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덕배 농촌진흥청 농업연구관

 

 ‘신뢰’의 사전적 정의는 ‘타인의 미래행동이 자신에게 호의적이거나 또는 최소한 악의적이지 않을 가능성에 대한 기대와 믿음, 즉 상대가 어떻게 행동할 것이라는 믿음 하에 상대방의 협조를 기대하는 것’이라고 한다. 상호 신뢰관계를 형성하기 위해서는 조엘 피터슨이 '신뢰의 힘'에서 언급한 바 있는 정직, 투명, 신중, 겸손, 공동의 꿈 등의 법칙과 그것을 실천해가는 노력과 시간이 필요한 것 같다.
  ‘신뢰는 불가능할 것만 같은 일들을 가능하게 만든다’ 라는 말이 있다. 작년 11월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소재 ICBA(lnt’l Center for Biosaline Agriculture)를 방문하고자 이메일을 수차례 보냈으나 반응이 없었다. 준비 기간이 넉넉하지 않았던 데다가 농촌진흥청이 이제까지 ICBA와 교류한 경험이 없어 조언을 구할 사람도 마땅치 않아 난감했었다. 이런 문제를 풀고자 한국대사관, 한인회, 종교단체 등을 알아본 끝에 이용객의 평가가 좋은 ‘루디아네 집’이라는 한인민박집을 선택했다. 민박집 주인 내외분은 SNS를 통한 실시간 대화의 길을 열어주었다. 답답한 마음에 집주인에게 애로사항을 털어 놓았더니 뜻밖에도 집주인이 손수 국제전화를 걸어왔다. 국내 굴지의 건설사 리비아 지사장 출신의 집주인은 전화로 우리의 어려운 점을 풀 수 있는 방법을 잘 파악하고서 “걱정하지 말라”며 오히려 나를 위로 해주었다. 그로부터 이틀 뒤 집주인은 ICBA소장으로부터 ‘우리의 방문에 따른 협의회를 준비하겠다’는 메시지를 받아 나에게 전달해주었다. 이밖에도 집주인은 아랍인들에게는 한국 화장품이나 인삼제품의 인기가 높다는 정보도 알려주었다. 그 덕분에 ICBA방문 선물로 농촌진흥청의 기술이 이전된 한국의 실크 화장품을 준비했다. ICBA를 방문해 농촌진흥청을 소개할 때 실크 화장품은 그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나는 실크 화장품을 예로 들어 농촌진흥청의 6차산업화를 통한 농업의 부가가치 향상전략을 설명하고 신라시대 실크로드를 통한 한국과 아랍권과의 오랜 인연도 곁들였다. ICBA측은 보유하고 있는 11종의 내염성 작물종자를 분양해주었고 기술정보도 적극적으로 제공해주면서, 향후 한국 염해지 농업발전을 위한 협력사업도 제안해주었다. 
 작년에는 전국 농업기술센터와도 새롭게 인연을 맺었다. 전국의 과채류 농가에 대한 비료사용실태조사와 토양비료 기술컨설팅 업무를 수행한 덕택이었다. 지난 9월 청주시 애호박농가 비료사용실태조사를 준비하면서 해당지역의 농업기술센터 담당자가 임용된 지 2개월 된 신규자임을 알게 됐다. 현장경험이 필요하다는 그의 의사에 따라 나의 농가 조사와 컨설팅 업무에 동행하도록 했다. 농가를 방문해 밑거름과 웃거름 사용량을 조사하고 농가 스마트폰으로 토양의 건강상태를 조회하게 해준 다음 적절한 비료사용기술을 알려주는 것을 내 곁에서 경험하고 난 그는 얼굴이 밝아졌다. 처음에는 내가 조사업무를 원활히 수행하고자 농업기술센터에 도움을 청했지만 나와 동행한 담당직원도 업무처리에 도움이 됐던 것이다. 이후 나와 접촉했던 농업기술센터 직원들이 영농현장 문제로 연락이 오고 있다. 나는 다양한 현장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었고, 현장 담당자는 대응 기술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었다. 혼자서는 풀기 어려웠던 일도 협업으로 접근 하니 온전한 해법을 찾을 수 있게 됐다.
 새로운 임무를 부여받으면 막막해질 때가 많지만, 접점을 찾으면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게 된다. 여기에 상호 신뢰가 쌓인다면 지금까지의 어려웠던 문제들에서 오히려 좋은 성과를 얻을 수도 있다. 소통과 협력을 통해 성과가 풍부한 새해를 만들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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