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지 전주시의회의장

 현실정치에 대해 강하게 집착했던 맹자가 내걸었던 정치이상은 ‘백성과 더불어(與民)’라는 말 한마디로 집약할 수 있다고 한다. 이것은 ‘백성을 위하여(爲民)’라는 말과 구분된다. 위민(爲民)이란 군주가 국가의 소유자임을 전제하고 있으나, 여민(與民)은 국가의 소유가 백성에게 있음을 인정하는 말이다.
 이에 관련하여 맹자는 이렇게 말한다.
“백성이 가장 귀하고 사직이 그 다음이요 임금이 가장 가볍다. 그러므로 뭇 백성의 마음을 얻는 자가 천자가 될 것이요, 천자의 신임을 얻는 자가 제후가 될 것이며, 제후의 신임을 얻는 자가 대부가 될 것이다. 그러니 제후가 무도하여 사직을 위태롭게 하면, 어진 사람으로 바꾸어 제후를 삼는다. 희생 제물도 다 마련되었고, 제물로 올릴 곡식도 정갈하게 고여졌으며, 제사를 때맞춰 지냈는데도 가뭄이나 홍수가 생기면 사직단을 바꾼다. 그러나 백성만은 바꿀 수 없다.”
 이 말은 국가의 어떤 요소보다 중요한 것이 백성이라는 맹자의 생각이 잘 드러나 있다. 그러나 이것이 백성을 소중히 여기고 군주를 하찮게 여기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민심을 얻어야 도덕 정치의 상징으로서 천자가 된다는 뜻이며 통치자의 합법성은 백성의 지지 위에서 만들어진다는 뜻이다.
 지난 한해 우리는 이러한 여민(與民)의 중요성을 그 어느 때보다 뼈저리게 느꼈다.
 뜨거운 촛불의 물결로서 국가가 대통령이나 정부의 소유가 아니라 국민의 것임을 명확하게 천명한 것이다.
 이러한 민주주의 열망과 바람은 권력과 부의 독점에 대한 정당한 저항이며, 세계를 놀라게 한 풀뿌리민주주의의 힘이다. 우리는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마땅히 자부심을 가져도 좋을 것이다.
 앞으로 다가올 지방자치시대는 지역의 주민으로서의 역할이 더욱 기대된다. 주민이 지역의 비전과 정책을 스스로 발굴·책정하고 이를 실현할 수 있으며 그 권한과 책임을 다해내는 지방분권국가가 가까워진 것이다.
 전주시의회는 민의(民意)를 바로세우는 선진의정을 구현하고 주민이 진정한 주인이 되는 지역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해왔다.
 지역의 각종 현안과 시민불편을 해소하고 미래를 향한 정책을 발굴하였으며 각종 토론회, 공청회 등을 통해 민의를 수렴하는데 앞장서왔다. 무엇보다 시민의 열린 소통의 장이자 지역민주주의의 터전이 되는 의회를 만들기 위해, 주민이 함께 참여하고 주도하는 의정을 운영해왔다.
 이러한 노력은 전주가 천만 관광객이 넘는 명품관광도시이자 천사의 도시에 빛나는 선진복지도시, 스포츠관광도시 등 값진 성과를 이루는 밑거름이 되어왔다고 자부하고 있다.
 앞으로 진정한 지방자치시대를 맞이하기 위해 더 많은 노력과 열정이 필요할 것이다. ‘주민을 위한’ 전주가 아니라 ‘주민과 함께하는’, 나아가 ‘주민에 의한’전주를 만들어가는 일이 중요하다. 주민이 진정한 주인으로 거듭날 때, 전주가 지닌 다양한 역사자원과 문화, 예술의 창조적인 융합으로 예측하지 못할 무궁무진한 도약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2018년 무술년, 주민과 더불어 비상(飛上)하는 전주를 간절히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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