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분권과 균형발전은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다. 대통령직속 자문기구로 이 과제를 실질적으로 맡아 수행하고 있는 정순관 지방자치발전위원회와 송재호 지역발전위원장을 한 자리에서 만났다. 정치권의 뜨거운 감자인 개헌을 비롯해 자치분권·균형발전의 방향과 자치분권의 핵심인 재정분권에 대한 의견을 들어본다. 이 대담은 18일 지방자치발전위원장실에서 청와대 출입 지역기자단 공동으로 진행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신년사에서 지방선거때 분권형 개헌을 재차 천명했다. 자치분권이 되어야 균형발전을 이룰 수 있다고도 했다. 개헌안에는 어떤 내용이 담여야 한다고 보는가?

-정순관(이하 정): 그동안 국회 주도로 논의해 온 지방분권 개헌안은 헌법전문에 지방분권국가임을 명시하고 자치권의 기본권화, 보충성의 원칙, 그리고 직접민주주의 요소 포함 등으로 다양하게 논의되는 것으로 안다.

현재 논의 중인 모든 내용이 헌법에 명문화되면 좋겠지만, 일부 핵심내용만 반영될 경우 지방분권의 충실한 실현을 위해 ‘(가칭)자치분권기본법’을 제정하거나 현재의 지방자치법을 상당수 개정하는 후속 입법과제도 병행해 논의해야 할 것이다.

-송재호(이하 송): 우리보다 먼저 민주주의의 싹을 틔운 국가들을 보면 헌법, 혹은 국가 최고법에 자치분권과 균형발전이 차지하는 비중이 굉장히 높은 것을 볼 수 있다. 프랑스는 아예 헌법 1조 1항에 ‘프랑스는 지방분권으로 이루어진다’라고 적시하고 있고, 이웃한 일본과 미국도 다르지 않다.

우리 역시 정부와 국회가 동시에 개정안을 준비하는 개헌의 호기를 맞은 만큼, 지방분권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지역주권, 균형발전 국가임을 헌법 전문과 조문 상위 조항에서 비중 있게 다뤄야 한다.

▲지난해 10월 정부가 자치분권 로드맵(안)을 발표하고 지역 의견을 수렴한 것으로 안다. 지방분권 개헌여부에 변화가 있을 텐데 입장을 듣고 싶다.

-정: 현재 자치분권 로드맵은 행안부와 공동으로 수립하고 있으며, 지역별로 수렴과정을 거쳤다. 지발위는 자치분권 업무에 대해 총괄‧조정 역할을 수행하는 대통령 자문기구로서, 자치분권 개헌 여부에 관계없이 자치분권 로드맵을 완성하고 추진할 계획이다. 위원회에서 심의·의결된 안은 국무회의를 거쳐 대통령 보고를 통해 최종 확정될 것이다.

▲국회에 국가균형발전특별법 개정안이 계류중이다. 정치권의 풍향계에 따라, 혹은 개헌 이슈 속에서 어떻게 전망하는지, 그 이유는 무엇인가.

-송: 국회의원 중 지역구 의원이 253명이다. 지역주민 대표로서 지역발전에 공헌해야한다. 이를 뒷받침하는 균특법 개정에 여야가 있을 수 없다. 지난해 12월 국회에서 압도적으로 통과한 혁신도시 특별법이 좋은 선례다. 균특법 개정안도 어렵게 진행될 사안은 아니라고 본다.

▲지자체마다 재정력이나 재정자립도는 천차만별이다. 국세를 지방으로 이전하는 과정에서 자칫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나타날 수 있는데 이에 대한 대책은 무엇인가.

-정: 재정분권 추진에 있어 기본적으로 자치분권과 균형발전이라는 두 가치가 훼손돼서는 안된다. ‘범정부 재정분권 TF’에서 균형장치를 어떻게 마련할지 논의중인 것으로 안다.

지방세 확충의 노력으로 지방세 수입이 증가하면, 지금까지 교부세를 받던 단체가 자체재원 증가로 불교부단체가 될 수 있고, 그 재원으로 보다 열악한 단체에 더 많이 지원해 줄 수 있는 여지가 있어, 재정격차 문제가 어느 정도 해소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이 경우에도 재정불균형이 해소되지 않는다면 균형발전을 위한 최종미세조정장치인 교부세제도를 대폭 개선하는 방안도 있을 것이다.

 

▲결국 지방분권의 핵심은 재정분권인데, 지방재정 확충안에 대한 두 분의 생각은 어떠한가.

-정: 기존의 중앙집권적인 재정운영의 폐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지방의 재정운영에 대한 중앙의 간섭과 통제를 최소화하고 지방의 재량권을 확대해야 한다.

그 방법에는 국세의 세원이양, 지방소비세와 지방소득세의 인상, 그리고 국고보조금 제도 개선 등이 있겠다. 동시에 지방재정에 관한 책임성 확보를 위해 주민참여예산제도 활성화, 재정정보공개 확대 등을 통해 지방예산의 편성과 결산에 주민참여를 활성화 할 필요가 있다.

