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근 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원장

 

올 한해는 대한민국 역사에 많은 일들이 있었던 해로 기억될 것 같다. 2016년 10월부터 타오르기 시작한 촛불혁명에 천만명이 넘는 국민들이 동참하였고, 최초로 현직 대통령이 탄핵심판으로 물러났다. 5월 9일 대통령선거에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제19대 대한민국 대통령으로 당선되었다. 전국민의 가슴을 아프게 만들었던 세월호가 3년만에 인양되었고, 북한의 핵실험과 ICBM 미사일 발사로 인한 한반도의 위기상황이 증폭되고 있다. 상대적으로 지진의 안전지대로 여겨졌던 우리나라도 작년에 일어났던 경주지진과 더불어 올 포항지진으로 인해 국민들의 지진에 대한 불안감이 커졌다. 17세기 네덜란드에서 벌어졌던 튤립 파동처럼 가상화폐인 비트코인(Bitcoin)과 이더리움(Ethereum)의 가격이 폭등하여 가상화폐에 대한 과열 투기현상이 일어나고 있고, 4차산업혁명으로 인하여 우리가 상상하지 못했던 새로운 현상들이 더 많이 나타날 것이다.
국가와 기업, 개인에게도 어려움이 닥쳐오지만, 항상 어려움만 있는 것은 아니다. 어려운 상황속에서 어려움을 극복하려고 노력하는 국가, 기업, 개인들은 새로운 아이디어나 뜻밖의 기분 좋은 행운을 만나 성공하게 되는 사례가 많다. 푸른 곰팡이에서 페니실린을 발명한 플레밍, 3M의 포스트 잇 개발, 병원 잡역부로 25년간 일하던 윌 케이스 켈로그가 이스트 없는 빵을 개발하다가 우연히 켈로그 시리얼을 만들었고, 미국 화학자 굿이어가 합성고무를 발견하여 지금의 굿이어 타이어가 탄생하게 되었다.
이처럼 '완전한 우연으로부터 중대한 발견이나 발명이 이루어지는 것'을 세렌디피티(Serendipity)라고 한다. 세렌디피티의 어원은, 1754년 영국의 소설가이자 정치가인 월폴(Horace Walpole)이 친구에게 보낸 편지에서 처음 사용한 단어이다. 세렌딥은 스리랑카의 옛 이름이며 세렌딥의 세 왕자가 미처 몰랐던 것들을 항상 우연히 지혜롭게 발견하는 모습에서 이 단어를 만들었다.
세렌디피티는 과학연구 분야에서 실험의 실패 또는 우연찮은 사고를 통해 중대한 발견 또는 발명을?하는 것을 지칭하는데, 최근에는 IT 분야에서 많이 사용되고 있다. 일본 저널리스트 모리 겐(森健)은 ?구글·아마존화하는 사회?에서 “인터넷은 사용자의 선택에 따라 정보가 제공되기 때문에 예기치 않은 발견이나 새로운 만남, 즉 세렌디피티의 상실을 초래한다”고 주장한다. 그럼에도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기업 창업자들은 자신의 성공이 운 좋은 발견 덕이라고 말한다.?세계 최대의 온라인 스토어인 아마존(Amazon.com)의 창업자 제프 베저스(Jeff Bezos)는 “재미 삼아 차고에서 중고책 몇 권을 판 경험이 자신의 세렌디피티였다”고 했고, 페이스북을 만든 마크 저커버그(Mark Zuckerberg)도 “자신의 성공을 세렌디피티”로 설명했다.
행운이라는 것은 존재하는가? 존재한다면 단순한 우연인가? 많은 사람들에게 똑같은 기회가 주어졌는데도 다른 결과가 나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영국의 심리학자 리처드 와이즈먼(Richard Wiseman)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운이 좋은 사람들은 사물을 바라보는 시각이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특성이 있다. 한 쪽 문이 닫히면 다른 쪽의 열린 문을 찾아 나설 수 있는 긍정마인드가 곧 좋은 운을 만든다. 행운을 얻기 위한 학습은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운 좋은 발견을 하는 사람들은 관찰력이 뛰어났고, 검색을 정말 좋아하고 즐긴다. 다른 사람들보다 정보를 찾는 능력이 발달했으며, 그 일을 스스로 즐긴다. 그렇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보다 운 좋은 발견을 잘 하는 것이다.실제로 심리학 연구에 따르면 마음가짐이나 사고방식은 삶을 변화시키는 데 큰 효용이 없다. 행동은 마음가짐보다 훨씬 빠르게 변화를 불러온다. 행복을 더 크게 느끼고, 걱정과 불안을 떨치고, 즐거운 연애를 지속하고, 몸매를 멋지게 가꾸고, 자신감을 회복하고, 창의력을 키우고, 노화를 방지하는 비법은 거창한 프로젝트 속에 있는 것이 아니다. 밀치고, 당기고, 주먹을 쥐고, 고개를 끄덕거리는 조그만 행동을 끊임없는 시도하고 실행하여야 한다. 그리고 세렌디피티가 발생하기 쉬운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나이키 창업회장 필 나이트는 ‘슈독’에서 “운은 노력하는 사람을 따라 다닌다. 성공에는 행운도 큰 역할을 한다. 나는 행운의 위력을 공개적으로 인정한다. 운동선수, 시인, 기업가에게는 행운이 따라야 한다. 당신이 열심히 노력할수록, 당신의 행운은 좋아진다.”고 말한다.
세렌디피티는 우연히 발생하지만 준비된 국가, 기업, 개인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다. 행복은 준비된 자에게만 미소 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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