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승 복 (전라북도 환경녹지국장)

만물이 생동하는 봄이다. 겨우내 움츠렸던 온 세상의 만물이 기지개를 켜고 새로운 생명을 잉태하는 따뜻하고 포근한 봄이지만 우리가 방심하는 사이 예기치 못한 재앙을 안겨주기도 한다. 산불이 그것이다. 산불은 특히 이상 고온현상과 계절풍 및 건조한 날씨 등 영향으로 봄철에 가장 많이 발생한다. 재난성 대형 산불발생 가능성이 매우 높은 시기인 것이다. 기후와 숲속 식생이 발생 요인을 다양하게 변화시켜 산불 발생시 더 크고 빠르게 확산되고 심각한 피해로 이어지기 때문에 각별히 조심해야 할 시기이기도 하다.

 산불은 한 순간에 도민의 생명은 물론 우리의 소중한 산림환경 파괴와 막대한 재산피해를 가져다준다. 최근 10년 동안 전국에서 발생한 산불은 연평균 421건에 603㏊의 피해로 3~4월에 49%(207건)가 발생했다. 우리 도에서는 연평균 22건의 산불이 발생했는데 이중 3~4월에 59%(13건)로 이 시기에 집중됐다. 특히 100ha이상 대형 산불발생 10건 중 80%인 8건이 봄철에 발생했다.
 지난해 5월 6일 강원도 강릉·삼척, 경북 상주 지역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은 우리에게 큰 충격을 안겨주었다. 수 십 년 동안 공들여 잘 가꾸어진 1103ha의 산림이 한순간에 시커먼 잿더미로 변하고 주택 36동도 소실되는 등 주민들의 삶의 터전이 한순간에 파괴된 것이다. 이는 산불로 인한 피해와 더불어 인간의 힘으로 자연을 통제하는 일 자체가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를 깨닫게 해 주었고, 사회적으로 산불의 위험과 피해가 산림지역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인식시켜 주는 계기가 되었다.

 이 사례가 말해 주듯이 산불은 수목뿐만 아니라 산림을 터전으로 하는 여러 야생동식물 서식지, 산림토양, 수자원 등 자연생태계를 한 순간에 파괴시킨다. 뿐만 아니라 황폐해진 산림으로 인하여 집중호우시 산사태 등 2차 피해로 많은 인명·재산피해를 가져온다.
 이렇듯 막대한 피해를 주는 산불이지만 우리를 더욱 안타깝게 하는 것은 불가항력의 재난이 아니라 예방을 통해 충분히 막을 수 있다는 점이다. 산불 발생은 입산자 실화 37%, 논·밭두렁 소각 17%, 쓰레기 소각 14%, 담뱃불 실화 5%, 성묘객 실화 4%, 기타 23% 등 우리들의 인위적인 실수나 부주의가 주원인이다. 우리의 소중한 산림자원이 매년 봄철만 되면 나와 우리 이웃들의 사소한 부주의로 한 순간에 잿더미로 변해 버리는 안타까운 상황이 잇따르고 있는 것이다.

 대형재난 산불은 오직 철저한 예방만이 막을 수 있다. 너나 할 것 없이 우리 모두가 경각심을 갖고 예방 활동에 총력을 기울여야 하는 이유이다. 우리는 매년 봄·가을철에 민·관이 힘을 모아 많은 인력과 예산을 투입하여 산불예방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대형 산불에 취약한 3~4월중에는 산불방지 대책본부를 특별대책 기간으로 전환하여 전 직원 비상근무체계를 유지하고, 각 시군 산림부서장은 근무지에 상주해 현장점검을 강화하고 있다. 공무원과 감시 인력을 총동원하여 취약지역에 고정 배치하고, 입산자, 상춘객, 등산객 등 주요 지역을 대상으로 현장중심 맞춤형 산불예방 계도 및 단속활동을 지속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이렇게 산불예방에 도정을 집중하고 있지만 곳곳에서 산불소식이 들려올 때면 안타까운 마음 금할 길이 없다.

 봄철 성묘가 이어지는 청명과 한식이 코앞이다. 산불예방은 도민들의 관심과 인식이 수반되지 않고는 그 효과를 거둘 수 없다. 농산폐기물 및 쓰레기 소각이나 입산통제구역 내 입산금지, 산림 내 인화물질 소지 금지, 불법 산나물 채취 금지 등 산불예방에 전 도민의 협조가 뒤따라야만 한다. 다른 재해와는 달리 수 십 년이 지나야 겨우 복원이 가능해지는 만큼 이렇듯 소중한 산림을 한순간의 실수나 부주의로 잃어버리지 않도록 우리 모두가 산불조심의 생활화와 경각심을 갖고 예방 활동에 힘을 모아야할 때다.

저작권자 © 전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