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주, 사람들’ 두 번째 편이 나왔다. 첫 편 이후 2년만이다.
  책은 미디어공동체완두콩협동조합(대표 이용규)이 월간으로 발행하는 마을소식지 ‘완두콩’에 삶의 풍경이란 주제로 연재한 글을 모은 것이다.
  백색의 간달프 강희목 할아버지부터 세상에 있는 갖가지 것들을 파는 만물공구 이상철 어르신, 대를 잇는 뽀빠이포토 문화사진관 변성수씨, 멧돼지 사냥꾼 백정식씨까지 우리가 주변에서 흔히 만나는 평범한 이웃 30여명의 이야기가 실려 있다. 모두 ‘사는 동안 착하게 살면서 저승 가는 길 닦는 중(만물공구 이상철)’이라는 선한 사람들이다.
  “고기는 냄새도 맡기 싫다며 밥 때 되면 매일 순두부찌개를 먹으러 식당에 온다는 멧돼지 사냥꾼들의 채식. 내 상상 속 사냥꾼은 털모자를 쓰고 총을 들고 눈 덮인 산 속을 발로 헤매고 돌아다니는 사람이었다. 영화 속에서 호랑이를 사냥하던 배우 최민식의 거친 모습이었달까.”(멧돼지 사냥꾼 백정식씨)
  “저 할머니들이 영정사진을 찍는다고 날을 받아서 오신 거요. 근데 마음이 그렇더라고. 사진 찍는다고 아침 일찍부터 한복 곱게 차려입고 촌에서 버스타고 읍내로 힘들게 나오신 건데. 하도 고우시길래 넷이 단체로 찍어드렸지. 저 분들이 가끔 오면 걸려 있는 저 사진보고 참 좋아하셔. 그런 걸 보면 사진이 추억이라는 것이 맞구나 싶어요.”(문화사진관 변성수씨)
  “천자문, 사자성어, 논어, 공자, 맹자 말씀으로 세상 만물의 이치를 알아가던 청년시절에서 세상 갖가지 물건들을 모아 놓은 만물상회에서 중년시절, 흥이 좋아 시작한 농악에서 사람의 마음을 달래고 힘을 복돋아 씩씩하게 앞으로 나갈 수 있게 축원을 올리는 일까지. 노년이 돼서는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주변 사람들에게 사주팔자 궁합 등을 봐주신다고 한다.”(만물공구 이상철 어르신)
  대표 저자 장미경씨는 “2012년부터 시작한 연재로 쉰 명이 넘는 완주 사람들을 만났다. 내가 모르는 곳에 여러 인생이 있었고 그들의 인생은 모두 소중하다고 대단했다”면서 “앞으로 또 다른 사람들의 다양한 삶을 꾸준히 만나 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용규 대표는 “수많은 삶의 풍경이 펼쳐졌고 우리는 그 특별할 것 없는 이야기에 빠져들었다”며 “이분들의 삶이 행복했는지 그렇지 않았는지 알 수는 없지만 다만 한 가지, 자신의 삶을 사랑하고 있다는 건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2012년 완주지역창업공동체로 출발한 미디어공동체완두콩협동조합(www.wandookong.kr)은 소식지 발행과 청소년 기자교육, 출판활동을 통해 완주지역의 사람과 마을, 공동체를 기록하고 있는 작은 매체로 지역주민과 귀농귀촌인, 전직 언론인 등이 조합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값 10,800원.
/이병재기자·kanada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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