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우리 농촌은 기존 농업과 ICT(Information and Communications Technologies) 융복합으로 이뤄지는 첨단기술농업을 지향하고 있다. 6차산업과 연계되는 창업농업과 미래농업으로 가는 데 청년들은 가장 중요한 주체가 된다. 뿐만 아니라 농촌 초고령화 시대에 접어들면서 우리 농촌을 유지하는데도 청년들의 농업 창업은 필수 요소로 꼽히고 있다. 농촌의 무궁한 자원을 활용해 농업을 희망산업으로 가꾸는 데 역시 이들의 관심이 절실한 시점이다. 청년 농업을 준비하는 이들에게 영농 의욕을 복돋아 주고 귀농·귀촌 활성화에도 기여하도록 농촌에 먼저 뛰어든 선배 청년 농업인들을 만나 봤다.

◆임승철씨 청년 농업인 되기

임승철(31) 대표는 2009년 전북대학교 동물자원과학부(구 축산과)를 졸업하고 일찍 부모님 농사에 합류했다.
병무청 요원으로 창업농(농업 후계자)으로 3년 이상 근무하고(영농 산업기능요원), 이후 농업에 6년 이상 종사하면 군 복무를 대신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에 임승철씨는 완주군 비봉면에서 부모님의 블루베리, 특용작물 농사를 도왔다.
그러던 중 지난 2015년 축사 부지를 임대해 흑염소(산양) 60마리를 구입했고, 본격적으로 축산업을 시작했다.
애초 임승철씨는 어릴적부터 부모님이 운영하던 젖소농장에서 축산업 경험을 쌓았고, 이후 농업계 고등학교와 관련 대학교를 나왔기에 축산업을 시작하려 했다.
하지만 한 때 부모님이 운영하던 젖소 농장(70두, 7,722㎡)은 어려움을 겪어 폐업했고, 이 때 축사도 타인에게 넘어갔다.
때문에 임승철씨는 졸업 후 고향에서 부모님과 함께 블루베리, 블랙베리 등 베리류 농장을 함께 운영해야 했다.
그러다 베리류 과잉 재배 및 종류의 확산으로 현실적으로 소득을 올리기에는 부족함이 많았고, 이에 전공을 살려 축산업을 시작한 것이다.
임승철씨는 초기 투자비용이 적게 드는 흑염소를 선택했다.
처음에는 흑염소 암컷 60마리와 수컷 1마리를 구입했다. 암컷은 임신 상태에 있는 것도 상당수였다. 이후 2년 반 동안 주로 50kg까지 성장한 수컷 50마리 정도를 팔면서 마릿수를 늘린 결과, 지금은 200여 마리로 늘었고, 임신한 상태의 염소도 상당수 보유했다.
현재는 약 2,310㎡(700평) 축사에 흑염소 축사 약 330㎡(100평)을 지어 흑염소를 기르고 있는데, 마릿수가 늘어 약 660㎡(200평) 이상의 염소 축사를 추가로 늘려야 할 상황이다.
특히, 현재의 축사는 임승철씨가 3년 전 임대했다가 지난해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우수귀농인'으로 선정돼 구입한 것인데, 이곳은 한 때 아버지와 본인이 젖소를 키우던 곳이어서 더욱 뜻 깊다.

◆흑염소

임승철씨의 '청년흑염소' 농장에서는 현재 염소가 200마리 이상으로 급속히 늘어나고 있다.
흑염소는 1년에 1마리가 2~3마리 이상을 생산할 정도로 번식력이 좋고, 잡식성이어서 가축 사료비가 적게 든다. 농산부산물 대부분과 일반 풀, 심지어 나무뿌리까지 소화하는 식성 때문에 건초 및 사료를 조금만 섞어 주어도 된다.
특히, 전염병 등에 면역력이 강하고, 약용 식품으로도 판매가 되니 초기 농업인에게는 안성맞춤이다.
하지만 현재는 안정적인 판로가 부족한 실정이다,
이에 임승철씨는 인근에 가게를 얻어 정육점을 열었다. 도내에 염소를 사용한 음식을 파는 곳은 종종 봤지만, 염소만을 전문으로 취급하는 정육점이 없다는데 착안한 시도다. 이곳에서는 한 켠에 중탕 기계들을 들여 사람들에게 인기인 '흑염소 엑기스'를 생산·판매할 예정이다.
정육점이 활성화되면 임승철씨는 인근에 흑염소 전문 식당을 내고 고객에게 별미의 레시피도 선보일 계획이다.

