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 꾄 단추를 바로잡는데 18년의 세월이 소요됐다. 익산 약촌오거리 택시기사 살인사건에서다. 목격자였던 한 청년은 억울한 옥살이로 청춘을 보냈다.

2000년 8월 10일 오전 2시께 익산시 영등동 약촌오거리에 주차된 택시 운전석에서 택시기사 유모(당시 42)씨가 가슴을 수차례 찔려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최초 발견자이자 신고자인 최모(34·당시 16)씨를 범인으로 지목했다. 부친을 여읜 그는 배달 일로 오토바이를 몰고 사건현장을 지나던 중 숨진 택시기사를 발견했다.

16세 청년은 사건 발생 20일 만에 재판에 넘겨졌다. 재판에선 징역 10년 형이 확정됐다.

3년 뒤인 2003년 범행 후 달아난 진범 김모(37·당시 19)씨가 용의자로 지목됐다.

경찰은 김씨의 지인 임모(당시 19)씨로부터 ‘사건 당일 김씨가 피 묻은 흉기를 들고 집으로 찾아와 범행을 저질렀다고 말했다’ 등의 진술을 확보했다.

김씨와 임씨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되고, 이들이 정신병원에 입원하는 등 진술을 달리하면서 2006년 검찰로부터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2012년에는 임씨가 숨지면서 진실은 가라앉는 듯 했다.

최씨가 징역 10년의 형을 마치고 2013년 재심을 청구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법원은 당시 최씨의 자백이 강압에 의한 허위일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해 2016년 11월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은 한 달 뒤인 2016년 12월 김씨를 강도살인으로 기소해 재판에 넘겼다.

김씨는 법정에서 “이씨와 각본을 짜듯 이야기를 나눴다. 이를 전달하면서 잘못된 소문이 났다. 가족을 돌보지 않는 부모의 관심을 받기 위한 허위 자백이었다”고 부인했다.

1·2심은 △증인 진술이 다른 증언과 부합하는 점 △증인 진술과 피해자가 입은 상처가 일치하는 점 △증인 진술이 구체적인 점 등을 고려해 유죄로 인정했다.

대법원(주심 김창석 대법관) 역시 27일 김씨의 상고를 기각, 징역 15년을 선고한 제1심판결을 확정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이 사건은 형사소송법상 요건을 엄격히 심사해 조사자 증언에 증거능력을 부여하고, 나아가 자유심증주의의 원칙과 유죄판단에서 필요한 증명의 정도 등에 대한 원칙을 재확인한 사례다”고 판결 의의를 설명했다.

최씨의 재심 변호를 맡은 박준영 변호사는 “뒤늦게나마 진실이 밝혀지고 단죄가 이뤄져 다행이다”며 “경찰과 검찰, 법원에서 진지하게 받아들여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권순재기자·aonglh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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