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도립국악원이 ‘전북지역 전통예인 구술사’ 22권, 23권, 24권을 펴냈다.
  제22권은 ‘전라북도 무형문화재 제2호 판소리(수궁가) 예능보유자 박양덕’(채록 김정태), 제23권은 ‘전라북도 무형문화재 제46호 전라삼현육각 예능 보유자 전태준’(채록 서경숙), 제24권은 ‘전라북도 무형문화재 제38호 호남넋풀이굿(넋건지기굿) 보유자 하진순(채록 김무철)’편이다.
  특히 무당인 하진순은 지역에 비교적 덜 알려진 무형문화재로 눈길을 끌고 있다. 하진순은 법사인 아버지에게 물려받아 신내림을 받아 ‘세습무’이면서 ‘강신무’이다.
  1948년 남원에서 태어난 하진순은 16세 때 군산으로 이사와 21살에 원인모를 병을 앓았고 아버지의 권유로 넋건지기굿에 유명했던 완주 출신 양영자 무당으로부터 내림굿을 받아 무당이 되었다. 하진순은 양영자와 조상해원경(조상을 추복하는 민간신앙의 경문)의 대가 김원식 법사에게 호남 전통 무속의례를 전수 받았다. 이후 조상해원경과 넋건지기굿에 능했던 박복선 법사와 넋건지기굿의 대가 고동심 무당에게도 학습했다.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났으나 초등학교 3학년 때 가세가 급격히 기울어 학교를 더 이상 다니지 못한 하진순은 40대가 넘어 초등학교 검정고시를 거쳐 일성여자중학교, 일선여자고등학교, 남부대학교를 졸업하고 중앙대학교 교육대학원 국악과에 입학했다. 여기서 <호남 ‘넋풀이굿’의 의식 절차 및 선율분석 연구>로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자녀 중에 막내딸이 신기가 있어 내림굿을 해주었고 지금은 막내딸이 ‘호남넋풀이굿’ 전수조교를 하고 있다. 60세인 2007년 전라북도 무형문화재 제38호 호남넋풀이굿 보유자로 지정됐다.
  특히 이 책에서는 하진순이 속한 군산지역이 호남무속 권역에 해당하지만, 그 위치상 충청도와의 인접성으로 서로 다른 양상의 무속의례가 공존하고 있음을 확인한다.
  채록자인 김무철 학예연구사는 “하진순에게 굿은 정신적으로도 건전하고 품위 있는 전통문화생활을 추구함에 있어 한 축으로 한반도의 원초적 문화를 현재에 대입하고, 이해시키고자 하는 그녀의 처절한 몸부림과 같다”며 “호남넋풀이굿이 우리네 삶뿐만 아니라 공동체가 추구하는 신념을 공유하며 더욱 발전하길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판소리 박양덕은 남원의 국악 발전에 초석을 다진 소리꾼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는 당대 남도민요의 대가였던 김경희 선생으로부터 남도민요를 온전히 배운 유일한 제자다.  남원 민속국악원, 전북도립국악원, 서울 국립국악원, 국립진도국악원 등과 우석대, 원광대, 전남대, 단국대 등 전국 대학에서 국악과 전공자들을 교육하면서 후학들을 양성했다. 이순단, 박금희(박방금), 박추자, 유하영, 김봉룡 등이 제자다.
  전태준은 1956년 정형인 선생으로부터 전라삼현육각을 배웠다. 풍남초등학교 밴드부를 했고 전주농고 옆 동중에 진학하면서 당시 전주농고 농촌예술단(지금의 공연단) 정형인을 만났다. 이후 영생고를 다니면서 전주농공 학생들과 같이 공연을 다녔다.  김동진, 이생강 선생에게 대금산조를 사사했고 전북도립국악원 교수부장도 지냈다.
  한편 전북도립국악원은 지난 2010년부터 전라북도가 지정한 예능보유자 중 연장자 순으로 연도별 계획에 따라 ‘전북의 전통예인 구술사’ 발간 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신동원 원장은 “현재 전라북도가 지정한 무형문화재는 50여 종목에 예능보유자는 총 70여명에 이르는 전통예술의 고장이다”며 “무형문화재들의 구술이 전통예인을 갈망하며 이 시대를 살아가는 수많은 예술지망생들에게 많은 도움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병재기자·kanada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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