◆어려움

약 2~3년 전까지만 해도 흑염소 고기 시세는 임승철씨가 계산하기에 만족스러운 수준이었다. 적은 사육비용으로도 빠르게 증가하는 흑염소를 감안하면 쉬운 성공을 기대할만한 했다.
그런데 염소가 사람에게 좋고, 기르기도 편하다는 소식에 당시 귀농인의 60%가 농사 품목으로 염소를 선택했고, 지금은 단가가 빠르게 내려가고 있는 상황이다.
지금은 이들 중 상당수 농가가 폐업 단계를 밟고 있지만, 아직도 염소고기 단가는 오르지 않아 경영에 어려움이 되고 있다.
경제적 어려움과 함께 일손부족 역시 큰 어려움으로 다가오고 있다.
임승철씨는 컨테이너에서 숙식하면서 새벽 5시면 인근 강경까지 인력을 구하러 출근한다. 뒤늦게 귀농한 연장자들보다는 젊음으로 극복 가능한 고생이었고, 부모님 농사를 도왔던 경험으로 수월하기도 했지만, 지속되는 일손 부족은 최근 농가들의 공통된 어려움으로 손꼽힌다.
더욱이 염소는 젖소에 비해 잔일손이 많이 가고, 새끼가 많아 관리에 어려움이 따른다. 여기에 추운 겨울에 새끼를 한꺼번에 낳는 바람에 젖 공급(인공 포유) 및 보온 등에 일손이 부족하다.

◆청년농업인이란

임승철씨에게 청년농업인이란 아직은 부모세대를 보조하는 역할에 머무르고 있다. 마을 청년농업인 친구들의 나이가 어린데다 부모세대가 50~60대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어 농촌에서 주도적으로 나서기는 이르기 때문이다. 부모는 물론 조부모 세대까지 함께 농사를 짓는 경우가 많으니, 주도적인 역할을 하려면 좀 더 기다려야 하는 세대인 것이다.
그러나 농업6차산업 및 4차산업화 길목을 넘어가는데 있어 정보수집, 신기술 습득, 부모로부터 농업 노하우 전수, 어릴 때부터 시골 경험을 무기로 갖춘 세대이다 보니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것은 시간문제다. 지금의 위치는 그저 부모세대와 역할을 분담하는데 그치지만, 차츰 인정받기 시작하고 있고, 또 쌓인 경험으로 독립적 경영체를 시작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부모세대가 인정하고, 칭찬까지 받고 있으니, 자연스럽게 농촌 사업을 승계함을 물론, 추후 농촌사업을 주도해 갈 세력으로서 자부심이 남다른 것이다.
임승철씨 등 농촌 친구들이 도시 친구를 만날 때는 공무원 공부에만 매달리는 답답함을 호소하는 경우를 많이 접하는 반면, 이들은 힘든 경험을 쌓아가고 있음에도 미래에 대한 생각이 좀 더 밝음을 느낄 수 있는 것도 특징이다.

◆계획

임승철씨는 향후 농업이나 농사일이 규모화 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일손 부족 문제 등으로 더 이상 개인이나 소농이 농사로 생계를 이어가기에는 역부족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기업들이 농사에 손을 대면서 점차 경쟁은 심화되고 있다. 이 때문에 임승철씨는 축산으로의 전향을 서둘렀다. 어릴 때부터 겪어온 축산이자 전공으로 공부한 분야이기에 경쟁력을 갖추기 쉽고, 또한 축산에 대한 열정도 강해 전문가가 될 자신이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조만간 소포장 정육을 개발해 완주군로컬푸드에 납품할 계획도 세웠다.
임승철씨는 농업 계획도 서두르지 않는다. 어려서부터 경험한 농사일이어서 그렇다는 것이다. 농업은 우선 단기적 계획을 성공시키다 보면 좀 더 큰 계획이 생긴다는 것이다.

◆후배들에게

임승철씨는 청년 농업을 준비하는 후배들에게 "창업농에 적극 도전하라"고 권했다. 농촌의 미래가 밝고, 기회도 많기 때문이란다. 대신 예전에 "할 일 없으면 농사나 지어라"는 할아버지의 말씀은 머리에서 반드시 지우라고 조언한다. 도시 생활이 힘들어서 막연히 농업을 선택하면 낭패를 겪을 뿐이란다. “요즘 농업은 기존 관행농업과 다르다. 평생 종사해야 하는 직업이니 준비도 제대로 해야 한다. 당연히 준비는 철저해야 하며, 기간도 길게 잡아야 한다”고 말한다. 또한 몸으로 하는 농사가 아닌 생각하고 공부하는 농업이어야 성공에 쉽게 다가갈 수 있다고 말한다. 그게 현실이기에 끊임없이 공부하고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임승철씨는 "인생 직업을 정하는데 목표나 꿈, 도전 정신 등이 필요하다. 그만큼 각오를 다지고 농업에 도전하라"고 말했다. 아울러 시군농업기술센터의 교육에 참여해 새로운 기술을 습득하는 것은 물론, 인적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것은 청년 농업인의 농촌 정착에 필수임도 강조했다./황성조기자, 전라북도농업기술원 취재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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