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 들어 가장 강력한 한파가 몰아친 지난 12일 전주 남부시장 모습-

올 겨울 가장 강력한 한파가 몰아친 지난 12일 오전 11시의 전주 남부시장. 살을 에는 듯한 갑작스런 추위 탓인지 전주천변을 따라 즐비하게 자리 잡았던 좌판은 물론, 시장 본통에도 문을 연 상점은 손에 꼽을 정도였다.

 상인들은 연신 가게 앞에 소금을 뿌려가며 눈을 치워보지만, 밤새 꽁꽁 언 노면은 그 바닥을 쉽게 드러내지 않았다.

 삼삼오오 가게 앞에 모여 뜨거운 입김으로 연신 손을 녹이던 몇몇 상인들은 오전 장사를 체념한 듯 벌써부터 이른 점심을 먹으로 가기 위해 분주해 보였다.

 시장 정문 초입의 한 과일가게 상인은 “추운 날씨를 이겨내려고 패딩조끼에 패딩점퍼 등 두툼한 옷을 4~5겹 껴입고 그 위에 목도리까지 둘렀지만 시린 기운이 뼛속까지 스며든다”며 “너무 춥다보니 손님들이 다 대형마트로 간 것 같다”며 억지 아닌 푸념을 했다.

 바로 옆 과일가게 상인도 “전기세를 아끼기 위해 가게 쪽방 보일러도 틀지 않고 버티고 있다”며 “하지만 한파가 오면 추위보다 장을 보러 오는 손님들이 줄어 매출이 반 토막 나 정말 죽을 맛이다"고 토로했다.

 매서운 한파로 ‘뚝’ 끊긴 손님들의 발길은 재래시장 상인들의 마음까지 '꽁꽁' 얼리고 있었다.

 또한 최근 전국에 한파와 폭설이 이어지면서 농산물 운송에 차질이 생기면서 채소, 과일 등 그날그날 물건을 공급받아 장사를 하는 상인들은 아예 가게 문을 열지 않은 곳도 있었다.

 상인 김 모씨(54)는 “이틀 전 발주를 넣은 당근과 무, 배추를 배송이 밀렸다고 오후에나 갖다 준다고 한다”며 “손님이 없어도 최소한의 물건은 갖추고 있어야 하는데, 이럴 줄 알았으면 다른 가게들처럼 문을 닫을 걸 그랬다”고 후회했다.

 시장통 안에도 동장군을 대처하는 방법은 별반 달라 보이지 않았다. 점포마다 있는 온열기와 전기로 데우는 의자들이 상인들이 얼어붙은 몸을 녹이는 유일한 쉼터였지만, 두 사람이 꼭 붙어야 겨우 앉을 수 있는 크기여서 이마저도 상인들에게는 아쉬운 휴식처였다. 얼기설기 쳐 놓은 비닐 간이막과 버려진 상자로 방석을 마련했지만, 매서운 추위를 극복하기에는 부족해 보였다.

 간간이 보이는 50~60대로 보이는 주부들도 매서운 한파 속에 대부분 그냥 둘러보거나 물건을 구매해도 1만원 이하의 잡화나 몇 천원짜리 채소를 사는 사람이 전부였다.

 시장을 찾은 사람들은 “시장 내부가 더 춥다”는 말만 되풀이하며 서둘러 장을 보는 모습이었다.

 며칠 후 제사 때 사용할 건어물을 사기 위해 시장을 찾았다는 신 모(46·전주 평화동) 주부는 “날이 너무 추워서 오랜 시간 둘러보기 힘들다”며 “딱 필요한 것만 사고 바로 집으로 돌아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풀리지 않은 경기침체와 극심한 한파로 인해 전주 남부시장과 도내 재래시장 상인들의 올 겨울은 유난히 더 춥고 매섭다./양승수기자·ssyang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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