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북도가 연구 및 생산 등에서 농생명 집적화 지역으로 떠오르고 있다. 그런데 일반에게는 농생명 연구가 생소하다. 전라북도 도민 역시 그렇다. 이에 전라북도농업기술원 및 시군기술센터에서 그간 추진해 온 농생명 연구 결과를 확인했다. 도내 농생명 연구 현장에서 결과물이 농가에 확산되고 있음을 확인하고, 그 파급력이 향후 전북 농업 경쟁력을 얼마나 올릴 수 있을지 예상해 본다. 해당 연구를 진행했던 연구원들에게 향후 전북 농생명 산업이 가야 할 방향도 물어 봤다./

◆전북의 벼

전북은 전남, 충남과 더불어 쌀 주산지다. 벼 재배면적은 11만8,000ha로 전국면적의 약16%, 쌀 생산량은 65.5만톤으로 전국 쌀 생산량의 16.5%를 차지하고 있다. 전북의 5대 주요품종 은 '신동진', '새누리', '동진찰', '조평', '운광'이며, 이들 품종은 전북 벼 재배면적의 93.7%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신동진'은 6만1,000ha로 전북 재배면적의 52%를 차지하고 있고, '새누리'가 3만1,000ha로 27%를 차지하고 있다. 또한 전북은 특수미인 찰벼와 흑미 주산지다. 특수미 재배가 벼 재배면적의 10%를 차지하고 있는데, 이 중 찰벼가 80%를 차지하고 있고, 유색미인 흑미와 기타 품종이 20% 정도 재배되고 있다.

◆품종 육성 연구 배경

전북은 전국 최고품질 쌀 브랜드 평가에서 매년 4~5개 정도 선정되는데, 선정된 브랜드들의 원료곡이 '신동진'으로 밥맛이 뛰어나 전북 쌀 이미지를 개선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 이렇게 '신동진'을 원료곡으로 하는 브랜드들이 최고품질 쌀 브랜드 평가에서 입상하자 '신동진' 재배지역이 타도로 확대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2015년 전북 '신동진' 재배면적이 5만7,000ha로 전국적으로 재배되는 '신동진' 면적의 87%를 차지했으나, 2017년에는 전북지역에서 6만1,000ha로 재배면적이 늘어났음에도 불구하고 '신동진' 전체 재배면적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70%로 감소했다.
더이상 '신동진'이 전북만의 쌀로 인식되기 어려워졌다는데 문제점이 있다. "전북 쌀(신동진)은 쌀알이 크고 맛있다"는 소비자들이 타 지역 쌀과 구별하기 어려운 실정이어서 '신동진' 외에 전북을 대표할 수 있는 최고품질 벼 품종이 필요하다.

