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생전 동생 얼굴 다시 봤으면….”

6·25 한국전쟁 중 동생을 북으로 떠나보낸 임옥남(89) 할머니는 설 명절을 앞둔 13일 고이 간직한 동생 사진을 바라보며 나지막이 가슴 속 담아둔 말을 꺼냈다.

젊어서 동생과 이별한 임 할머니는 긴 세월이 흘러 머리와 눈썹은 희고 귀는 어두워졌다. 사진을 들고 있는 손은 그의 심정을 대변하듯 떨려왔다.

임 할머니는 평창동계올림픽대회에 북측 선수단이 내려와 한반도기를 달고 함께 경기에 나서는 등 다가온 통일을 염원했다.

완주에서 나고 자란 임 할머니는 한국전쟁 중이던 1950년 6남매 가운데 4살 어린 동생 임옥례(85)씨를 북으로 떠나보냈다. 당시 나이 21살, 17살이었다.

북으로 가면 공부 할 수 있다는 꾐에 옥례씨가 따라 올라가면서 가족들의 상심은 컸다. 옥례씨의 남겨진 물건은 일기장 2권이 전부였다. 곳곳에는 어려운 가정환경 탓에 중학교로 진학하지 못하는 등 배움에 대한 목마름이 구구절절했다.

2015년 죽은 줄로만 알았던 동생 옥례씨로부터 소식이 접해왔다. 제20차 이산가족 상봉에 옥례씨가 신청하면서 생사가 확인, 이후 전북 지역 상봉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2015년 10월, 65년이라는 긴 세월도 이들 앞에선 무색했다. 너무나 닮은 모습에 누구랄 것 없이 서로를 부르며 부둥켜안았다. 꽃다운 어린 동생 모습은 찾을 수 없이 자신처럼 주름 깊은 할머니가 대신했다.

모든 시간을 함께 하며 준비한 음식을 건네고 잠도 함께 청하고 싶었지만 규정 탓에 아쉬움을 달래야 했다. 반세기를 넘긴 기다림 끝에 2박3일 일정은 찰나에 불과, 또 다시 찾아온 기약 없는 이별에 그리움은 한층 깊어졌다.

상봉으로부터 3년 현장에서 취재진이 촬영해 건네준 사진 5장은 언제나 간직하는 소중한 보물이 됐다. 올해는 평창동계올림픽대회에 북측 선수단이 함께하고 남북정상회담, 이산가족 상봉에 대한 논의가 오가면서 임 할머니 가슴에 통일이 찾아 들었다.

임 할머니는 “명절이면 가족들이 만나는데 이산가족은 눈물로 보낸다. 올 설에도 아들, 딸 내외와 손자들이 찾아오지만 동생은 함께하지 못한다는 고통이 무뎌지지 않는다”며 “다 늙어 동생을 다시 보는 날이 올지 모르겠지만 그날이 오기를 바란다. 남북이 함께 경기장에 들어서던 순간 막혀있던 물고가 트이는 느낌이었다”면서 통일에 대해 염원했다.

한편, 통일부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이산가족 인구는 13만1447명에 이른다.

이들 가운데 7만2762명은 이미 생을 마감했으며, 80세 이상 고령 인구는 3만77966명으로 전체 생존 인구의 64.7%를 차지한다. 전북 지역에는 1001명의 이산가족이 거주하고 있다./권순재기자·aonglh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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