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한정 전북대 의과대학 교수

  노인이 노인을 돌봐야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구순을 넘어서 100세 시대에 살고 있으니 70 노인이 90 노인을 부양하는 경우를 흔히 본다. 기초연금이 5만원 올라 25만원이 되었다. 5만원 올라간 연금은 국가 정립기, 성장기에 국가역군으로 공헌한 시대의 어르신들에게 다소의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자식교육에 목숨을 걸었고, 국가산업동력으로 일생을 바친 어르신 세대는 나를 돌볼 여지가 없었다. 만성질병과 신체적 제한으로 사회적 단절에 쉽게 노출되며 다수의 약물요법관리가 필요한 경우가 대부분으로 보다 체계적인 보건 사회적 시스템이 절실하다.

 노년층은 여러 만성질환을 가지고 있으며 이러한 질환은 대부분 치료가 아니라 평생 관리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당뇨질환은 식사나 운동요법으로 혈당이 조절되지 않을 때 약물요법을 시작하여 혈당강하제를 복용하거나 인슐린 주사를 함께 사용하는 경우가 생긴다. 식사와 더불어 한 가지 약제로 안 되면 3∼4가지 중복 약물처방으로 혈당을 조절하고, 때를 맞추어야하는 인슐린 투여는 노인환자들에게 기억하기도 실행하기도 어렵다. 만성신장질환 환자는 신장의 배설 기능 저하로 적은 농도의 약물도 독작용을 나타내 약물치료를 매우 조심스럽게 해야 한다. 이러한 신체기능 저하로 발생하는 질환은 고혈압과 함께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처음에는 혈압을 적절한 수준으로 조절하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약물반응이 떨어져 다른 약물로 바꾸어야 한다. 노화와 더불어 약물에 의존해야 하는 질환의 수가 늘어나는 것이 보통이므로 노인들의 약물복용관리는 필수적이라고 할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인지하다시피 약으로 인한 부작용이나 독작용은 원인을 모르고 덮어지는 경우가 많다.

  국가적으로 의료보험을 비롯한 많은 보건의료정책을 고민하고 있는 상황이다. 수명 연장으로 노인이 노인을 돌봐야 하는 시대에 약물치료의 효율적이고 안전한 시스템을 함께 고민해 봐야 한다.

 일단 병원에서의 약물관리가 보다 철저하게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약물은 약제실에서 보통 조제돼 각 병동으로 옮겨져 간호사에 의해 환자에게 전달된다. 질환치료를 위한 약물이지만 환자별 개별 차이 및 병력의 미세한 차이로 독작용이 흔히 발생할 수 있고, 예기치 않은 문제로 이어지기도 한다. 의료사고에는 약물전달 및 적용과정의 오류가 다수 포함돼 있으므로 이는 병원 내 보다 시스템화 된 팀 진료체제가 필요하다는 점을 시사해준다. 최근 이대목동병원 의료사고의 경우도 주사제 오염가능성이 제기된 바 있다. 약물처방 후, 관리부분에 오류가 발생한 대표적인 예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약물이 제대로 환자에게 주입되었는지 그로부터 이상 징후는 없는지? 돌발 상황에서 약물로 인한 독작용의 가능성은 없는지? 약물의 관점에서 환자를 담당하는 적역은 임상약사이다. 안전한 약물사용과 그 대안 중 하나가 팀 진료의 직역으로, 새해에는 임상약사의 활성화를 다함께 생각해 볼만하다.

  또 하나의 방안은 지역병원 의료진과 병원 내 임상약사 및 처방조제를 한 동네약국의 유기적 협조로 내원한 환자의 장기약물치료가 제대로 이루어졌는지 확인하는 체계를 좀 더 세심하게 실행하는 것이다. 약을 처방, 조제하고 나서 약물복용의 책임을 다 환자에게 돌리기엔 적절치 않다. 노인이 노인을 돌봐야 하는 노령화사회에서는 질병치료시스템을 좀 더 책임질 수 있는 체제를 고민해봐야 할 것이다.

 올해는 약물의 안전하고 효율적 사용에 대한 체제 개선 및 세밀하게 주의해야 할 부분에 대해 생각해보는 해였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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