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근범(왼쪽)작가와 정문성 작가

  “자본의 이익을 위해 사람들에게 환상을 심어준 국책사업이 새만금 사업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우리가 문제시하는 MB의 4대강 사업과 새만금은 다를 바가 없다. 다시 ‘새만금’을 주목하는 이유다.”
  사진작가이면서 문화예술교육 분야에서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하고 있는 장근범(38)이 전주 한옥마을 한 복판에 문을 연 공간 ‘플랜(plan)C’의 개관전을 책임진다.
  22일부터 3월 8일까지 열리는 전시 명은 ‘33’. 부제는 ‘새만금, 갯벌의 기억-땅의 환상’이다. 새만금 방조제는 이전 세계에서 가장 긴 방조제로 알려졌던 네덜란드의 자위더르 방조제(32.5km)보다 더 길다. 기네스북에 33㎞ 길이로 세계 최장 방조제로 기록된 새만금에 대한 작가의 생각은 ‘33’에 함축돼 있다.
  대학을 졸업하고 중앙 언론사 시험에 합격했던 그는 서울로 취업하는 대신 사진작가로 남았다. 자신이 태어나고 공부했던 지역에 대한 관심을 구체적인 활동으로 이어간 시기가 이 때 즈음이다.
  “당시 저의 화두는 ‘지역’이었다. 모두가 기억하듯이 노태우 정부에서 시작된 새만금이 환경 파괴 논란으로 한때 방조제 공사가 중단됐다가 재개됐고 2006년에 물막이 공사가 완공됐고 2010년 4월에 방조제가 준공됐다. 이 기간에 저는 새만금연구단 공동조사에 참여하면서 현장을 경험했다.”
  그는 이번 전시 사진은 중립적이라고 한다. “찬반 어느 한쪽의 시각이 아닌 관찰자 입장에서 바라 본 장면들”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하지만 새만금사업이 어떻게 도민들에게 환상을 심어주었는지 사진전을 통해 그 과정이 자연스럽게 부각된다. 그가 말하는 “갯벌의 뭇 생명을 죽인 땅에서 열리게 된 잼버리”를 어떻게 받아들이지도 말이다.
  특이한 사실 하나는 사진전이지만 액자나 인화지는 없다는 점이다. 한옥 벽면에 쏘아지는 빔프로젝터의 사진이 전부다. 사진 구매를 원하는 사람들에게는 당연히 ‘파일’로 제공한다. 이런 전시가 가능했던 이유 가운데 하나가 공간이 추구하는 다양성과 맞아 떨어졌기 때문이다.

  ‘플랜(plan)C’는 전주한옥마을 금싸라기 땅(은행로 30)에 문을 열었다. 영역을 넘나드는 창의적인 예술활동을 펼치고 있는 정문성(47)이 지인으로부터 무상 임대받은 공간이다. 오랫동안 방치됐던 한옥을 정비하는 수준의 공사를 통해 건물 내부를 고스란히 살렸다.
  “여기는 문화예술인들이 방법과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각자의 다양성을 경제적 부담 없이 맘껏 펼치는 공간이다. 혼자가 아닌 5명의 유저 그룹이 토론을 통해 작가와 전시를 선정하는 방식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전시장 개방 시간도 아주 탄력적이다. 개관전 ‘33’의 경우 오후 5시부터 9시까지다. 문화가 있는 저녁 삶이 어떻게 이뤄지는지 확인하기 위함이다. 개관전 이후 이뤄진 전시의 개방 시간은 또 다를 수 있다. 또 개관전 입장은 무료지만 도네이션(기부)박스를 통해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한다. 예술을 진지하게 봐주길 바람이 담긴 도네이션 박스다. 그렇지만 다른 전시에서는 도네이션 박스가 사라질 수도 있다.
  “기본적인 전시 공간 형태나 운영 등을 제외한 사항들은 여러 요인에 의해 변화하고 진화할 것이다. ‘플랜(plan)C’의 행보를 관심있게 지켜봐 주길 바란다.”
/이병재기자·kanada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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