-송: 지방재정에 대해서도, 재정분권이 되고 나면 말씀대로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생길 수밖에 없는데,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결국 강력한 재정조정제도가 있어야 한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어떤 과목으로 세수를 나누든지, 17개 광역 시·도가 서로간의 협의와 협약을 통해 재정조정 방안을 마련해야 하고, 또 중앙정부와도 협력해야 한다.

특히 지방분권의 효과를 시·도지사들만 누리는 것이 아니라, 그 혜택이 시·군·동·리 마을 단위까지 내려갈 수 있는 주민 주권시대를 열기 위해서 분권의 분권화에 더욱 신경을 써야 한다.

 

▲구체적으로 재정조정제도와 관련해 어떤 복안이 있는지, 균형발전 선진국의 사례가 있는가.

-송: 외국사례를 보면, 독일 헌법 104조에는 특별히 중요한 투자를 위하여 필요한 재정보조를 주에 제공할 수 있도록 되어 있는데, 그 목적이 전체경제적인 균형의 장애 제거, 연방영역에서 경제력 조정, 경제성장의 촉진을 위해서라고 되어 있다.

우리도 헌법에 이런 재정조정과 관련된 조항을 신설, 균형발전의 토대를 공고히 하고 국세의 지방세 이양과정에서 일부를 재정조정자금으로 충당할 필요가 있다.

 

▲지역에서 대규모 프로젝트 등의 사업을 진행할 때 항상 발목을 잡는 것이 환경영향평가와 타당성분석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소하고 지역 균형발전 차원에서 풀어갈 수 있는 방안은.

-송: 이미 현행 국가재정법령은 지역 균형발전 가치를 반영하여 예비타당성 분석을 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급변하는 산업구조와 시장금리, 경제성장률 추세를 감안할 때 1999년 제도도입 이후 20년 가까이 유지해온 총액 사업비 기준을 500억 이상에서 1000억 이상으로 상향시키고, 지역균형발전분석의 비중을 현행 25∼30%를 넘어 보다 상향 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 예타 수행기관을 확대하여 사업 추진에 실기하는 일이 없도록 지원해야 함

 

▲3기 지방자치발전위원회가 곧 출범한다고 들었는데, 역점을 두고 추진할 과제와 계획은.

-정: 지난해 말 행정안전부, 기획재정부, 지방자치단체,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범정부 재정분권 TF’를 통해 실질적인 재정분권 실현 방안을 마련하는데 역점을 둘 것이다.

또 국회에 계류 중인 특별법(지방분권 및 지방행정체제개편에 관한 특별법)이 개정되면 위원회 이름이 ‘자치분권위원회’로 바뀌고 자치분권 과제도 본격적으로 추진하게 된다.

 

▲두 위원회가 1월24일~26일까지 제주에서 자치분권과 균형발전 비전회의 개최를 위해 의기투합했다고 들었다. 어떤 행사인지.

-송: 그동안 우리 지식인들이 각자의 학문 분야에 열중하느라 국가의 비전과 관련한 공통의 정책담론을 형성할 기회가 상당히 제한적이었다.

‘2018 지방분권과 균형발전 비전회의’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지식인들과 전문가들이 한 데 모여 ‘지방분권과 균형발전’의 담론을 형성하고, 각국 제도의 국제 간 비교를 통해 한국적 함의를 도출하는 열린 정책 광장이다. 지방자치발전위원회와 지역발전위원회, 그리고 국내 36개 학회가 대거 참여해 국가비전과 국정목표를 위한 집단지성을 발휘한다는 의미가 있다.

 

▲마지막으로 지방분권, 균형발전 추진과 관련 국민께 한 말씀 부탁한다.

-송: 문재인정부의 균형발전정책은 사람 중심이다. 의료, 보건, 생활인프라, 문화 향유, 교육 등 대도시에 뒤지지 않게 사람이 살 수 있는 쾌적한 여건을 조성해 지역을 떠나지 않고도 고향에서 나고, 자라고, 교육을 받아 일할 수 있는 지역을 만드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다.

그런 측면에서 균형발전의 이상향 중 하나는 지역의 자존감, 지역주민의 긍지를 높이는 것인데, 방법론에 있어서 그동안 익숙히 경험해봤던 전형적인 산업발전 구도에 사고가 고착되어 어려움이 있었다. 앞으로는 지역 고유의 특색 있는 자원들이 발굴되고, 지역마다의 잠재력이 개성 있게 표출되는 국가의 모습을 구현하면서, 지역에 사는 것이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을 만드는데 최선을 노력을 다하겠다.

 

-정: 올 한 해는 지방분권 개헌 등 역사적으로 중요한 시기인 만큼 국민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성원을 부탁드린다. 특히 올해 지방분권 개헌이 이루어지면, 자치분권 로드맵 추진도 많은 영향을 받고 달라질 것이다. 자치분권 실현은 국회에서 관련 법 제정과 개정이 필요한 만큼, 자치분권 추진에 공감하고 참여해 추진 동력이 강화될 수 있도록 도와주시기 바란다.

그 결과, ‘우리 삶을 바꾸는 자치분권’이 실현되는 한 해를 다 같이 만들어 갔으면 한다.

좀 늦었지만, 무술년 새해를 맞아 독자 여러분 모두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소망하는 모든 일들이 이루어지길 기원한다.

/청와대=최홍은기자·hiim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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