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오봉 전북대학교 교수

 

지금까지 없었던 창조적인 길을 개척해 나갈 무한 상상력의 인재를 키워 내는 곳이 대학이다. 그래서 대학의 교육과 연구에 무한의 자유가 필요하다. 이러한 대학의 자율권은 법으로 보장되어 있다. 그러나 최근 성과 제일주의라는 명목 아래 대학 본연의 모습이 많이 훼손되고 있어 안타깝다. 자유를 잃고 눈앞의 성과에 급급한 대학에서 무한한 상상력과 미지의 미래를 이끌 인재의 양성이 가능할까라는 질문에 대학이 답할 차례이다.
대학의 사명인 교육, 연구, 봉사에서 단연 학생의 교육이 우선이다. 그러나 대학의 교육 환경은 열악하다. 초·중·고는 한 교실에서 수업을 받는 학생이 최대 40명을 넘지 않는다. 교실에는 대형 TV를 갖추고 선생님과 학생이 눈을 맞추며 수업을 할 수 있다. 이러한 쾌적한 환경에서 공부를 하던 학생들이 대학에 들어오면 많이 놀란다. 뒤에서 칠판 글씨도 보이지 않는 길쭉하고 허름한 강의실에서 70여 명의 학생들이 수업을 받는 것이 예사이다. 말로만 듣던 콩나물시루 같은 공간에서 강의를 들어야 하는 대학의 현실에 실망을 금치 못하는 학생이 적지 않다.
더욱 경악스러운 것인 1급 발암물질인 석면을 포함하고 있는 천장의 오래된 강의실에서 많은 학생이 공부를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열악한 강의실 환경 개선은 뒤로 하고 전북대는 70억원을 투입하여 멀쩡한 교문을 한옥형으로 새로 짓고 있다. 건축비가 평당 약 2,500만원이나 된다. 게다가 졸업생들은 물론 도민들 추억의 공간이었던 분수대를 없애버리고 한옥형의 경회루 같은 건물을 35억원을 들여 짓고 있다. 한옥형의 교문과 분수대 공사비 105억원의 예산이면, 전북대 전체 105개 학과에 2개씩 총 210개의 친환경 첨단강의실 (천장의 석면 제거 공사 포함)을 구축할 수 있다. 첨단시설 구축 등으로 경쟁력 강화에 박차를 가해도 부족한 판에, 한옥 캠퍼스 조성과 같이 외형 치장에 열중하고 있는 대학을 신뢰하지 못하는 것은 비단 필자만이 아닐 것이다. 교수회뿐만 아니라 대다수의 구성원들도 이러한 공사가 필요한지 의 의사를 물어야 한다고 지속적으로 요구하는 것을 보면 그 뜻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불통 행정도 문제이지만 대학이 가야할 길과 정반대의 길로 가고 있어 걱정이 앞선다.
최근 폐교가 진행 중인 서남대 의대 학생을 전북대 의대로 편입학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학생, 학부모와의 소통 부족으로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서남대 폐교에 따른 특수 상황이라 전북대도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점을 모르는 바 아니다. 전북대 의대 재학생이 자신들의 학습권 보호와 역차별이 되지 않도록 배려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는 것은 당연하다 할 수 있다. 학생 교육을 최고로 생각한다면 충분한 소통을 통하여 해결책을 찾고 절차를 진행해도 늦지 않다. 그러나 대학 본부는 재학생들을 충분히 설득하지 못한 채 편입학을 강행해 현재와 같은 갈등을 초래하고 있다. 전북대 의대는 현재도 110명 정도의 학생들이 빽빽한 콩나물시루 같은 강의실에 앉아 수업을 받고 있다. 여기에 서남대 의대생 편입을 받으면 150여 명의 학생들이 수업을 받게 되어 학생들의 학습권 침해는 불을 보듯 뻔하다. 그래서 시설 확충을 통하여 최소한 지금과 같은 교육 환경을 유지해 달라는 기본적인 요구를 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몇 개의 필수과목도 이수하지 않고, 교과 과정도 다르며, 성적 체계도 다른 서남대 의대 학생들과 통합교육을 하려면 공평한 성적처리 대책을 세워 달라는 요구에도 적절한 대응책을 내놓아야 한다. 의대에 떠넘기지 말고 결정권을 가진 대학본부가 직접 나서야한다.
학생 교육을 제일로 생각하는 대학이 학생들의 기본적인 요구를 무시한다면 대학의 본분을 망각한 것이다. 우리들의 소중한 학생들이 매서운 추위에 눈물로 호소하고 있다. 학생교육이 우선인 대학의 본분으로 돌아가 그들을 따뜻하게 보듬어 주어야 한다. 자기 자식이라면 이렇게 외면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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