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조도(가회민화박물관소장)

  올해는 ‘황금 개띠해’다. 2018 무술년은 ‘무’가 황색을 뜻하고, ‘술’은 개를 뜻하기 때문이다.
  개는 선사시대부터 사람과 가장 가까이서 친근하게 생활했던 동물로, 돼지·양·소 등보다 먼저 사람이 길들인 최초의 가축이다. 그래서 인간의 가장 오래된 친구이다. 개의 개원은 늑대로 ‘길들인 늑대’가 개라고 한다.
  전주역사박물관(관장 이동희)이 2018 무술년 개띠해 특별전을 ‘개와 인간의 시간’을 주제로 마련했다.
  우리나라에서 개뼈가 발견된 대표적인 유적은 신석기시대 부산 동삼동 패총으로 완전한 형태의 개 머리뼈가 나왔다. 개에 대한 문헌상 최초의 기록은 삼국지 위지 동이전에 실린 부여관직으로 말, 소, 돼지 명을 붙인 마가, 우가, 저가와 함께 개를 붙인 구가(狗加)가 나온다. 고구려 고분벽화에도 개가 여러 곳에서 등장한다.
  개는 십이지 중 열한번째 동물이다. 시간은 술시(戌時)로 오후 7시에서 9시, 달은 9월, 방향은 서북서, 음양은 양, 오행은 금(金)에 해당한다. 술시는 하루 중 양(陽)의 기운이 끝나는 시간이므로 양기가 가장 지극한 때이다. 그래서 개는 양기가 왕성한 동물로 여겨진다.
  개가 상징하는 대표적인 것은 충직과 의리이다. 개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사람과 같이 살면서 헌신하는 충복으로 역할을 다해 이런 상징성을 갖게 되었다. 개는 또 이승과 저승을 매개하는 동물로 망자의 저승길을 안내하고 주검을 지키는 의미도 가졌다. 개 그림은 새해에 닭, 용, 호랑이 그림처럼 대문에 붙여 잡귀를 막고 복을 부르는 문배도의 하나이기도 하다.
  이번 전시는 ‘십이지와 개’, ‘충직과 의리의 상징, 개’, ‘오수의견 설화’, ‘우리생활속의 개’ ‘해시계와 윤도’등으로 구성하여 60여점의 유물을 선보인다. 새해 소망을 쓰고 윷점을 볼 수 있는 체험코너도 준비되어 있다.
 

십이지신상을 대표하는 김유신묘와 흥덕왕릉의 술신 ‘개상’ 탁본이 전시되며, 십이지신이 새겨진 다양한 형태의 해시계 5점과 윤도 6점 등도 전시된다. 해시계는 인류의 가장 오래된 시계이며, 윤도는 지관들이 사용하는 방위 측정기이다.
  민화그림도 오동폐월도, 삼목구, 백동자도 등 여러 점이 전시된다. 오동폐월도(梧桐吠月圖)는 개그림 중에 많이 그려졌던 것으로 개가 오동나무 아래에서 달을 쳐다보고 짖는 그림이다. 집을 지키는 것을 상징하는 그림으로 ‘개 술(戌)’자가 ‘지킬 수(戍)’와 모양이 같고, ‘나무 수(樹)’자와 ‘지킬 수(守)’자 음이 같아서 이런 의미로 해석된다.
  삼목구는 눈이 셋 달린 개로 불교에서 삼목대왕이 개로 환생한 것이다. 백동자도는 10폭 병풍으로 부귀한 저택의 정원 등을 배경으로 어린 동자들이 귀엽고 사랑스러운 모습으로 함께 어울려 놀고 있는 모습을 묘사한 그림으로 동자들과 함께 개가 등장한다.
  오수의견 설화를 담은 최초의 기록인 고려시대 최자의 『보한집』도 전시된다. 주인이 술에 취해 잠들었는데, 불이 나자 개가 몸에 물을 적셔 불을 끄고 죽었다는 설화이다. ‘오수의견비 탁본’도 함께 전시된다. 이 탁본에는 마치 개가 등을 아래로 하고 누워 있는 듯한 모습이 담겨 있어서 이채롭다. 임실 원동산 오수의견비는 전라북도민속자료로 지정되어 있는데, 제 1호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더 크게 다가온다.
  개띠 인물로는 양녕대군(1394년생), 성삼문(1418년생), 영조(1694년생), 여운형(1886년생), 16대 대통령 노무현(1946년생) 등도 개띠이다. 무술년의 역사적 사건은 발해건국(698년), 이순신이 전사한 노량해전(1598년) 등을 꼽아 볼 수 있다.
  60년 전인 1958년 무술년의 전주의 상황은 인구가 157,240여명이었다. 이 중 문맹자가  45,745명, 중고졸업 11,909명, 대졸이 1,898명이다. 전화 가입자는 985명에 불과했다. 쌀 1가마니당 가격은 13,000원이었다. 산림 보호책으로 장작사용 금지 조치가 발령되어 아궁이 개량사업이 펼쳐졌다.
  특별전은 2월 25일까지 이어진다.
  전주역사박물관 이동희관장은 “애견 인구 천만 시대를 맞아, 인간의 가장 오랜 친구로 이제 반려자가 된 개의 문화적 의미에 대해 알아보고, 무술년 한 해 즐겁고 복된 나날이 되기를 기원 드린다”고 말했다.
/이병재기자·kanada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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