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6년은 과학계에 길이 남을 사건이 벌어진 해였다. 바로 복제양 돌리의 탄생이다. 영국 로슬린 연구소의 이언 월머트 박사 등이 이룬 놀라운 성과였다. 연구진은 6년생 양의 체세포를 채취한 다음 유전자를 핵이 제거된 다른 암양의 난자와 결합시켰다. 그리고 이를 대리모 양의 자궁에 이식해 키워낸 것이다. 이 양은 체세포를 떼어낸 양과 똑 같은 유전자를 가진 양이 됐다. 다시 말해 복제된 것이다.

이 같은 동물 복제의 역사는 1952년 올챙이 복제로 거슬러 올라간다. 최초의 생명체 복제였다. 이후 1996년 복제양 돌리의 탄생으로 진일보한 동물복제 기술은 세계 각국으로 널리 보급돼 우리나라에서도 1999년 복제소 영롱이가 돌리와 같은 방식으로 태어났다. 이후 동물 복제는 돼지와 개 등 다양한 동물로 확산됐다.

특히 2000년대에는 동물 복제가 연구 차원을 떠나서 상업적으로 활용되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예가 반려동물 복제다. 반려동물이 병이 들어 죽을 때가 되자 이에 상심한 주인들이 유전자가 똑 같은 복제 동물을 원했고 이를 해결해주는 비즈니스가 만들어진 것이다. 동물 복제를 이용해 사람의 질병을 고치는 연구도 활발하다. 불임 부부의 경우 자녀를 가질 수 있는 최후의 수단이 바로 동물 복제기술이다. 이론적으로 피부 한 조각이면 아이를 탄생시킬 수 있다.

하지만 비판도 만만치 않았다. 신의 영역인 생명 창조를 인간이 넘겨다봐서는 안 된다는 윤리적 견해였다. 이 기술이 인간 복제로 이어질 수 있는 것도 도덕적인 논란을 낳았다. 또 실험을 위해 필요한 수많은 난자를 어떻게 확보하느냐도 문제였다.

이 와중에 최근 중국에서 원숭이 복제가 성공했다. 인간과 가까운 영장류로서는 세계최초다. 중국 과학원 산하 신경과학연구소의 치앙 선 박사 연구진은 암컷 필리핀 원숭이의 세포와 난자를 융합해 유전자가 똑 같은 복제 원숭이를 두 마리 탄생시켰다고 발표했다. 현재 생후 8주와 6주가 지난 원숭이들은 모두 건강한 상태이고 일반 원숭이와 다를 바 없는 성장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연구진은 이번 실험 성공이 인간의 질병을 연구하는 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했다.

그간 영장류 복제는 불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입장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이번 원숭이 복제 성공은 이런 견해를 뒤집었다. 그만큼 인간 복제의 현실화 가능성이 높아진 셈이다. 동물 복제의 발전을 그저 환영만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사람의 생명과 인격은 우주에서 단 하나 뿐이며 존엄하다. 행여 원숭이 복제가 이런 기본적 윤리를 망가뜨리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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