로, 치매어르신 모두 장기요양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요양등급을 확대하고, 치매 전문병동을 확충해 치매안심병원에서 가정에서 돌보기 어려운 이상행동 증상이 심한환자를 단기 집중치료 할 수 있는 의료지원을 강화하고, 노인 장기요양보험 본인부담상한제를 도입하고, 기저귀 등 복지용구와 시설의 식재료비에 대해서도 장기요양급여 확대를 추진하고, 건강보험 본인부담률을 중증환자에서 10%로 낮추고, 치매 진단검사에 대해 건강보험을 적용하여 환자 가족의 요양비와 의료비의 경제적 부담을 완화하여 수요자 중심의 치매관리를 체계화할 수 있는 의료 및 돌봄 서비스 전달체계를 구축하며, 셋째로, 치매예방 및 치매 친화적 환경 조성을 위해 전국 350여개소의 지역 노인복지관을 통해 치매고위험군 대상 인지활동 서비스를 제공하고, 66세 대상 국가건강검진의 인지기능검사 정밀화와 검사주기 단축, 치매어르신 실종 제로사업실시, 치매 노인 공공후견제도 시행 등 치매환자를 위한 사회적 지원 체계를  마련하는 것으로 되어있다.
   치매국가책임제는 완벽하지는 않지만 수요자 중심의 정책변화로 치매로 고통받고 있는 환자와 가족들에게 많은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그리고 행복한 노년을 위해서는 치매의 관리뿐만 아니라 고령화 사회의 문제들인 노인 빈곤과 조기은퇴에 의한 사회활동의 부재, 홀로 남겨진 삶의 질 문제들도 다양한 복지정책과 지원을 통해 사회적으로 해결되어야한다. 이런 정책과 지원을 바탕으로 개개인의 노력과 관리 또한 필수적이다. 정기적인 건강검진과 만성질환의 초기 적극적인 치료 및 대처, 절주 금연 등을 통한 생활습관 관리, 규칙적인 유산소 운동 등을 통한 신체기능 향상, 독서와 쓰기 및 암기 등 두뇌를 사용하여 인지력을 향상 시키는 것, 균형잡힌 식사와 영양섭취, 가족과 친구들과의 소통, 지자체나 복지관에서 운영하는 교육이나 친교활동, 동호회 활동 등 사회참여와 같은 꾸준한 노력이 필요하다.
행복한 노년은 개개인의 고유한 역사를 완성해나감으로써 이루어진다. 잘 준비된 복지 정책과 지원을 바탕으로 우리 스스로의 부단한 노력과 스스로에 대한 투자가 필요한 것이다. 이제부터라도 편리함만 추구하지 말고 몸과 머리를 부지런하게 움직이도록 노력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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