◆향미와 찰벼

전북농업기술원 고품질쌀연구실 이덕렬 박사 등은 1997년부터 벼 품종을 육성하기 시작했다. 초기에 틈새시장을 겨냥해 육성한 흑미품종은 전북 벼 재배면적의 2% 내외의 소면적으로 쌀 산업에 기여하지 못했고, 이때부터 전북 쌀 경쟁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대면적 재배가 가능한 향미와 찰벼품종을 육성하기 시작했다.
▲흑미는 초기 중국에서 도입한 '용금1호'와 '상해향혈나'를 전남 진도지역에서 재배하기 시작했고, 이후 국내 벼 품종 육성기관에서 '흑진주' 등이 육성됐으나, '흑진주'와 '용금1호'는 도복(비바람에 쓰러짐)에 약하고 수량성이 낮았고, '상해향혈나'는 색택이 좋지 않은 단점이 있었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 전북농업술원은 1997년부터 '신농흑찰'을 개발했는데, 2013년 전체 흑미재배면적의 33%까지 재배되고 있다. '흑진주'와 '용금1호'와 달리 찰벼로 밥을 지을때 퍼짐성이 좋아 소비자들에게 호응도 좋았다. 이후 안토시아닌 함량이 높고 도복에 강하며 수량성이 높은 '신토흑미'를 개발했다.
▲이어 2단계로 신농흑찰의 특성을 지니면서 구수한 향이 보완된 '흑향찰1호'를 개발했다. 하지만 앞그루 수확이 늦어지고 이앙하는데 준비 기간이 필요함에 따라 늦게 심어도 안정적으로 재배가 가능한 출수가 빠른 조생종이 요구되고 있다. 이에 전북농기원은 조생흑찰보다 출수가 약 6일 빠른 '전북11호'를 개발했다. 이 품종은 2018년 농진청과 공동으로 익산 등 4개소에서 지역적응 시험을 실시할 계획이며, 3년간 지역적응시험 후 품종을 등록해 농가에 보급할 계획이다. 도복에 강하고 혼반 및 가공용으로 적합하며, 쌀알이 크고 색택이 우수해 전북지역 특산품으로 개발 가능성이 높은 품종이다.
▲전북은 찰벼 주산지로 전국 생산량의 약 25%를 차지하고 있다. 도내 '동진찰벼'는 전북 찰벼 재배면적의 90%를 차지하고 있는 주력 품종으로, 도복에 강하고 품질이 좋아 소비자들이 선호하지만, 병해충에 약한 특성이 있다. 이에 전북농기원은 2010년부터 대면적으로 재배 가능한 찰벼품종을 육성하기 시작했으며, 8년간의 연구 끝에 쌀알이 크고 품질이 우수하며 수량성이 높은 '전북12호'를 개발했다. '전북12호' 역시 2018년 농진청과 공동으로 익산 등 4개소에서 지역적응 시험을 실시 할 예정이다.
▲전북농기원은 대면적으로 재배 가능한 밥쌀용 향미품종 육성을 중점 추진하고 있다. '향미'는 취반 시 팝콘과 같은 향이 발산되는 쌀로, 일반쌀에 5~10% 정도 섞어 밥을 지으면 구수한 밥냄새를 나게 하면서 밥맛을 향상시켜 준다. 특히, 묵은 쌀인 경우 '향미'를 섞으면 군내를 없애면서 밥의 신선한 맛을 더해 준다. '향미'는 중국, 인도, 파키스탄 등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오래전부터 재배하고 있는 고급미로 알려져 있다. 인도의 '바스마티쌀'은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고 있고, 중국 향미인 '도화향' 쌀은 일반미 대비 3배 높은 가격에 판매된다.
전북농기원은 '신동진벼'와 같이 전북을 대표하고 쌀 경쟁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대면적으로 재배 가능한 향미품종을 2010년부터 육성하기 시작했으며, 8년간의 연구 끝에 '전북10호'를 개발했다. 이 품종은 도복에 강하고 병해충에 강한 특성이 있어, 전북농기원은 '전북10호'를 조기에 농가에 보급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연구 효과

전북농업기술원은 흑미와 찰벼, 향미품종을 육성하고 있는데, 2021년까지 전북 벼 재배면적의 35%까지 자체 육성한 벼 품종을 확대·보급할 계획이다. 계획대로 농가에 보급될 경우 재배농가 조수입 총액은 연간 4,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덕렬 박사는 "벼 품종을 개발하는데 약 12년 정도가 소요됐는데, 한정된 인력과 예산으로 벼 품종을 개발하는데 어려움이 많았다"면서 "하지만 육성된 품종들이 소비자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보였을 때 큰 보람을 느꼈다. 우리 품종으로 도내 농가들의 경쟁력이 올라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전북 농생명 산업 방향은

이덕렬 박사는 전북이 쌀 주산지로서 쌀이 부족한 시기에 안정적으로 쌀을 생산·공급하는 중요한 역할을 해 온 만큼 앞으로도 이러한 역할은 지속될 것으로 판단했다. 그러나 지금처럼 쌀이 과잉되는 시기에 쌀 생산량의 50% 이상을 타지로 판매해야 하는 전북은 쌀 판매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덕렬 박사는 "이러한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 국내 뿐만 아니라 국외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경쟁력 있는 최고품질 벼 품종을 개발해 수출하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러한 연구가 중점적으로 추진될 수 있도록 지자체에서 전폭적인 인력 및 예산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황성조기자, 전라북도농업기술원 취재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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