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도 천리길 가운데 가장 긴 노선은 산들길이다. 산들길은 27개 노선 223km에 달한다. 전북도에 국립공원이 많이 있고, 지역마다 유명한 산들이 많은 것도 산들길 노선이 긴 이유이기도 하다.
전북도는 산들길을 선정하면서 스토리를 시켰다. 대표적인 것이 순창의 선비길과 장수 뜬봉샘 생태길 등이다.
순창 선비길은 훈몽재를 중심으로 한 역사적 인물을 스토리텔링을 한 것이며, 장수는 금강 발원지인 뜬봉샘을 자연의 역사성에 이야기를 담았다.
순창 선비길은 훈몽재와 가인 김병로 생가~낙덕정으로 이어지는 코스로 선비의 고결함과 섬진강의 화려한 경관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곳이다. 특히 역사적 가치가 높은 훈몽재에서 예절체험, 선비 체험 등 타 지역과는 차별화된 체험이 가능한 길이다.
장수군 방화동과 뜬봉샘 생태탐방로, 장수마실길은 장안산과 금강의 발원지를 연계한 것이 특징이다. 장안산의 울창한 숲과 계곡, 인근 지역의 도깨비 관련 전설에 금강 발원지 뜬봉샘 주변의 체험활동은 호연지기와 함께 덤이다.

△어리석음을 깨우치는 순창 선비길=순창 선비길은 훈몽재~가인 김병로 생가~낙덕정 구간이다. 이 길의 핵심은 훈몽재다. 훈몽재는 순창 쌍치면 둔전리에 위치해 있다. 하서(河西) 김인후(金麟厚)[1510~1560)가 1548년(명종 3)에 순창 점암촌 백방산 자락에 지은 강학당이다.
김인후는 주자의 이기이원론을 계승하는 견해로 성경의 실천을 학문적 목표로 삼아 이를 조선왕조의 통치 이념으로 확립하는 데 기여했다. 훈몽재는 하서 김인후 선생이 39세 되던 1548년(명종 3) 후학들을 양성하기 위해 순창 쌍치 점암촌에 초당을 지어 훈몽재라 이름을 지었다.
일제 강점기를 거치며 쇠락해 가던 훈몽재는 1951년 한국전쟁 때 소실되었으나 하서 선생의 학문적 업적과 정신을 되살리고 후세에 전승 발전시키며 나아가 역사적 가치 재조명과 예절, 유학 등 전통문화 교육장으로 활용하고자 순창군에서 현재의 위치에 2009년 11월 9일 중건했다.
훈몽재(강학당), 자연당(숙박 시설), 양정관(교육관 및 숙박 시설), 삼연정(누정), 대학암, 훈몽재 고인돌, 식당으로 구성돼 있다.
훈몽재는 유학전문교육반(한문학과 대학생 등을 대상으로 훈몽재에 거주하면서 논어 맹자 등 유학경전을 전문으로 공부), 방학예절교육반(초·중·고 대학생 등을 대상으로 방학 기간동안 1주~4주 예절 및 인성교육), 단기체험학습반(초·중·고생, 대학생, 일반인을 대상으로 1~2일의 짧은 기간 동안 예절 및 심신단련), 여성교육반(가정주부 등을 대상으로 가정주부의 역할 및 도덕성 회복 및 애경사 시 갖추어야 할 기본자세 등을 교육) 등의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낙덕정은 광무 4년(1900)에 김노수(金老洙)가, 조선 초기의 인물인 하서 김인후(河西 金麟厚)의 발자취를 기념하기 위해 세운 것으로, 김인후가 자주 찾았다는 메기바위, 즉 낙덕암의 이름을 따 낙덕정이라 하였다. 낙덕이란 덕망이 높아 후학들로부터 존경을 받고, 평소에 자연을 늘 가까이 하였던 김인후의 인품을 상징한 것이다. 김인후는 을사사화(1545) 이후 관직에서 물러나 이곳에 은거하면서 후학들에게 성리학을 가르쳤다고 한다.
김병로 선생 생가터는 초대 대법원장을 지낸 가인(街人) 김병로(1887∼1964) 선생이 태어난 곳이다. 가인 선생은 변호사로 활동하면서 북풍회 사건을 비롯하여 각종 노동쟁의와 광복단 김상옥(金相玉) 사건, 6?10만세사건 등을 변론하여 우리 민족의 인권을 지키는 일에 온 정렬을 다하였다. 해방 후에는 한국민주당의 감찰위원장을 비롯해, 미 군정청의 사법부장을 지내다가 1948년 대한민국의 건국과 함께 우리나라 초대 대법원장에 임명됐다. 그는 대법원장 시절 우리나라 사법질서의 초석과 사법부의 독립성을 다지는 일에 혼신의 노력을 기울여 1963년 건국공로훈장 독립장을 받았다.

△장수군 장안산과 생태탐방로=장수 천리길은 금강의 첫 물부터 시작한다. 금강 발원지가 전북에서 시작돼 굽이굽이 땅을 풍요롭게 한 후 군산 앞바다로 여정을 끝낸다.
뜬봉샘생태공원은 지난 2015년 4월 생태관광지로 지정된 이후 방문객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뜬봉샘 생태공원은 공원면적 367,582㎡, 시설면적 95,631㎡에 금강사랑 물 체험관과 생태공원, 야생화단지, 뜬봉샘 생태탐방로, 수생생물 서식지, 벽천분수, 남생이 서식지 등이 조성돼 있다.
특히 금강발원지와 조선건국에 대해 배우는 역사여행프로그램, 자연의 생태를 탐구하고 교감하는 수학여행프로그램, 힐링여행 프로그램, 지역 고유의 생활문화를 즐기는 체험여행 등을 운영, 전국에서 많은 생태관광객이 이곳을 찾고 있다.
덕산계곡은 7개의 연못과 폭포, 기암과석이 어우러지며 신비스러운 경지를 간직하고 있고 장수의 팔경의 하나다. 방화동자연휴양림에서 덕산계곡 입구까지 산책로로 연계돼 있다.
덕산계곡은 영화 남부군의 촬영지로 유명한 곳이다. 덕산계곡은 방화동 휴향촌처럼 장안산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장안산이 군립공원이지만 국내 100대 산에 포함될 정도로 유명한 산이다. 이 산은  금남정맥과 호남정맥을 거느리며 백두대간의 기운을 충청도와 전라도에 전하는 호남의 종산이다.  장안산은 장수군과 함양군의 경계선에 있는 백두대간상의 영취산에서 서쪽으로 갈라진 호남정맥의 첫머리에 솟아 있는 기봉이다.
장안산은 깊은 계곡과 풍부한 물, 아름다운 인심을 품고 있다. 장수가 최근에 전국적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것은 고지대라는 장점 때문이다. 장안산이 품고 있는 장수는 대한민국 청정지역이다.
한우와 사과, 논개 그리고 방화동~장안산 생태길, 뜬봉샘생태공원, 장수마실길은 도시에서 지친 피로를 말끔히 씻는 최적의 장소다.
방화동 계곡과 덕산계곡은 한 여름에도 발을 담그기 어려울 정도로 차갑지만 한 겨울 눈 내린 계곡은 또 다른 신선의 세계를 보여주고 있다./장병운기자·arg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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