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구리야, 조금만 참아!”
열무 이파리를 살살 변기 안에 넣었습니다.
“꽉 잡아야 돼!”
열무 줄기를 쥔 세진이의 손이 달달 떨렸습니다. 구리는 온 힘을 모아 이파리 위로 기어올랐습니다.
‘조심 조심, 가만 가만…….’
세진이가 열무 줄기를 잡고 올리는데, 구리가 똥 속으로 툭 떨어졌습니다.
세진이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습니다.
“이번에는 정말로 꽉 잡아야 한다.”
세진이가 또다시 열무 이파리를 구리 앞에 내밀었습니다. 구리는 죽을힘을 다해 네 발로 꽉 움켜잡았습니다.(‘구리구리 똥개구리’ 19쪽)

  동화작가 양정숙이 최근 6편의 단편동화로 꾸민 <구리구리 똥개구리>(청개구리)를 펴냈다.
  동화는 집안으로 들어왔다가 변기에 빠진 개구리의 탈출기를 그린 ‘구리구리 똥개구리’ 로봇 청소기와 대결을 벌이는 고양이 이야기 ‘냥이와 쁘니’ 할아버지의 도움으로 새 삶을 살게 된 유기견 이야기 ‘알롱이’ 아빠의 감시를 피해 할머니의 데이트를 돕는 손녀 이야기 ‘투투데이’ 꿩들의 이야기를 통해 자연과 생명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까숙이의 꿈’ 흥부전을 새로운 시각으로 재미있게 재구성한 ‘다시 쓴 흥부 이야기’ 등 재미있고 유쾌한 이야기들이 따뜻함을 일깨워주고 있다.
  이처럼 책에는 동심의 눈으로 세상의 이면을 따뜻하게 보듬는 이야기들로 가득하다. 메마른 현실의 강퍅함을 직시하기보다는 타인에 대한 배려와 정감 어린 이야기들로 삶을 에둘러 바라봄으로써 아이들의 마음을 훈훈하게 녹여준다. 여기에다 위트와 코믹성까지 곁들여 책 읽는 재미를 한껏 북돋워주고 있다.
  작가는 “외할머니는 딸만 여덟을 둔 재미있는 이야기꾼이였다. 가족 행사가 있어 모이는 날에는 사촌들이 방으로 가득했고 외할머니는 우리들을 둥그렇게 모아 놓고 옛날이야기를 해 주시곤 했다. 나도 재미있는 이야기꾼이 되고 싶어서 글을 쓰기 시작했다. 읽고, 쓰기를 반복하면서 작가의 꿈을 키웠고 드디어 동화작가가 됐다”며 “어린이들이 글을 읽고 잠시나마 미소 지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하며 글을 쓴다”고 말했다.
  작가는 조선대학교 문예창작과와 광주 교육대학원에서 아동문학을 공부했다. 지은 책으로는 수필집 <엄마 이 세상 살기가 왜 이렇게 재밌당가> 그림동화 <새롬 음악회>가 있다.
/이병재기자·kanada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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