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 개혁가 칼뱅은 1540년 스위스 제네바에 신권정치 국가를 세웠다. 신권정치란 지배자가 신 또는 신의 대리인으로 간주되고 절대적인 권력으로 인민을 지배하는 정치체제다. 글자 그대로 하면 신에 의한 정치인데 실제로는 직업적 종교인에 의한 정치라고 할 수 있다. 칼뱅이 세운 나라는 목사나 집정관이 가가호호를 매년 방문해 도덕률을 강요하는 등 아주 강압적이었다. 또 간통한 자는 사형에 처하고 부모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젊은이는 참수하는 등 처벌도 가혹했다.
  신권정치의 역사를 보면 아주 오래다. 고대 이집트의 파라오나 이스라엘의 모세는 신의 뜻을 받들어 종족들을 지배했다. 전형적인 신권정치의 예다. 또 중세 가톨릭 교회 치하의 봉건국가, 왕권신수설에 입각한 절대 왕정, 이슬람과 인도 등지에서 행해진 신의 이름을 앞세운 통치 등도 신권정치라고 할 것이다.
  특히 이슬람 세계의 신권정치는 매우 강력한 체제를 갖추고 있다. 이슬람 행동주의자들은 코란에 나오는 율법을 따르는 정부를 원했다. 그 정부는 민주주의에 대해서 부정적이다. 민주주의란 신앙이 없는 비도덕적 다수의 집합에 불과하다는 게 이슬람의 기본 발상이다. 그래서 종교가 정치와 정부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며 모든 사람들의 삶에 간섭한다.
  반면에 고대 그리스는 대척점에 서있다. 그리스는 신성한 왕이 통치하는 중앙 정부가 들어선 적이 없다. 그리스의 작은 도시국가들은 시민이 이룬 나라다. 즉 민주주의 국가다. 시민들은 신의 이름을 내세우지 않고 병역 의무 등 나름의 책임을 다하며 또 정치 참여 등 기본권도 향유한다.
  전형적인 신권정치 국가로 꼽히는 이란에서 최근 반정부 시위가 격렬하게 벌어지고 있다. 경제난 해결을 요구하던 시위대는 이제는 신권 정치에 대한 거부로 비화해 이슬람 성직자들을 당황케 하고 있다. 구호도 ‘최고 종교지도자인 하메네이에게 죽음을’, ‘대통령 로하니에게 죽음을’ 등으로 과격한 색채를 띠었다. 사상자가 속출하는 가운데 국제 사회도 시위대 편을 들고 있다. 이란에서 이슬람 신권정치는 그간 실정과 부패로 국민들의 신뢰를 잃었다. 종교 지도자들은 민생은 외면한 채 대외적인 모험주의에 몰두해 국가경제를 파탄으로 몰았다.
  전문가들은 한 목소리로 이슬람 신권정치는 시대에 맞지 않는 역사적 유물로 전락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오늘날 종교는 정치와 엄격하게 분리되는 게 맞다는 것이다. 세계에서 거의 유일한 신권정치 국가인 이란의 동요는 그래서 지구촌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구시대적 신권정치가 과연 종말을 고할지 모두들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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