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흰색은 가능성으로 차있는 침묵

이동형 작가가 22일까지 누벨백 미술관에서 세 번째 개인전 ‘the end' 전을 선보인다.
  사의적인 동양화의 정서를 유화로 담아낸 작품 10여점이 눈에 띈다. 
  전시 대표작은 ‘실성한 버드 & 성모마리아’으로 주위에서 공감할 법한 실제 상황을 토대로 한 은유적인 표현 결과물이라는 게 작가의 설명이다.
 

▲ ‘실성한 버드 & 성모마리아’

누군가와 관계를 가지다 보면 간혹 감정의 극대화로 평소와 다른 모습으로 상대방에 비춰 지는데, 그러한 상황을 모면 하려 발버둥을 친다. 외부적으론 평범해 보일 진 몰라도 내적으로 이미 멘 탈 이 붕괴되어 본인이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 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모습은 그대로 상대방에게 비추어진다. 그는 난감한 상황 속 절박하게 구원자를 필요로 한다. 전반적인 작업의 흐름은 블랙 코미디 요소를 효과 적으로 부각 시키려 한다.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르는 난해한 상황의 연출을 통해 작업을 하는 작가도 관찰자 입장에서 담담하게 바라보고 한 장면을 만들어 낸다. 하지만 실성한 새와 상징적인 존재의 관계는 보는 이가 해석하기 나름이다.
  어리숙한 새와 온화한 마리아는 우리 내면이 될 수도, 한 장면의 상황이 될 수도 있다. 부정확한 의사 전달, 오해, 헛갈림 등등 우리 주변에 흔한 부조화를 떠오른다.
  ‘흰색은 가능성으로 차있는 침묵’은 예술가의 자부심이 녹아 있는 작품이다.
  “하얀 도화지를 아래에 두고 펜을 들고 있는 사람은 예술가다. 창의력을 발휘하는 예술가들은 이렇듯 백지에 가능성을 채워 간다. 왼쪽 손 검지가 없는 것은 예술가를 바라보는 동정을 포함 자신들의 잣대로만 보려는 일반인들의 ‘불편한 시선’을 상징한다. 이런 시선에도 우리는 가능성이라는 도화지를 검게 채워 간다.”
  그의 작업실은 중인리에 있다. 전주 시내를 벗어나 모악산과 삼천이 앞 마당인 중인리에 사는 새와 식물이 소재다.
  “작업을 시작은 8월 중순 여름부터 시작이 되었다. 어느 때와 마찬가지로 항상 보아온 식물들의 존재와 영역 쟁탈전을 벌이듯 까치, 까마귀, 참새, 이름 모를 새 떼들의 움직임을 저 멀리 미나리 밭에서 한심하게 쳐다보는 아주 가끔 보이는 여유로운 두루미 등 도심 속에선 볼 수 없는 장면들이 이곳에선 흔히 일어난다. 이곳의 늦은 저녁은 고요하다. 낮에 그 난리를 치던 새들은 어딘가에서 내일의 작전을 위해 숙면을 취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늦은 저녁 밤 혼자만의 기이한 생각들을 하게 되고 사색을 하며 담담한 순간들을 맞이한다.”
  작가는 전북뿐 아니라 서울 등 타지로의 여행을 꿈꾼다. 전북을 벗어난 지역에서 개최하는 공모전 등에 적극 참여할 계획이다.
  작가는 전북대에서 한국화를 전공했지만 다른 매체와 인터뷰에서 밝힌 것처럼 작업방식에는 유화가 더 잘 맞는다고 생각하고 이를 자신의 작업 스타일로 만들어 갈 계획이다.
/이병재기자·kanada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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